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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협상 기싸움…폼페이오 “가장 강한 제재” vs 이용호 “망발 뇌까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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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0호 03면

이용호 북한 외무상. [연합뉴스]

이용호 북한 외무상. [연합뉴스]

한·미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로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북·미가 충돌했다.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2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이 대결적 자세를 버리지 않고 제재 따위를 가지고 우리와 맞서려고 한다면 오산”이라며 “우리는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거론하며 “그가 비핵화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우리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한 데 반발하면서다.

폼페이오 정조준한 이용호 #“협상에 그늘만 던지는 훼방꾼 #우리는 대화도 대결도 다 준비”

이 외무상은 담화에서 폼페이오 장관 인터뷰를 언급한 뒤 “망발을 줴쳐댔다”며 “개꼬리 삼년 두어도 황모 못된다고, 역시 폼페이오는 미국 외교의 독초”라고 힐난했다. 이어 “족제비도 낯짝이 있다는데 어떻게 그가 이런 망발을 함부로 뇌까리는지 정말 뻔뻔스럽기 짝이 없고, 이런 사람과 마주 앉아 무슨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지 실망감만 더해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이 될 만하다가도 폼페이오만 끼어들면 일이 꼬이고 결과물이 날아나곤 하는데 … 그는 조미(북·미) 협상의 앞길에 어두운 그늘만 던지는 훼방꾼이 분명하다”고 맹비난했다.

이 외무상은 “우리는 미국 측에 알아들으리만큼 설명도 했고 최대의 인내심을 베풀어 시간도 주었다”며 “그러나 미국이 제재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는 허황한 꿈을 꾸고 있다면 저 혼자 실컷 꾸게 내버려 두든지 그 꿈을 깨버리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폼페이오 장관 인터뷰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 등의 언급이 담기면서 대북 압박 신호로 해석됐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도 같은 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미·북 간에 검증할 수 있는 비핵화 합의가 준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엔 미 국무부가 “북한이 지난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지만 이를 대체할 새로운 핵실험장을 건설할 수도 있다”며 북한 내에 아직 식별되지 않은 핵시설이 더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처럼 미국이 비핵화 압박에 나서자 북한도 이날 이용호 외무상을 내세워 정면충돌을 택했다. 그동안 외무성 미국 국장이나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내놓던 데서 급을 확 높여 이 외무상이 직접 폼페이오 장관을 정조준했다.

북·미가 ‘강 대 강’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건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미 양국이 각각 최대한의 양보치를 가져오기 위해 협상 상대방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는 해석이다. 북·미 실무협상은 다음달 17일 유엔총회 개막 전에는 열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북·미 외교수장이 직접 충돌하는 등 협상 기류가 녹록지 않아 협상 재개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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