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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해로운 식물 15종 동물 8종…생김새·특징 알아보고 우리 생태계 지키자

중앙일보

입력

최근 SNS에서 ‘인생샷’ 배경으로 화제가 됐던 곳이 있습니다. 바로 갈대처럼 생긴 ‘핑크뮬리’가 넓게 펼쳐진 분홍빛 들판이죠. 눈길을 사로잡는 예쁜 사진을 남기는 장소로 인기를 끌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일부러 핑크뮬리를 심기도 했어요. 벼과 식물인 핑크뮬리의 원산지는 북아메리카. 해외에서 들어온 이 식물이 우리나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죠. 핑크뮬리가 생태계 교란 생물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생태계 교란 생물이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의 자연을 위협하는 생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어 봐요.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사진=이원용(오픈스튜디오)·국립생태원, 동행취재=김가영(경기도 용인신봉초 5)·김동헌(서울 목운초 6)·장희우(경기도 위례푸른초 5) 학생기자, 자료=환경부·국립생태원

생태계 교란 생물이 뭘까
‘교란(攪亂)’은 어떤 상황이나 마음을 뒤흔들어서 어지럽고 혼란스럽게 하는 것을 말합니다.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건 외부 요인으로 인해 기존 생태계의 일부가 파괴되는 등 질서가 어지럽혀지는 것을 뜻하죠. 새로운 생물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생태계가 변화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하지만 일부 외래생물은 급격한 환경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이로 인해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면서 본래 기능을 상실하게 만드는 등 문제가 됩니다.

원래 서식지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결과 생물다양성을 위협하게 된 경우 ‘침입외래생물’이라고 부릅니다. 정부는 우리나라에 들어온 침입외래생물 중에서 생태계에 끼치는 악영향의 정도가 큰 것을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하고 특별히 관리하죠. 현재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된 것은 총 23개 종으로, 뉴트리아·큰입배스·파랑볼우럭·황소개구리·붉은귀거북속·꽃매미·붉은불개미·가시박·단풍잎돼지풀·돼지풀·서양금혼초·미국쑥부쟁이·가시상추·서양등골나물·양미역취·애기수영·도깨비가지·물참새피·털물참새피·갯줄풀·영국갯끈풀 등입니다.

우리나라에 어떻게 오게 된 걸까
식용·애완용·연구용 등의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수입되기도 하고, 목재·수입물품 등에 붙어 의도치 않게 유입되기도 해요. 황소개구리·큰입배스·파랑볼우럭(블루길)의 경우 식용으로 들어온 대표 사례죠. 붉은귀거북은 사람들이 애완용으로 구입했다가 기르기 어려워지자 자연에 풀어 생태계로 들어가게 됐고요. 등검은말벌은 부산항으로 수입된 목재에 딸려 들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거리가 가까운 국가 사이에서는 바람·강물·바닷물의 흐름을 타고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오기도 해요. 갯줄풀·영국갯끈풀은 바다를 통해 우리나라 해안에 왔을 것으로 추측하죠.

김가영·장희우 학생기자가 서양등골나물을 함께 뽑고 있다. 서양등골나물은 식물의 생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만들어 주변 식물들이 자라는 것을 방해한다.

김가영·장희우 학생기자가 서양등골나물을 함께 뽑고 있다. 서양등골나물은 식물의 생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만들어 주변 식물들이 자라는 것을 방해한다.

왜 골칫덩이가 됐을까
생태계 교란 생물은 대부분 빠른 성장과 번식 능력,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 능력, 다양한 먹이와 환경에서의 생존 능력을 갖추고 있어요. 곤충의 경우 우리나라에 아직 천적이 없고 토착 식물들이 이를 방어할 능력을 갖추지 못해 문제가 되기도 하죠. 황소개구리·큰입배스·파랑볼우럭은 덩치가 크고 육식성이어서 우리나라 토착종을 잡아먹는 최상위 포식자가 됐고요. 뉴트리아도 덩치가 큰 데다 식욕이 왕성해 주변 생물들을 마구 잡아먹고, 또 사람들이 쌓아둔 둑에 구멍을 내곤 해서 문제죠. 돼지풀처럼 사람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거나 황소개구리처럼 질병을 전파하는 경우도 있어요. 큰입배스는 토종 물고기뿐 아니라 수질 정화 기능을 하는 민물새우를 많이 잡아먹어 물 오염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외래생물은 다 나쁜 걸까
모든 외래생물이 해로운 건 아니에요. 옛날 문익점이 가져왔던 목화씨도 사실 외래생물이라고 할 수 있죠. 우리가 흔히 알고 자주 이용하는 생물종 중에도 외래생물이 많아요. 공기정화 식물로 인기인 산세베리아, 상큼한 과일 블루베리, 맛있는 밥이 되는 벼의 새로운 품종, 그리고 지금은 너무 익숙한 감자와 고추 등. 이러한 외래생물은 ‘귀화생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지역의 생태계에 적응해 한 세대를 온전하게 완성하며 자생하게 된 외래생물을 가리키죠. 대부분의 외래종은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주죠.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유입된 외래생물은 총 2167종으로 조사됐어요. 2009년에 894종이었던 것에 비해 5년 만에 약 2.5배가 늘어났죠.

신청옥(서 있는 사람) 생태해설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생태계 교란 식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청계천 주변에는 단풍잎돼지풀과 환삼덩굴, 서양등골나물이 많이 자라고 있다.

신청옥(서 있는 사람) 생태해설사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생태계 교란 식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청계천 주변에는 단풍잎돼지풀과 환삼덩굴, 서양등골나물이 많이 자라고 있다.

생태계 교란 생물을 발견하면 어떻게 할까
생태계 교란 생물은 법적으로 수입·반입·사육·재배·방사·이식·양도·양수·보관·운반·유통이 금지됩니다. 일부 학술연구용·교육용·전시용 등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자연환경에 노출될 우려가 없다고 판단되는 때에만 수입이 가능해요. 꽃이 예쁘다고 가져와 심거나, 자연에서 발견한 생태계 교란 동물을 포획해 집에서 키우는 것과 같은 행동은 모두 불법이죠. 살아있는 상태에서 이동시키거나 판매하는 것도 안 되고요. 일반 시민들은 직접 해당 생물을 제거하려고 하기보다, 지방 환경청(한강유역·낙동강유역·금강유역·영산강유역·원주지방·대구지방·전북지방)에 전화해 발견한 위치와 관찰한 정보를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생태계 교란 생물 관리를 담당하는 지방 환경청에서는 동물의 경우 안락사 매뉴얼에 따라 처리하고, 식물은 씨앗이나 뿌리를 통해 확산되지 않도록 마대 자루에 담아 말리거나 불에 태웁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무엇보다 반려생물에 책임감을 갖는 것이 중요해요. 관상용·애완용으로 집에 들인 동·식물을 생태계에 아무렇게나 방류하는 사례가 많거든요. 처음에는 작고 예뻐서 기르기 시작했다가 싫증이 나거나 관리하기 어려워지면 그냥 버리는 거죠. 우리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외래생물로부터 생태계를 안전하게 지키려면 지속적인 감시도 필요한데요. 외래종의 확산·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어요. 전문 연구자들이 외래생물의 실태를 꾸준히 조사하고 있지만, 일반 시민들도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네이처링 웹사이트(www.naturing.net)나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네이처링’으로 생물다양성 관측 네트워크에 자연관찰 결과를 올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어요.

위해 식물 제거 대작전
우리 주변에는 생태계 교란 생물이 얼마나 있을까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직접 청계천에 나가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위해(危害·위험과 재해) 식물’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청계천 생태학교에서 신청옥 생태해설사가 김가영·김동헌·장희우 학생기자를 맞았어요. 먼저 신 해설사가 물었죠. “위해 식물이란 과연 뭘까요.” 가영이가 대답했어요. “생태계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식물 아닌가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청계천 주변의 생태계 교란 식물을 제거하는 데 나섰다. 김동헌(맨 오른쪽) 학생기자가 뿌리째 뽑은 단풍잎돼지풀을 들어 보였다. 김가영(왼쪽)·장희우 학생기자가 잡고 있는 자루 속에는 학생기자단이 제거한 위해식물이 가득 담겼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청계천 주변의 생태계 교란 식물을 제거하는 데 나섰다. 김동헌(맨 오른쪽) 학생기자가 뿌리째 뽑은 단풍잎돼지풀을 들어 보였다. 김가영(왼쪽)·장희우 학생기자가 잡고 있는 자루 속에는 학생기자단이 제거한 위해식물이 가득 담겼다.

“맞아요. 현재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된 것 가운데 식물은 총 15종이에요. 이곳 청계천 생태학교 주변에는 그중에서도 단풍잎돼지풀·환삼덩굴·서양등골나물이 많이 자라고 있죠. 단풍잎돼지풀은 가시가 있고 잎사귀 양면에 털이 있어요. 사람 키만큼 크게 자라는 것도 많죠. 서양등골나물은 그늘을 좋아해요. 소나무가 우거진 곳에는 원래 풀이 잘 자라지 않는데 서양등골나물은 많이 자란답니다. 외국에서는 이 풀을 먹은 소의 우유는 쓰지 않도록 한다고 해요. 환삼덩굴의 경우 일부에서는 제거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어요. 네발나비가 환상덩굴을 좋아해서 알을 낳기 때문이죠. 하지만 청계천 일대에서는 너무 많이 자라 제거해야 해요.”

신 해설사는 위해 식물들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사진도 보여줬어요. “생김새를 잘 기억해두고 비슷하게 생긴 다른 식물을 뽑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당부했죠. 위해 식물을 제거할 땐 뿌리까지 뽑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어요. 땅속에 뿌리가 남아 있으면 다시 자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또 피부를 보호할 수 있는 복장도 중요해요. 긴소매 옷, 긴 바지, 장갑, 팔 토시 등을 준비하는 게 좋죠. 작업 중에는 식물의 가시·풀독·꽃가루 등을 조심해야 하고요. 작업이 끝난 후에는 옷·신발·가방·소지품 등을 잘 털어야 해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위해 식물의 씨를 묻히고 돌아다니다가 다른 곳에 퍼뜨릴 수 있으니까요.

이제 밖으로 나가 본격적으로 위해 식물을 제거할 차례입니다. 청계천 생태학교에 들어올 때 모두가 지나왔던 입구 근처에서 단박에 단풍잎돼지풀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길이지만, 위해 식물에 대해 배우고 나서 자세히 살펴보니 길가에 수북하게 자란 단풍잎돼지풀들이 눈에 들어왔죠. 동헌이는 사진으로 봤던 단풍잎돼지풀을 금방 알아보고 풀의 아랫부분을 단단히 잡고 쑥 뽑아냈죠. 뽑힌 풀은 뿌리에 묻은 흙을 살살 털어준 뒤 튼튼한 마대 자루에 담습니다. 신 해설사는 “다행히 비가 온 다음 날이라 땅이 부드러워 풀이 비교적 잘 뽑히는 편”이라고 말했어요. 동헌이는 “어떤 건 잘 뽑히지만 어떤 건 잘 안 뽑힌다”고 대답했죠. 가영이와 희우도 눈에 띄는 단풍잎돼지풀들을 열심히 뽑았어요. 소중 기자단의 키보다 크게 자란 풀은 셋이 힘을 합쳐 뽑기도 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환삼덩굴 잎사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위해식물을 제거할 땐 비슷하게 생긴 다른 식물을 뽑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환삼덩굴 잎사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위해식물을 제거할 땐 비슷하게 생긴 다른 식물을 뽑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리를 옮기자 환삼덩굴을 볼 수 있었어요. 가시가 있기 때문에 제거할 때 특히 조심해야 하죠. 다른 나무를 칭칭 감고 있는 데다 줄기가 가늘어서 잡아당기면 툭 끊어지기 일쑤였어요. 덩굴을 떼어내면서 아래쪽으로 따라 내려가야 뿌리까지 제거할 수 있죠. 무성한 수풀 사이로 성큼성큼 들어가서야 간신히 뽑을 수 있었어요. 신 해설사는 “환삼덩굴의 어린잎은 나물로 먹을 수도 있다”고 귀띔했어요. 하지만 그대로 놔두면 다른 식물을 죽게 만들어 문제가 되죠. 환삼덩굴을 어렵게 뽑은 다음에는 수돗가 구석에서 서양등골나물을 찾아냈어요. 그늘을 좋아한다는 설명 그대로였죠. 신 해설사는 “서양등골나물은 꽃이 피기 전에 제거해야 한다”고 설명했어요. 꽃이 피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가루가 날리기 때문인데요. 아직 꽃이 피지 않은 지금 열심히 뽑아버려야 하죠.

구슬땀을 흘리며 위해 식물 제거에 몰두하다 보니 어느새 커다란 마대 자루 두 개가 뽑힌 풀로 가득 찼습니다. 소중 기자단은 힘을 합쳐 무거운 자루들을 한곳에 모았어요. 자루에 담은 위해 식물은 담당 처리부서에서 수거해 갑니다. 이날 가장 많이 뽑힌 위해 식물은 단풍잎돼지풀이었죠. 소중 기자단은 “이제 어디에서든 단풍잎돼지풀은 확실히 알아볼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외쳤어요. 신 해설사가 말했어요. “아까 함께 살펴본 것처럼 이곳에는 산초나무·부들·접시꽃·수양버들·슈크렁 등 여러 식물이 자라고 있어요. 이처럼 아름다운 풀과 나무들이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게 하려면 주변에 위해 식물이 없는지 관심을 갖고 잘 관찰하면 좋겠습니다.”

학생기자 취재 후기
직접 생태계 교란 식물을 제거해봤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식물은 환삼덩굴이었습니다. 환삼덩굴은 다른 식물을 감고 올라가 죽게 하는 식물이었어요. 생각보다 굵고 다른 식물을 둘러싸고 있어 제거하기도 힘들었죠. 또 단풍잎돼지풀 등 다른 생태계 교란 식물도 관찰하고 제거했어요. 우리 주변에 이렇게 많은 생태계 교란 식물이 자라고 있다니 너무 신기했습니다. 비록 힘들고 더웠지만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김가영(경기도 용인신봉초 5) 학생기자

이번 취재 전에는 위해 식물이 무엇인지 또 어떤 면에서 생태계를 교란하는지 몰랐어요. 청계천에서 학생기자 친구들과 생태계 교란 식물을 제거하면서 가시에 찔리고 땀나고 쓸리기도 해서 힘들었지만, 여러 동·식물이 조화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된다는 생각에 열심히 했죠. 뜻깊고 보람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생태계 교란 식물을 제거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단체가 많이 있으면 좋겠어요. 김동헌(서울 목운초 6) 학생기자

여러 위해 식물을 알아보고 직접 제거해보니 자연과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어요. 화단이나 산에서도 많이 봤던 것 같은 식물들이 생태계 교란 식물이라는 걸 알고 충격적이었어요. 환삼덩굴이 다른 식물의 줄기를 끈질기게 붙잡고 있는 모습을 보니 왜 제거 대상인지 단번에 이해가 됐죠. 마대 자루가 꽉 찰 때마다 자연을 도와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뿌듯했어요. 앞으로는 식물들을 볼 때 유해 식물인지 잘 살펴보게 될 것 같아요. 장희우(경기도 위례푸른초 5)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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