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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시바우 "美 국무·국방, 동시 한국 비판은 처음…동맹 분열 北·中이 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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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 대사[버시바우 전 대사 제공]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 대사[버시바우 전 대사 제공]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가 4일(현지시간) “내 기억속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방위동맹을 지키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다했다”며 “지금 필요한 건 그때처럼 양국이 사활적인 우리 방위동맹의 중요성을 깨닫는 것”이라고 말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미국의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동시에 한국을 공개 비판한 건 처음 있는 일이자 이례적”이라며 “동맹의 분열은 북한과 중국이 기회로 이용할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2005~2008년 3년 주한대사로 재임한 버시바우 전 대사는 이날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은 방위동맹이라며 안보와 정치·역사 문제를 분리할 것을 강조했다. 그래서 "존망이 걸린"(vital, existential)이란 수식어를 자주 썼다. 그는 “대사 시절 보수적인 조지 W 부시 정부와 진보적 노무현 정부 사이엔 주한미군 감축을 포함한 수많은 이견이 있었지만 우리는 동맹을 현대화했다”고 했다. “나도 해리 해리스 대사처럼 2006년 반기문 당시 외교부 장관에게 초치돼 대북 공개 비판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다”는 비화도 소개했다. ※아래는 주요 인터뷰 문답.

"나도 2005년 반기문 외무에 초치당해, #노무현 대통령 동맹 수호 특별한 노력" #"방위동맹은 사활적 중요 대사때 교훈, #美고위급 물밑 한·일 대화 중재나서야"

2016년 10월 0일 1차 북한 핵실험 당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왼쪽)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만나 북핵문제를 논의하고 있다.중앙포토

2016년 10월 0일 1차 북한 핵실험 당시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왼쪽)와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만나 북핵문제를 논의하고 있다.중앙포토

미국 정부가 왜 이렇게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에 반발하나.
내 기억에 미 국무장관(마이크 폼페이오)과 국방장관(마크 에스퍼)이 동시에 공개 비판에 나선 건 처음이자,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가 북한과 중국의 위협을 억제하려는 우리 동맹과 한ㆍ미ㆍ일 협력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특히 북한이 계속해서 다양한 새로운 종류의 미사일들을 시험하고, 신형 잠수함도 공개한 때 대북 위협에 관한 정보 활용을 축소해 미국은 실제로 동맹을 약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결정은 세 나라의 분열을 조장하고 북한과 중국에 더 공격적으로 도발하도록 나쁜 신호를 보낼 뿐이다.
지소미아가 어떤 점에서 미국에 그렇게 중요한가.
지소미아는 한ㆍ미 동맹과 미ㆍ일 동맹 관계를 잇는 미 동북아 안보의 중추(backbone)다. 공식적인 한ㆍ미ㆍ일 3자 동맹이 없는 상태에서도 우리는 동북아의 두 중요한 민주주의 국가와 밀접한 동맹을 맺음으로써 혜택을 입고 있다. 북한이 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위협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3자의 기본 틀에서 협력함으로써 평양 정권을 향해 더 강력한 대오를 보여줄 수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획득한 정보를 서로 교류하는 것 자체만으로 북한에는 우리가 그들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 단합하고, 협력하고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지금까지 잘 운영해 온 이 협정을 핵심 국가 중 한나라가 내던진다는 것은 상징적으로나, 실질적으로 파장이 크다. 어느 쪽이든 북한은 우리 동맹이 약해지고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받을 뿐이다.
중국은 지소미아와 무슨 상관이 있나.
내 가장 큰 걱정은 동맹국 한·일 간의 분열과 불화뿐 아니라 한·미 간 긴장에 미·중 무역 전쟁에서 좌절한 중국이 보다 도발적인 행태로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러시아가 합동 초계비행으로 한국 영공을 침범한 시점과 장소가 독도라는 점은 중국이 우리 동맹 간 분열을 활용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신호다. 이 때문에 우리는 분열이 아니라 단합을 보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하며 이것이 지소미아나 정보공유 자체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당신의 재임 기간에도 양국 마찰이 심하지 않았나.
내 3년 대사 시절에도 우리가 이견이 있었던 여러 순간이 있었다. 대부분 경우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대북 정책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특히 나는 6자 회담에서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담은 2005년 9ㆍ19 공동성명 직후 서울에 부임했는데, 얼마 안 돼 미 재무부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를 제재했다. 나는 중간에서 BDA와 다른 북한 불법 활동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대변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러다가 반기문 당시 외교부 장관이 나를 초치해 북한에 대한 혹독한 비난을 자제하라고 촉구한 일도 있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같은 해 12월 공개 석상에서 북한의 달러 위폐 제조와 관련 “범죄 정권”이라며 “국가 차원의 다른 나라 통화 위조는 나치 정권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 대사의 지난해 서울 방문 모습.[버시바우 전 대사 제공]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 대사의 지난해 서울 방문 모습.[버시바우 전 대사 제공]

당시 동맹 사이의 갈등을 어떻게 극복했나.
사실 내 기억의 대부분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방위동맹을 지키기 위해 특별히 노력을 다했다.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각각 진보와 보수로 많은 점에서 확연히 달랐지만 노 대통령은 우리 방위 동맹에 관한 한 세심하게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동맹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이기 위해 국내 정치적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파병을 관철했다. 내가 과거에서 얻은 교훈은 우리 동맹이 양국 안보에 얼마나 사활적으로 중요한지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동북아에서 우리 동맹의 중요성은 내 대사 시절보다 훨씬 커졌고, 동맹에 체화된 필수적인 국방 문제들은 정치ㆍ역사 문제와 분리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한국으로선 최악의 시나리오가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다.
나는 많은 사안에서 양국 정부 간 이견에도 불구하고 변화된 환경에서 우리 동맹을 현대화하고 적응시켜나가는 방안을 찾아낸 증인이었다. 그중 하나가 주한미군 감축(3만 7000명→2만 8500명) 문제였다. 부시 정부가 해외 미군 재배치의 하나로 추진한 주한미군 감축은 한국 국내에선 민감한 문제였기 때문에 최대한 조용하게,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에서야 용산 미군 병력의 평택 이전이 마무리되는 걸 보고 있다. 또 전시작전권 이전의 원칙 합의는 노무현 대통령과 지지층에 정치적으로 중요했기 때문에 우리는 일종의 미래 동맹 합의라는 이름으로 다른 것들을 포괄하는 패키지 합의를 이뤄냈다. 이는 우리가 힘을 합치면 정치적 우려를 해소하면서, 실질적으로 동맹을 강화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나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도 이런 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두 나라는 동맹의 존재론적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상대에게 최후통첩하는 것은 피하고, 타협과 상호존중의 정신 아래 접근해야 한다.
미국이 일본의 화이트 국가(안보 우대국) 제외엔 침묵한다는 불만도 많다.
미국은 양국 역사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는 3국 중재나 국제재판소를 활용하는 다른 방안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미국이 침묵하거나 소극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미국은 한ㆍ일 양국이 사태 악화를 멈추고 협상에 나서도록 촉구하는 데 더 강력한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에게 마법 같은 해결책은 없지만, 지소미아 종료가 발효되는 11월 22일까지 아직 시간은 있다. 두 나라가 지소미아와 무역에서 취한 상호 보복 조치들을 하나씩 없애면서 갈등을 완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되돌려야 한다. 공개 비판이 필요한 때도 있지만, 미국도 이제는 한ㆍ일 양국이 진지하게 받아들일 만큼 충분히 고위급이 나서 비공개 중재 노력을 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알렉산더 버시바우(67)=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백악관 유럽 담당 선임보좌관, 나토 대사, 러시아 대사를 거쳐 2005년 10월~2008년 9월 주한 대사를 지냈다. 오바마 정부에서도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와 나토 사무부총장을 역임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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