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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조국 가족 논란 넘어 불공정 대입 재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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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문재인

문재인(얼굴) 대통령이 1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문제와 관련해 첫 번째 메시지를 냈다. “조 후보자 가족을 둘러싼 논란이 있는데 이 논란의 차원을 넘어서 대학 입시 제도 전반에 대해서 재검토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날 오후 5박6일 일정으로 태국·미얀마·라오스 등 동남아 3개국 순방에 오르기 전이었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조 후보자 논란이 장기화되는 와중에도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성남 서울공항 귀빈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환담을 하면서 이처럼 말했다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젊은 세대의 깊은 상처’라는 표현을 썼다.

문 대통령, 조 후보 딸 의혹 첫 언급 #“젊은 세대에 깊은 상처 되고있다” #야당 “제도 탓해…달나라 현실인식” #증인 이견 오늘 청문회 무산 위기 #증인 채택 놓고 종일 힘겨루기 #여당, 오늘 법사위 전체회의 요구 #청문회 불발 땐 임명 강행 가능성 #한국당 “조국 임명, 후폭풍 클 것”

“그동안 입시 제도에 대한 여러 개선 노력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입시 제도가 공평하지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 특히 기회에 접근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 깊은 상처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면서다. 그런 뒤 “공정의 가치는 경제 영역에 한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회 영역, 특히 교육 분야에서도 최우선의 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윤 수석은 밝혔다.

조 후보자 딸은 2010년 고려대 수시모집에서 어학특기자 전형 중 하나인 ‘세계선도인재 전형’으로 입학했다. 이 과정에서 자기소개서에 ‘단국대 의대 논문 제1저자’라는 사실 등을 적시했고, 이 문제가 ‘황제스펙’ 논란을 거쳐 대학가 촛불 집회 등으로 번졌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이러한 20대의 분노를 수용하는 발언이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이제 와서 제도 탓하며 조국 후보자를 비호하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달나라에 가 있다. 제도 개선, 공정의 회복 모두 조국 후보자 사퇴 및 지명철회 이후 가능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대입제도 재검토 지시와 조 후보자 거취 문제는 분리해서 접근하고 있다. 한마디로 둘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당초 국회는 9월 2~3일 이틀간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1일까지도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사실상 2~3일 청문회 개최는 무산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이럴 경우에는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해야 한다는 기류가 청와대와 민주당엔 우세하다.

한국당 “조국 부인 청문회 증인 꼭” 민주당 “동생까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협상은 폐장 분위기다.

국회 법사위원회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송기헌 민주당 법사위 간사가 오늘(1일) 오전 가족 증인과 관련, ‘더 이상의 협상 여지는 없다’고 알려 왔다”고 전했다. 당초 여야가 합의했던 9월 2~3일 청문회는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다만 민주당이 2일 오전 10시 법사위 전체회의 개의를 요구하기로 한 것이 막판 변수다. 당일치기 협상을 계속해 보겠다는 의미다.

◆증인 없는 청문회는 야당이 거부=일단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법사위는 열 수 있다. 한국당 소속 여상규 국회 법사위원장은 “일정 수 이상의 의원들이 회의를 열자고 하면 개의는 된다. 그러나 회의를 계속할지는 얘기를 들어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들어보고 별 진전이 없으면 조기에 회의를 해산시킬 수 있다는 뉘앙스였다.

이처럼 9월 2~3일 청문회가 물 건너갈 위기에 처한 것은 증인 문제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여야가 원래 합의한 9월 2~3일 청문회를 열 경우에는 사실상 ‘증인 없는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1일부터 조 후보자 동생은 당일 증인으로 부를 수 있다는 쪽으로 물러섰다. 당초 가족증인은 부를 수 없다는 입장에서 물러섰다. 하지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당은 ▶가족(부인·처남 등)이 전액 출자한 사모펀드 ▶웅동학원 채권 가족 간(모친·동생·전 제수 등) 소송 의혹 ▶딸 입시 및 장학금 관련 의혹 등을 물어보려면 가족, 특히 부인이 나와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양측이 ‘부인은 반드시’ ‘동생까지만’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 2일 국회 법사위에서 돌파구를 찾기는 어려워질 것이란 분석이다.

◆9월 5일 이후 청문회는 민주당 거부=9월 2~3일 청문회 무산 시 시기를 늦추는 방법이 있다. 한국당은 이미 ‘청문회 연기론’을 내놓고 있다.

“오늘(1일) 증인채택요구서를 의결하면 5~6일 청문회가 가능하다”(나경원 원내대표)는 것이다. 청문회 증인에겐 출석 5일 전 요구서가 가야 하기 때문이다. 나 원내대표는 “9~10일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일 “부인과 동생만 증인으로 부르고 청문회는 5~6일에 열자”는 중재안을 냈다. 하지만 민주당은 “날짜는 절대 바꿀 수 없다”(송기헌 의원)고 못박았다. 이미 2~3일 청문회도 법정시한을 넘겼다는게 여권의 인식이다.

◆청문회 없이 임명강행 가능성 커져=양당이 청문회를 여는 데 실패하면 공은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에게로 넘어간다.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하고, 경과보고서를 보내지 않으면 문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기간 중에 보고서를 다시 보내 달라고 하는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다. 국회가 재송부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다면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

청문회가 무산될 경우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것인지에 대해 문 대통령은 출국 전 구체적인 언급을 하진 않았다. “좋은 사람을 발탁하기 위해 청문회 제도가 도입됐는데, 정쟁화돼 버리면 좋은 사람을 발탁하기 어렵다. 실제로 (장관 제안에)고사한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여권에선 문 대통령이 6일(금요일) 귀국하는 만큼 그때까지 국회에 제출 시한을 주고, 그래도 불발로 끝나면 9일(월) 임명하는 방안, 그보다 이르게 해외에서 전자결재로 임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한국당은 “조 후보자 임명 강행 시 후폭풍은 엄청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위문희·한영익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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