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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스와 맞짱뜬 최고 싸움닭···'중국판 람보' 새 대변인 떴다

중앙일보

입력

중국의 ‘입’으로 불리는 외교부 대변인 명단에 중국 외교관 중 최고의 ‘싸움닭’으로 평가되는 자오리젠(趙立堅)이 이름을 올려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주말 홈페이지를 경신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신문국 부국장은 중국 외교관 중 가장 인기 있는 인터넷 스타이자 '싸움닭'으로 유명하다. 직설적이고 거친 표현에 재치까지 갖추고 있다. [중국청년망 캡처]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신문국 부국장은 중국 외교관 중 가장 인기 있는 인터넷 스타이자 '싸움닭'으로 유명하다. 직설적이고 거친 표현에 재치까지 갖추고 있다. [중국청년망 캡처]

눈에 띄는 건 이달 초 전 파키스탄주재 중국대사관에서 공사참사로 일하다 귀국한 자오리젠이 외교부 대변인 부처인 신문국 부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무역전쟁을 벌이는 미국과 하루가 멀다고 격한 설전을 주고받는 중국이 화력을 대폭 보강한 셈이다.
중국 언론은 크게 반기는 모습이다. 중국청년망(网)은 그를 트위터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랑(戰狼)’ 외교관이라고 소개했다. 전랑은 ‘전투 늑대’로 해석할 수 있는데 2015년 ‘전랑’이란 이름의 애국주의 영화가 중국에서 상영돼 커다란 인기를 누렸다.
중국 특수부대 출신의 주인공이 외국인 용병부대(미국 특수부대 출신)의 중국 침입을 격퇴하는 줄거리로 중국판 람보 영화란 말을 듣는다. 자오리젠이 중국 외교관 중에서 바로 그 영화의 싸움 잘하는 주인공에 비유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주말 홈페이지를 경신했다. 주요 내용은 인터넷 스타 자오리젠 전 파키스탄주재 중국대사관 공사참사를 대변인실 부처인 신문국의 부국장으로 발탁한 것이다. [중국청년망 캡처]

중국 외교부는 지난 주말 홈페이지를 경신했다. 주요 내용은 인터넷 스타 자오리젠 전 파키스탄주재 중국대사관 공사참사를 대변인실 부처인 신문국의 부국장으로 발탁한 것이다. [중국청년망 캡처]

그의 과거 주요 싸움 무대는 트위터상이다. 중국에선 트위터 사용이 금지돼 있지만, 그는 2010년 5월부터 트위터를 사용해 지금은 20만 팔로워를 거느린 중국 외교관 중 최고 인기의 인터넷 스타, 즉 '왕훙(网紅)'이다. 이제까지 5만 1000건의 트윗을 날렸다. 하루 평균 15건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자오리젠의 트윗은 외교관답지 않게 직설적이고 거친 표현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시절 미국의 유엔대사를 맡았던 수잔 라이스와 벌인 설전이다. 자오리젠이 트위터에 먼저 글을 올린 게 발단이 됐다.
지난 7월 13일 자오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 22개 국가가 중국의 신장위구르 자치구 내 ‘재교육 수용소’를 비판한 데 대한 항의 표시로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를 거론했다.
“만일 당신이 워싱턴에 사는 백인이라면 남동부 쪽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지역은 흑인과 라틴계 거주지역이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이를 본 수잔 라이스 전 대사가 격분해 댓글을 달았다.

수잔 라이스 전 유엔주재 미 대사는 지난 7월 자오리젠에게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을 퍼부으며 추이톈카이 미국주재 중국대사에게 "자오리젠을 본국으로 송환하라"고 요구했다. [중국청년망 캡처]

수잔 라이스 전 유엔주재 미 대사는 지난 7월 자오리젠에게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비난을 퍼부으며 추이톈카이 미국주재 중국대사에게 "자오리젠을 본국으로 송환하라"고 요구했다. [중국청년망 캡처]

“당신은 인종차별주의자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게다가 놀랄 정도로 무식하다. 추방당해 맞다”는 맹비난을 쏟아냈다. 그리고 미국주재 중국대사 추이톈카이(崔天凱)를 향해 “추이 대사, 올바른 일을 하세요. 그(자오리젠)를 본국으로 돌려보내시오”라고 요구했다.
당시 파키스탄 중국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자오가 즉각 반발했다. 15일 라이스를 향해 “당신도 참 부끄러운 사람이고 또 놀랄 정도로 무식하다”며 “나는 이슬라마바드에서 일하고 있다”고 썼다.
또 자신이 미국의 치부를 꼬집은 점에 대해 “진실은 아픈 법”이라며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낙인을 찍는 당신이 수치스럽다, 역겹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나중에 자오의 계정에서 이 트윗 싸움은 지워졌다.

수잔 라이스 전 유엔주재 미 대사로부터 "인종차별주의자"란 비난을 들은 자오리젠은 "진리를 말하는 사람을 인종차별주의자라 몰아붙이는 당신이 역겹다"고 반격했다. [중국청년망 캡처]

수잔 라이스 전 유엔주재 미 대사로부터 "인종차별주의자"란 비난을 들은 자오리젠은 "진리를 말하는 사람을 인종차별주의자라 몰아붙이는 당신이 역겹다"고 반격했다. [중국청년망 캡처]

그러나 이 같은 싸움을 보고 영국의 BBC는 “중국의 외교관이 갈수록 ‘전랑화(戰狼化)’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방 국가의 중국 비판에 대해 중국 외교관이 이젠 더 이상 참지 않고 직접적이고 강경한 어투로 적극적인 반박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자오리젠은 거칠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는 중국 외교관 중 가장 인기 있는 인터넷 스타라는 왕훙이 될 수 없다. 재치 또한 번득인다. 지난 5월 13일 그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화웨이(華爲) 로고가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자오리젠은 지난 5월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왜 중국 민간기업 화웨이를 싫어하는지 그 비밀이 밝혀졌다"며 그 이유로 "애플을 쪼개면 화웨이가 되기 때문"이라는 장난기 어린 글을 실어 주목을 받았다. [중국청년망 캡처]

자오리젠은 지난 5월 트위터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왜 중국 민간기업 화웨이를 싫어하는지 그 비밀이 밝혀졌다"며 그 이유로 "애플을 쪼개면 화웨이가 되기 때문"이라는 장난기 어린 글을 실어 주목을 받았다. [중국청년망 캡처]

그는 “돌발(Breaking) 뉴스”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왜 중국의 한 민간 기업에 대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할 정도로 싫어하는지 그 이유가 밝혀졌다”고 말했다. 답은 뭘까. 그는 “화웨이는 애플을 쪼개 놓은 것”이라며 애플과 화웨이 로고를 실었다.
장난기 가득한 이 트윗에 블룸버그는 “한 중국 외교관의 화웨이 변호가 유머스럽다”고 감탄해 마지 않았다. 자오리젠은 서방의 중국 비판에 강력하게 반발한다. 그러면서도 재치를 갖추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수비형이 아닌 공세적인 외교를 요구하고 있다. 당과 정부 관리들에게 “중국의 이야기를 잘 알리라”고 다그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자오리젠의 외교부 대변인 부처 입성은 전혀 놀라운 게 아니다.
앞으론 트위터가 아닌 외교부 기자회견을 통해 베이징에 모인 수백 명의 외신을 상대로 설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화춘잉(華春瑩) 신문국 국장의 우아한 변론과 겅솽(耿爽) 대변인의 시원한 답변에 더해 자오리젠의 ‘독설’ 또한 불을 뿜을 전망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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