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거액 투자, 동생의 위장 이혼, 딸 논문 등재 및 장학금 수여 등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쏟아지는 가운데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도 조 후보자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20일 오후 기준 '스누라이프' 베스트게시물 게시판엔 대부분 조 후보자 관련 내용이었다. 이날 오후 2~3시 사이엔 16개의 모든 베스트게시물이 조 후보자와 관련이 있었다.
베스트게시물은 스누라이프에서 추천을 많이 받은 게시물이 모이는 곳이다. 최근 한 달간 목록만 나타나며 신고를 많이 받은 게시물은 목록에서 볼 수 없다고 한다.
서울대 학생들은 “조적조 또 떴다” “고교생이 제1 저자인 논문을 한번 읽어보았습니다” “조국 딸 보니까 행시(행정고시) 3차 면탈(면접탈락)은 너무한 거네요” 등의 게시물을 연이어 올렸다.
‘아크로’라는 아이디를 쓰는 학생은 “조적조 또 떴다”라며 조 후보자가 과거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연구조작 사건을 계기로 연구윤리를 강화하겠다며 강의를 개설했다는 기사 내용을 첨부했다. ‘조적조’는 “조국 후보자의 적은 조국”이라는 말의 줄임말로 보인다.
이 학생은 “연구윤리 강의하던 해(2008년)에 딸이 의대에 가서 실험 중이었음. 그리고 병리학 논문 1저자”라며 조 후보자의 딸이 고등학교 때 2주간 인턴으로 활동하며 논문 제1 저자로 등록됐다는 의혹을 비판했다. 오후 2시 14분 올라온 이 글은 1시간 만에 1200명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조국 사태 그 누구보다 조용한 사람들”이라는 게시물도 보였다. 게시물에는 유시민 작가, 주진우 기자, 방송인 김제동 등이 함께 찍은 사진이 담겼다. ‘싸락눈’이라는 아이디를 쓴 학생은 “좌벤져스(좌파와 어벤져스의 합성어)”라며 평소 적극적으로 사회문제에 대해 언급하던 인물들이 유독 조 후보자 논란에 침묵하는 모습을 비판했다.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글도 있었다. “세상이 너무하네요”라는 게시물을 올린 익명의 학생은 “그냥 평범한 집안에서 자식 공부 좀 시켜보겠다고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중략) 힘든 과정 다 이겨내고 우리 학교 입학했다”며 “근데 있는 집 자식들은 부모의 덕 이리저리 보며 시험 한 번 안 보고 정성평가라는 주관적 평가에 의해서만 통과돼 가고 있단 생각을 하니 그리고 그러는 모습을 직접 목도하니 참 그냥 허탈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잘나지 못한 우리 부모님을 원망이라도 해야 하나? 이 나라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세상 쉽게 사네”라는 또 다른 게시물에서는 “자기가 쉽게 이루었으니 남이 힘겹게 성취한 것도 다 쉽게 얻었겠거니 생각하며 폄하한 거 같다”며 “자괴감 든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 후보자는 스누라이프에서 진행하고 있는 '2019 상반기 부끄러운 동문상' 투표에서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다. 20일 오후 3시 40분 기준 4437명이 참여한 이 투표에서 조 후보자는 3849표(86%)를 얻었다. 투표는 9월 6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라고 한다.
쏟아진 의혹과 비판에 대해 조 후보자는 정면돌파를 선언한 상태다. 그는 19일 인사청문회 사무실을 준비하기 위해 꾸려진 서울 종로의 사무실 앞에서 "(제기된 의혹이) 실체적 진실과는 많이 다르다”며 “내일이라도 청문회 열어주신다면 즉각 출석해 다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