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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째 촛불든 고려대 "삼가 정의 명복을" 민주광장에 빈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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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로 고려대학교 민주광장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입시특혜 의혹'관련 분향소가 설치돼 있다.   학생들은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숙환(위선과 편법)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6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로 고려대학교 민주광장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입시특혜 의혹'관련 분향소가 설치돼 있다. 학생들은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숙환(위선과 편법)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6일 오후 7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민주광장 앞에 빈소가 차려졌다. 빈소에는 ‘삼가 정의(正義)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적힌 근조화환과 영정이 놓였다. 흰 국화꽃과 함께 놓인 영정의 주인은 ‘기회의 평등ㆍ과정의 공정ㆍ결과의 정의’였다.

고려대 '3차 집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28)의 입시 비리 의혹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두 차례 촛불집회를 열었던 고려대에 학생들이 세 번째 촛불을 밝혔다. ‘정의가 위선과 편법이라는 숙환으로 죽었다’는 주제로 열린 3차 집회를 준비한 집행부는 장례식 때 상주들이 입는 상복을 입고 학생들을 맞이했다. 그 동안 드라마 ‘SKY캐슬’의 주제곡 ‘We All Lie’가 배경 음악으로 깔렸다. SKY캐슬은 상류층의 입시 비리를 풍자하며 올해 초 선풍적 인기를 끈 드라마다. 이날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15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1시간 가량 이어진 집회는 미리 마련된 빈소 앞에서 진행됐다. ‘가이포크스 가면’(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 나오는 가면으로 전체주의 체제에 대한 저항을 상징)을 쓴 집행부 대표는 대표로 영정에 절을하고 술을 올리는 장례 절차를 진행했다. 이후 학생들이 뒤따라 빈소에 국화를 헌화했다. 영정을 든 집행부와 검은 우산을 쓴 학생들은 “이제 가면 언제 오나”하는 상여소리와 함께 민주광장 주변을 한바퀴  돌았다.

“정의 부르짖는 2030 그저 정치적 도구에 불과했나”

‘정치색 배제ㆍ입시 비리 의혹 진상 규명만 요구’ 원칙을 철저히 지키며 조 후보자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던 지난 1ㆍ2차 집회와는 다르게 이날 집회에서는 조 후보자에 대한 실망과 규탄의 목소리가 나왔다. 학생들은 “우리는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이 공정하며 결과가 정의로운 나라를 향해 가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취임사에서 직접 밝힌 국정운영 철학이기도 하다.

6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로 고려대학교 민주광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입시특혜 의혹 진상 규명 촉구 3차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죽었다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로 고려대학교 민주광장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 입시특혜 의혹 진상 규명 촉구 3차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죽었다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행부 대표는 선언문에서 “법무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법을 집행하고 수호하는 자리이자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자리이기도 하다”며 “누구보다 올바른 정의관으로 모두에게 평등한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자리에 대통령은 편법을 써 놓고도 모른다고 일관하는 조 후보자를 내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녀 한 명의 스펙 비리 의혹이 스쳐간 이 땅의 대학이 도대체 몇 곳인가. 단국대ㆍ공주대ㆍ서울대ㆍ고려대ㆍ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ㆍKISTㆍ동양대까지. 한 명의 인생에 이토록 많은 의혹이 뒤따르는데, 정녕 당신은 이 모든게 우연이거나 행운이거나 혹은 정당한 실력이라고 우리에게 설명하는것이냐”며 비판했다. 또한 “이것이 이 시간에도 피땀흘려 삶을 바꿔보려는 청년들, 청소년들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는 부모님들에 대한 기만이 아니면 무엇이냐”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덕분에 당신들이 우리에게 아직 살아있다고 말했던 정의와 기회의 평등ㆍ과정의 공정ㆍ결과의 정의가 사실 이미 오래 전 우리 사회에서 숨을 거뒀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정의를 부르짖는 2030세대는 그저 당신들에게 정치적 도구였음을 확인한 오늘, 우리 모두는 기꺼이 상주의 완장을 차고 참담한 마음으로 정의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려고 합니다. 영면하소서.”

자신을 식품자원경제학과 4학년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사고방식은 한국 사회 모든 세대를 사로잡는 망령이자 이 시대의 진정한 적폐이며 우리가 앞으로 청산해 나가야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랫동안 기존의 법과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법무부 장관이 돼서 이를 개혁하겠다는 사람이 사실은 한평생 자기 희생 없는 인생을 살아왔고, 항상 문제라고 외쳤던 기존의 법과 제도에 누구보다 열심히 편승했으며 이를 잘 지켰으니 무슨 문제가 있냐고 반문한다면 그런 사람이 하겠다는 개혁에 어떻게 신뢰를 보내고 지지할 수 있겠냐”고 마무리했다.

앞서 조 후보자의 딸은 2010년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입학 당시 제출했던 자기소개서를 과장ㆍ허위로 작성하고 이 과정에서 특혜가 반영된 스펙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교 재학 시절 2주간 인턴으로 참여하고 ‘제1저자’로 등재된 병리학 논문 등이 대표적이다. 전날 대한병리학회는 조 후보자 딸의 '제1저자' 논문을 직권 취소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려 딸 입시비리 의혹을 비롯해 가족 사학 재단 의혹, 사모 펀드 관련 의혹에 대한 질의가 오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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