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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3개 모두 개방한 금강…모래톱 펼쳐지고 물 흐름도 빨라져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일 금강 공주보 하류 유구천 합류지점 부근에 모래톱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사진(드론 촬영) 김종술]

지난 20일 금강 공주보 하류 유구천 합류지점 부근에 모래톱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사진(드론 촬영) 김종술]

좀도요·흰수마자 등 목격돼 #지난해보다 녹조 크게 줄어 #드러난 모래톱에 풀이 무성 #퇴적토 오염물질 더 줄어야

지난 20일 오후 충남 공주시 우성면 옥성리 앞 금강.
공주보에서 1㎞ 하류인 이곳은 지류인 유구천이 합류되는 곳이다. 합류 지점 바로 하류 강변에는 드넓은 축구장 3~4개 넓이의 모래톱이 펼쳐져 있었다.
물가에는 작은 새들이 부지런히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드물게 보이는 좀도요였다.

금강 공주보 하류 모래톱에서 발견된 좀도요. 강찬수 기자

금강 공주보 하류 모래톱에서 발견된 좀도요. 강찬수 기자

모래톱에는 고라니와 삵, 수달 발자국도 선명했다.
취재에 동행한 '금강 지킴이' 김종술 씨는 "지난 12일 금강 하류의 백제보 수문까지 완전히 열리면서 강변에 하얀 모래톱이 새로 드러난 것"이라며 "좀도요처럼 못 보던 새들도 자주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여름 녹조 크게 줄어 

세종시 세종보 구간을 흐르는 금강. 수문 개방으로 드러났던 모래톱에 풀이 무성하게 자랐다. 김성태 프리랜서

세종시 세종보 구간을 흐르는 금강. 수문 개방으로 드러났던 모래톱에 풀이 무성하게 자랐다. 김성태 프리랜서

세종보와 공주보에 이어 최근 백제보 수문까지 모두 열리면서 금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백제보 개방으로 일부 물에 잠겨있던 상류 공주보도 모습을 완전히 드러냈다.
백제보 수문을 완전히 열지 않았을 때는 백제보에 갇힌 물 때문에 공주보 위까지 차올랐지만, 이제는 물이 빠지면서 공주보 아랫부분이 드러난 것이다.

공주보 아래 여울에는 물고기를 잡아먹으려고 몰려든 백로·오리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김 씨는 "블루길·배스 등이 외래종이 대부분이던 물고기 종류도 다양해지면서 여울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환경부 조사에서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인 흰수마자도 보 개방 후 세종보 하류에서 출현하고 있다.

백제보 추가 개방으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공주보 바로 아래에는 여울이 생기고 흐름도 빨라졌다. 강찬수 기자

백제보 추가 개방으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공주보 바로 아래에는 여울이 생기고 흐름도 빨라졌다. 강찬수 기자

호수처럼 고여있던 강물이 흐르면서 세종보의 체류 시간은 1.5일에서 0.3일로, 공주보는 3.7일에서 0.4일로 짧아졌다.

지난해보다 폭염이 덜한 데다 체류 시간까지 짧아지면서 올여름 금강에서는 녹조도 덜하다.

지난해 8월 6일 백제보에서는 유해 남조류인 마이크로시스티스(Microcystis) 세포가 mL당 38만8820개까지 관찰됐으나, 올해는 지난 19일 남조류인 오실라토리아(Oscillatoria)가 mL당 3475개 관찰된 게 가장 많은 것이다.

공주보의 경우도 지난해 8월 8일 마이크로시스티스 세포가 mL당 1만4130개까지 관찰됐으나, 올해는 지난 19일 오실라토리아가 4490개 관찰됐다.
또, 지난해에는 세종보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티스가 1만7185개 관찰됐지만, 올해는 아직은 유해 남조류가 관찰되지는 않았다.

지난해 8월 13일 충남 부여군 백제보 일원의 금강 물줄기가 폭염으로 확산된 녹조로 녹색을 띄고 있다. 당시에는 지하수 고갈을 우려하는 농민의 민원으로 수문을 닫은 상태였다. [뉴스1]

지난해 8월 13일 충남 부여군 백제보 일원의 금강 물줄기가 폭염으로 확산된 녹조로 녹색을 띄고 있다. 당시에는 지하수 고갈을 우려하는 농민의 민원으로 수문을 닫은 상태였다. [뉴스1]

지난 20일 드론으로 촬영한 금강 공주보 하류 모래톱 [사진 김종술]

지난 20일 드론으로 촬영한 금강 공주보 하류 모래톱 [사진 김종술]

공주보나 백제보는 수심이 얕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빈(貧)산소층'도 사라졌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 모니터링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백제보 수심 5m에서는 용존산소량(DO)이 0.2~6.2ppm을 기록했다.
산소 부족으로 물고기가 살아갈 수 없는 용존산소 2ppm 이하의 상태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올 8월에는 수심이 3m로 얕아지면서 8월에도 용존산소가 5.7~8.2ppm을 유지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보 개방으로 인해 지하수 수위는 최대 2.6m까지 낮아졌지만, 취수장 2곳과 양수장 10곳은 취수구 조정 등을 통해 정상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위 저하로 영농 차질이 우려되는 일부 농가에는 지하수 취수정을 뚫도록 지원하기도 했다.

퇴적된 오염물질 정화 필요

20일 금강 세종보에서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보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20일 금강 세종보에서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이 보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김성태 프리랜서

하지만 아직은 금강이 완전히 제 모습을 회복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우선 2017년 가을부터 수문을 완전히 연 상류 세종보 주변 모래톱에는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풀이 가득 자라 있었다.
이번 여름 금강 유역에는 큰비가 내리지 않고, 적은 비만 자주 내리는 바람에 풀이 자라기에 적당한 조건이 갖춰졌다.
특히, 모래톱이 아직 모래와 펄이 뒤섞여 있는 상태여서 풀이 자라는 데 필요한 양분이 충분한 상태다.
공주보 상류도 최근 드러난 모래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풀이 뒤덮고 있었다.

김 씨는 "최근 모래톱에 자란 풀을 뽑기도 했는데, 풀이 자라는 속도가 보통이 아니다"며 "얕은 물 속에는 아직 모래와 펄이 뒤섞여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금강 지킴이 김종술 씨가 공주보 상류의 물속에서 뜬 퇴적토를 들어보이고 있다. 주변에 드러난 모래톱과는 달리 아직 펄이 많고 악취도 심했다. 강찬수 기자

금강 지킴이 김종술 씨가 공주보 상류의 물속에서 뜬 퇴적토를 들어보이고 있다. 주변에 드러난 모래톱과는 달리 아직 펄이 많고 악취도 심했다. 강찬수 기자

이 같은 상황은 환경부가 최근 공개한 '4대강 16개 보 개방·모니터링 종합 분석 보고서(2017년 6월~2019년 6월)'에서도 확인된다.

세종보 퇴적물의 경우 개방 전에는 91%가 모래였고 실트(지름 0.063㎜ 미만)가 8.9%, 점토(지름 0.004㎜ 미만)가 0.1%를 차지했다.
수문 개방 후 지난해에는 모래가 98.3%로 늘어나는 대신 실트는 1.8%로 줄었고, 점토는 관찰되지 않았다.
하지만 퇴적토 속의 유기물 성분(완전연소 가능량)도 1.2%에서 줄긴 했으나 여전히 0.57%를 차지한다.
총질소(TN)·총인(TN) 성분도 줄기는 했지만, 보 개방 후에도 여전히 각각 544ppm(㎎/㎏)과 247ppm 수준을 보였다.

20일 금강 세종보 상류 금남교 주변에서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들이 강바닥 퇴적토를 채취하고 있다.김성태 프리랜서

20일 금강 세종보 상류 금남교 주변에서 국립환경과학원 연구원들이 강바닥 퇴적토를 채취하고 있다.김성태 프리랜서

백제보 등 하류에서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백제보 퇴적물의 총질소 농도는 개방 전 768ppm에서 지난해 개방 후 998ppm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하류 백제보의 경우 상류에서 실트·점토 등이 실려 내려왔고, 이에 따라 오염물질도 한때 상승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 개방 상태가 계속되면 강바닥에 쌓여있는 오염물질이 점차 씻겨 내려가고, 깨끗한 모래톱이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20일 오전 세종보 상류 금남교 아래에서 퇴적토 시료를 채취한 국립환경과학원 물환경공학연구과 허인애 연구관도 "어느 계절에 채취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지금은 퇴적토에서 펄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가장자리에서는 더는 펄이 나오지 않고 모래만 나오고, 강 한가운데에서는 자갈이 주로 나온다는 것이다.

20일 백제보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백제보. 하류의 금강 하굿둑 영향으로 수문을 완전히 열었으나 백제보 상류에도 여전히 물이 차 있다. 왼쪽이 하류 방향이다. 강찬수 기자

20일 백제보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백제보. 하류의 금강 하굿둑 영향으로 수문을 완전히 열었으나 백제보 상류에도 여전히 물이 차 있다. 왼쪽이 하류 방향이다. 강찬수 기자

한편, 이날 백제보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백제보 위쪽에는 여전히 물이 차 있었다. 하류에 위치한 금강 하굿둑의 영향을 받고 있었다.

하굿둑으로 인해 물이 정체되면서 백제보 하류인 서천군 화양면 망월리 화산천 합류 지점 등에서는 최근 짙은 녹조까지 관찰됐다.
보 상류에서 발생하던 녹조가 보 개방으로 하굿둑 근처에서 발생하게 된 셈이다.

보를 개방하더라도 하굿둑이 그대로 있는 한 금강 생태계가 온전히 회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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