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호인단이 29일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뇌물공여죄 인정은 다소 아쉽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에 대한 2심 판단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뇌물 액수가 36억원에서 86억원으로 늘어난 만큼 변호인단은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의 실형을 피하기 위한 전략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분께 절망·심려 끼쳐 송구”
이 부회장의 변호를 맡은 이인재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이날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금품 지원에 대해 뇌물 공여죄를 인정한 것은 다소 아쉽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정유라에게 말을 지원한 것 등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부회장이 승마 지원에 수동적으로 임한 점이 파기환송심에서 쟁점이 될 수 있다.
이 대표 변호사는 “형이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죄와 뇌물 액수가 가장 큰 재단 관련 뇌물죄가 무죄로 확정된 점, 삼성이 어떠한 특혜를 받지 않았음을 인정한 점에서 이번 판결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산국외도피죄는 액수가 50억원 이상일 때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하게 돼 있다.
그는 “말 자체를 뇌물로 인정한 것은 이미 원심에서도 말의 무상 사용을 뇌물로 인정하였기 때문에 사안의 본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 부분에 대해선 대법원에서 별개 의견이 있었음을 상기해 달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피고인들은 이번 일로 많은 분께 절망과 심려를 끼치게 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