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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문제는 사회의 문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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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임미진
임미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임미진 폴인 팀장

임미진 폴인 팀장

자영업자를 인터뷰하는 잡지 브로드컬리는 개인의 시대에 우리가 직면하는 현실에 대한 기록이다. 이 잡지는 지난 3년 동안 5권이 나왔는데 제목이 이런 식이다. 『서울의 3년 이하 빵집들: 왜 굳이 로컬 베이커리인가?』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제주의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 원했던 삶의 방식을 일궜는가?』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 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

인터뷰이는 개인의 시대를 온몸으로 살고 있는 모험가들이다. 조직에서 자신의 삶을 찾지 못한 이들이 동네 빵집과 서점, 식당과 술집을 통해 새로운 삶을 발견하려고 애쓰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이 어느 골목에 차려놓은 자신만의 공간은 구석구석 마음이 듬뿍 담겨있다. 그러나 동네에서 가게를 열어 먹고사는 것이 녹록하겠는가. 질문은 건조하고 답변은 담담한데, 자주 마음을 후빈다.

노트북을 열며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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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이후의 삶에서 예상과 가장 다른 점은 무엇일까.
“회사 다닐 때 싫었던 게 매일 똑같이 사는 거였다. 근데 가게를 하면서 오히려 더 똑같이 산다. 오픈 첫날부터 지금까지 바뀌는 게 진짜 하나도 없다.”(식당 ‘버섯집’ 홍창민 대표)
회사에서도 의미를 찾아볼 수 있지 않겠나.
“누군가는 찾을 수도 있을 거다. 그런데 그럴 능력이 없었던 것 같다. 책상 앞에 앉아있는 스스로가 공장의 로봇처럼 느껴졌다. 아무 생각도 안 해도, 출근하고 퇴근하면 하루가 다 지나갔다. 아침에 눈을 뜨는데 오늘에 대한 아무런 기대가 없는 자신에게 미안했다.”(서점 ‘오혜’ 유재필 대표)

서점에서 운영비가 나오지 않아 전화 상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도 있다. 가능한 걸어 다니고 식사 메뉴를 1000원씩 더 싼 거로 고른다는 서점 주인도 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조직,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선 개인, 그러나 쉽지 않은 현실. 브로드컬리는 개인의 시대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다양한 질문을 조명한다. 조퇴계 브로드컬리 편집장은 "원래 자영업을 꿈꿨다기보다 기업에서 미래를 찾지 못해 자영업으로 내몰린 분들이 많다”며 "이런 분들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 응원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갈수록 사회의 숙제를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개인의 시대, 방황하는 개인의 문제는 결국 사회의 문제다. 브로드컬리가 던지는 이 화두는 점점 더 많은 이들에게 가닿고 있다. 잡지 시장의 불황을 딛고 이 잡지는 지금까지 1만5000권 가까이 팔렸다.

임미진 폴인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