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퇴 하라" 조국 향한 제자들의 촛불…서울대 집회 500명 모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3일 오후 8시 30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열린 촛불집회에 서울대 학생들이 모였다. 이태윤 기자

23일 오후 8시 30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열린 촛불집회에 서울대 학생들이 모였다. 이태윤 기자

“법무 장관 자격 없다. 지금 당장 사퇴하라.”

23일 오후 8시30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학생회관 앞에 모인 약 500명(주최 측 추산)이 넘는 학생들은 촛불을 들고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이렇게 외쳤다.

이틀 전 서울대 학생들은 사모펀드 투자, 딸 입학 관련 의혹 등 각종 논란이 이어진 조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기 위해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를 기획했다. 이날 열린 집회는 학교 커뮤니티를 통해 제안됐다. 이에 학부생과 대학원생 주최자 각 1명과 학생 자원봉사자 10인이 집회를 준비했다고 한다.

집회 1시간쯤 전부터 집합 장소로 모인 학생들은 주최 측이 준비한 촛불과 플래카드 등을 받아 계단에 줄지어 앉았다. 주최 측은 사전 신청을 통해 200명 정도 인원의 참석 의사를 확인한 뒤 물품을 준비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모여 물품이 부족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23일 오후 8시 30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열린 촛불집회에 서울대 학생들이 모였다. 이태윤 기자

23일 오후 8시 30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열린 촛불집회에 서울대 학생들이 모였다. 이태윤 기자

주최 측은 집회 시작 전 이번 집회가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주최 측은 “집회에서 정권과 정책 관련 비판은 없을 것”이라며 “정당이나 정치 집단이 포함된 문구나 이를 연상케 하는 문구 등을 소지할 경우 퇴장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촛불집회를 주최하고 대학원생으로 연구실에 온 지 1년이 넘었다고 자신을 소개한 홍진우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학생은 “1년이라는 시간이면 조국 교수님의 따님은 논문을 24편 썼을 시간인데 저는 지금까지 논문 한 편, 심지어 한 글자도 못 썼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의 딸(28)은 고등학생 시절 단국대학교에서 2주간 인턴으로 활동한 뒤 의학 논문의 제 1저자로 이름을 올려 특혜 논란이 일었다.

홍씨는 조 후보자 딸 장학금 수혜 논란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저는 저소득층 수업료 50% 면제 장학금을 받고, 남은 200여만원은 한국장학재단에서 등록금 대출을 받아 납부했다”며 “조씨는 어떻게 관악회에서 2학기나 연속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았나”고 물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는, 조국 교수가 말로만 외치던 공정과 정의를 직접 실현하고자, 이 자리에 나섰다”며 “우리 한명 한명의 힘찬 목소리가! 이 나라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최자 김다민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학생은 “2016년 10월 박근혜 퇴진을 위한 서울대학교 동맹휴업 집회의 발언대에 올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어 김군는 “2019년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떤가?”라고 질문하며 “새롭게 들어선 정부는 본인들이 이야기하던 이상과 원칙을 무시한 채 의혹이 난무하는 사람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고 비판했다.

김 군은 “(조 후보자가 받는) 의혹들이 모두 사실이 아닐 수 있다”면서도 조 후보자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식 태도를 꼬집었다. 김씨는 “동료 교수의 정치 참여는 폴리페서지만 본인의 정치 참여는 선출직이 아닌 임명직이기에 앙가주망이라는 말에 실망했다”고 했다. 이어 “납득 가능한 설명과 해명을 요구한다”라고도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대 학생 집단이 과거 자신을 비판하자 안타깝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온라인 캡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서울대 학생 집단이 과거 자신을 비판하자 안타깝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온라인 캡처]

자신을 비판하는 학생을 '극우'로 몰던 조 후보자에 대해서도 말했다. 김씨는 “조 후보자가 학내 커뮤니티에서 부끄러운 동문 1위에 선정된 건 서울대 학생사회가 보수화, 우경화됐기 때문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과거 자신을 비판하는 학생 집단을 향해 “태극기 부대와 같이 극우 사상을 가진 학생들이 있다는 게 안타깝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김군은 끝으로 “국민의 참담함과 배신감에 있는 그대로 공감하고, 공직 후보자 자리에서 책임 있는 모습으로 내려오시길 바란다”고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촛불집회 조국 후보자 ‘내로남불’ 저격 

23일 오후 8시 30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열린 촛불집회에 서울대 학생들이 모였다. 이태윤 기자

23일 오후 8시 30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열린 촛불집회에 서울대 학생들이 모였다. 이태윤 기자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현재 로스쿨 조교수 겸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는 조준현씨는 “조 후보자의 가족은 무슨 자격으로 이 시간 많은 국민에게 참담함을 주고 수업과 수능 준비하는 학부모에게 피눈물 흘리게 할 자격이 있냐”고 물었다.

사교육업계에 10년 넘게 종사했다는 김기주(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씨는 “조 후보자 딸에 편법 탈법적 입시 비리에 누구보다 화가 난다”며 “고2가 어떻게 병리학 1저자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상민(경제학부) 씨는“사회에 이바지하는 경제학자가 되고 싶고 그 과정에서 요행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군은 “조 후보자의 딸은 그런 나를 바보로 만든다”며 “스스로가 타인에게 들이댄 엄격한 잣대 자기 자신에게 댈 수 있는지, 과거의 자신과 싸우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 달라”고 요청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