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논란 중심에 있던 두산 오재원, 홈스틸로 부활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두산 베어스 주장 오재원(34)이 환상적인 홈스틸로 부활할까.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8회말 2사 만루 상황, 두산 신성현 삼진때 3루주자 오재원이 도루로 홈인한 후 기뻐하고 있다. [뉴스1]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8회말 2사 만루 상황, 두산 신성현 삼진때 3루주자 오재원이 도루로 홈인한 후 기뻐하고 있다. [뉴스1]

오재원은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 홈 경기에 대주자로 출전해 기가 막힌 홈스틸을 성공시켰다. 3-2로 앞선 8회 말 볼넷으로 걸어나간 최주환의 대주자로 나서 3루까지 갔다. 2사 만루에서 오재원은 계속 SK 투수 박민호를 주시했다.

타석에 들어선 신성현이 2볼-2스트라이크에 몰리자 오재원은 홈으로 뛸 시동을 걸었다. 박민호가 마운드에서 고개를 숙이고 로진을 만지는 사이 오재원은 재빨리 홈을 훔쳤다. 박민호가 바로 알아채고 포수 이재원에게 공을 던졌지만 오재원의 발이 더 빨랐다. 오재원은 홈을 훔치고 격한 세리머니 없이 유유히 더그아웃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 추가점으로 두산은 4-2로 점수 차를 늘렸다. 허가 찔린 SK는 9회 초에 중심타선 최정, 한동민, 제이미 로맥이 차례대로 나왔지만 제대로 힘을 못 쓰고 삼자범퇴로 고개를 숙였다. 만약 오재원의 추가 득점이 없었다면, 장타력이 있는 SK에게 재역전을 허용했을 수 있다.

오재원은 경기 후 "1점이라도 올리고 싶어서 타이밍을 계속 보고 있었다. 1사에서 시도하기에는 무모한 것 같아서 2사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시도했다"고 말했다. 코칭 스태프가 먼저 지시한 것은 아니었다. 김민재 두산 코치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박민호가 투구 전 고개를 숙여 로진을 만드는 루틴이 있는 것을 간파한 오재원의 재치가 올해 첫 홈스틸을 만든 것이다.

단독 홈도루, 즉 홈스틸은 프로야구에선 통산 37번째다. 올 시즌에는 처음이었다. 두산 선수가 단독 홈스틸에 성공한 건 1988년 9월 4일 롯데 자이언츠전 송재박, 1998년 5월 5일 LG 트윈스전 정수근에 이어 3번째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팀에서 주루 센스가 가장 뛰어난 주장 오재원의 홈 스틸이 결정적으로 승리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땅볼 타구를 맨손으로 잡아 1루로 송구하고 있는 오재원. [뉴스1]

땅볼 타구를 맨손으로 잡아 1루로 송구하고 있는 오재원. [뉴스1]

2007년 프로에 데뷔한 오재원에겐 올해는 가장 우울한 시즌이다. 통산 13시즌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타율 0.164, 3홈런, 18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타율 0.313, 15홈런, 81타점을 올린 것과는 너무 대조적인 성적이다. 타격이 잘 되지 않으면서 수비도 불안했다. 주장이라는 임무를 맡은 것까지 부담으로 다가올 정도였다. 결국 오재원은 주전에서 밀려나 대수비로 많이 나왔다.

김 감독은 지난 4월 2군으로 보냈지만 5월에 1군에 복귀한 후에도 살아날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두산도 시즌 중반 SK와 선두 싸움에서 뒤처졌고, 키움 히어로즈에도 밀려 3위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최근 6연승을 달리면서 2위 자리를 굳히고 SK를 4.5경기 차로 쫓고 있다. 오재원도 8월에는 타율 0.269를 기록하는 등 적극적인 주루와 수비로 팀 상승세에 보탬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박소영 기자 psy0914@h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