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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감염병 한국 공중보건에 위협” 글로벌펀드 피터 샌즈 사무총장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27일 오후 서울 중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말라리아와 결핵 퇴치를 위한 고위급 심포지엄'에서 피터 샌즈 글로벌펀드 사무총장이 '말라리아 결핵 퇴치를 위한 투자'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후 서울 중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말라리아와 결핵 퇴치를 위한 고위급 심포지엄'에서 피터 샌즈 글로벌펀드 사무총장이 '말라리아 결핵 퇴치를 위한 투자'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주민들의 결핵 감염은 심각한 수준이다. 말라리아도 만연해있다. 이러한 북한의 감염병을 방치하면 한국의 보건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27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만난 피터 샌즈(57) 글로벌 펀드 사무총장은 한국에 대해 이런 우려를 전했다. 글로벌 펀드는 에이즈ㆍ결핵ㆍ말라리아 퇴치를 위해 2002년 설립된 국제협력기구다. 각국 정부와 민간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매년 100여개국에서  40억달러(4조8520억원) 규모의 질병 퇴치 사업을 진행한다. 샌즈 총장은 우리 정부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말라리아 및 결핵 퇴치를 위한 고위급 심포지엄’ 기조 발표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샌즈 총장은 글로벌펀드의 목적에 대해 “한 국가 안에서도 빈곤하고 소외된 계층일수록 질병에 취약하다. 이들의 질병은 국가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나만 건강하게 잘 산다는건 의미가 없다. 감염병은 국경을 넘나들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글로벌펀드는 ‘아무도 소외되지 않도록’ 가장 빈곤하고 소외된 이들부터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에도 모기장과 치료약만 있어도 살릴 수 있는 수많은 목숨이 희생됐다. 지난 17년간 글로벌펀드는 2700만명의 목숨을 에이즈ㆍ말라리아ㆍ결핵으로부터 지켜냈다”고 말했다.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7 '프로덕트 레드'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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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펀드 기금의 93%는 각국 정부가 낸 돈으로 조성된다. 미국이 가장 많이 기여하고 프랑스ㆍ영국ㆍ독일ㆍ일본이 뒤를 잇는다. 한국은 2004년부터 4000만달러(460억원)의 기여금을 냈다. 샌즈 총장은 “한국은 단시간에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발전한 나라다. 공여국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기부왕은 빌게이츠가 출연한 빌&멜린다 재단이다. 아이폰 레드 등 제품을 살 때마다 수익 일부를 기부하는 ‘프로덕트 레드’도 글로벌펀드의 작품이다.

글로벌펀드는 2010년부터 북한에 결핵ㆍ말라리아 백신을 지원해왔지만 지난 6월 지원을 중단했다. 샌즈 총장은 “우리가 지원한 돈이나 자원이 어떤 식으로 집행되는지, 효과가 있는지 면밀하게 측정한다. 북한의 경우는 이런 검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원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펀드의 대북 지원은 큰 효과를 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해 연구에 따르면 북한의 신생아 결핵 예방접종률은 2010년을 기점으로 97~98%까지 뛰어올라 남한 수준(99.8%)에 근접했다. 글로벌펀드를 비롯한 국제사회 지원 덕분이다. 1998년 1000명당 92.3명에달하던 5세미만 영유아 사망률이 2017년 24명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북한 인구의 25%가 필수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태다. 170만 명의 어린이가 치명적인 질병에 걸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샌즈 총장은 “북한 주민 건강 상태가 나쁘다는 사실을 알고있고, 적극 지원하고 싶다. 검증에 동의만 해준다면 지원을 재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북한에 에이즈 환자가 급증한다는 소식에 대해서도 “북한 당국은 공식적으로 에이즈 환자가 0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만약 에이즈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고 지원을 요청하면 에이즈에 대한 지원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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