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온 국민 주시하는 조국 수사…‘면죄부’ 꼼수 안 통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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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이 어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주변에서 동시다발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로써 조 후보자가 연루된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국무위원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전에 압수수색을 동반한 수사를 받게 된 것은 전례가 없다. 게다가 그 대상자가 검찰을 관장하는 법무부의 수장으로 지명된 후보자라서 더욱 참담한 사태다.

‘짜고 치는’ 수사라면 윤석열의 국민 배신 #정권의 수사 개입은 국민의 공분 부를 것 #조 후보자 지금이라도 냉철한 선택해야

조 후보자 관련 의혹은 도덕성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위법 행위로 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이미 10여 건의 고소·고발이 이뤄지기도 했다. 따라서 검찰 수사는 불가피했다. 하지만 본격 수사 착수 시기가 정치권·법조계 등의 일반적 예상보다 빨랐고, 수사를 일반 형사부가 아닌 특수부가 맡았다는 점에서 일단 검찰이 수사 의지를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국민과 언론은 앞으로 크게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수사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다. 첫째는 과연 검찰이 ‘진짜’ 수사를 하느냐다. 국민 중 상당수는 지금 이 수사가 면죄부 발급을 위한 ‘짜고 치기’ 수사가 아니냐는 의문을 품고 있다. 어제 압수수색에서 조 후보자 거주지가 제외된 것도 그런 의구심을 키운다. 검찰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마지못해 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드루킹·환경부 사건과 전 정부 ‘적폐’ 수사의 방법·범위·강도가 크게 달랐다는 것은 검찰 스스로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만에 하나 검찰이 여론 무마 차원에서 조기 수사에 착수했다면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엉터리 수사는 ‘윤석열 검찰’을 믿는 국민에 대한 배신이며, 또 한 차례의 검찰 몰락을 의미한다. 조 후보자의 사퇴나 대통령의 지명 철회가 이뤄진다 해도 수사는 엄정하게 계속 진행돼야 한다.

둘째는 권력의 부당한 개입 여부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어제 압수수색에 대해 “검찰 개혁을 방해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가 부적절하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이다. 그의 말이야말로 ‘수사를 방해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와 여당이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거나 수사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곧바로 정권이 국민의 공분이라는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검찰 저항’ 음모론 정도로 수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조 후보자는 지금이라도 무엇이 과연 현명한 선택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기 바란다. 법원이 동생 집, 웅동학원, 단국대 의대, 서울대 환경대학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내줬다는 것은 판사가 위법 가능성을 상당히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피내사자 또는 피의자 신분으로 청문회장에 가야 한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지금 상당수 시민은 ‘자신·친족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당할 염려가 있는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는 국회 인사청문회법 조항을 방패로 삼아 청문회에서 예민한 질문을 피해 갈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청문회에서 소상히 밝히겠다”고 공언해 놓고도 그런 태도를 보인다면 국민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조 후보자에게 권한다. 이 상태로 청문회가 열리고, 임명이 강행된다 한들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 냉정하게 판단해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