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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웅동학원 자산 0원···조국 가족법인의 이상한 회계장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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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가족이 운영하는 공익법인 ‘웅동학원’이 재무제표 등 의무 공개 대상 서류를 수년 동안 불성실하게 공시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 결산자료 조사 #“공익법인, 탈세수단 악용 여지” #조국 이사 시절 포함 부실 공시 #조국 동생 “웅동학원 채권 포기”

19일 웅동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중학교 산중턱에 위치하고 있다.웅동학원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모친이 이사장으로 있다.송봉근 기자 (2019.8.19.송봉근)

19일 웅동학원이 운영하고 있는 경남 창원시 진해구 웅동중학교 산중턱에 위치하고 있다.웅동학원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모친이 이사장으로 있다.송봉근 기자 (2019.8.19.송봉근)

중앙일보가 20일 국세청 공익법인 결산서류 공개 시스템을 통해 2009년부터 올해까지 공시된 웅동학원 결산 서류를 전수조사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소재 웅동중학교를 운영하는 웅동학원은 총자산 100억원이 넘는 대형 공익법인이다. 그러나 이 법인이 2014년 공개한 대차대조표(총사업)에는 투자자산과 금융상품·재고자산·유형자산 등 모든 자산 항목이 ‘0원’으로 처리돼 있다. 이렇다 보니 이 재무제표를 요약한 ‘자산보유현황’ 공시 내용도 모든 자산이 ‘0원’으로 기록됐다. 공익사업 부문만 기록한 대차대조표에만 세부 내역을 기재하고 전체 사업을 총괄한 대차대조표는 잘못 작성한 것이다. 부산지방국세청 관계자는 “공익법인이 잘못된 재무제표를 국세청에 전달하면 공시 내용도 잘못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시 내용과 회계장부에 기록된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웅동학원이 공개한 부동산 명세서에는 경남 진해시 두동 산 등 45억8402만원 규모 토지가 ‘수익용 재산’이라고 나와 있다.

웅동학원의 2013년 3월~2014년 2월 대차대조표(총계)에는 모든 항목이 '0원'으로 기록돼 있다. [자료 국세청]

웅동학원의 2013년 3월~2014년 2월 대차대조표(총계)에는 모든 항목이 '0원'으로 기록돼 있다. [자료 국세청]

웅동학원은 부동산 등 100억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2014년 '자산보유현황'에선 모두 '0원'으로 공시했다. [자료 국세청]

웅동학원은 부동산 등 100억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만, 2014년 '자산보유현황'에선 모두 '0원'으로 공시했다. [자료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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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시 내역에는 수익사업 자산이 ‘0원’으로 기록돼 있다. ‘수익용 재산’을 모두 공익사업을 위한 자산(고유목적사업 자산)으로 분류해 놓은 것이다. 또 2008년 손익계산서에는 기부금 수입으로 631만4000원, 이자수입으로 129만원을 벌어들여 고유목적사업에 이 돈(760만4000원)을 비용으로 쓴 것(전입)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수입원천별 수입금액 현황’에는 수입에 대한 기록만 공시하고 비용(필요경비) 항목은 ‘0원’으로 돼 있다. 조 후보자는 1999년부터 2009년까지 웅동학원의 회계·결산 관리에 일정 부분 책임을 지는 이사로 있었다.

웅동학원의 부동산 명세서를 보면, 경남 진해시 두동 산 등 토지 대부분이 '수익용 재산'으로 기록돼 있지만, 공시 내용에는 수익사업 자산이 '0원'으로 적혀 있다. [자료 국세청]

웅동학원의 부동산 명세서를 보면, 경남 진해시 두동 산 등 토지 대부분이 '수익용 재산'으로 기록돼 있지만, 공시 내용에는 수익사업 자산이 '0원'으로 적혀 있다. [자료 국세청]

웅동학원이 낸 ‘법인세 비용’을 확인할 수 있는 2011·2012·2013·2015·2018년 손익계산서상 법인세 비용은 모두 ‘0원’으로 기록돼 있다. 세금 납부 기준이 되는 법인 소득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나머지 연도는 공시하지 않아 확인하기 어렵다. 웅동학원은 지난 2017년 지방세 체납 혐의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공익법인은 가족 간 재산 상속·증여 과정에서 탈세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 일정 규모 이상인 곳은 과세당국이 결산 서류 등을 반드시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상장기업과 같은 주주 감시가 없다 보니 회계법인의 외부감사도 소홀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자산 100억원이 넘는 공익법인은 외부감사 대상이지만 웅동학원처럼 학교법인이나 종교법인은 자산 100억원이 넘어도 외부감사 의무가 면제된다. 익명을 요구한 세무회계 전문가는 “공익법인들의 주먹구구식 회계처리가 적지 않은데 세제상 이득을 노리고 고의로 하거나, 아예 회계처리 절차를 모르는 경우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불성실 공시 행위는 상속·증여세법상의 의무 위반이다. 혐의가 확인되면 관련 법령에 따라 가산세가 부과된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공익법인은 대기업·자산가의 탈세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어 회계 투명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부실 공시에 대한 점검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 후보자 동생 조모씨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제가 운영하는 회사가 보유한 웅동학원 채권 모두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조씨가 운영한 건설회사 고려시티개발은 1996년 웅동학원이 발주한 일감을 받아 공사를 수행했지만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이듬해 부도가 났다. 이후 조씨는 2006년과 2017년 웅동학원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소해 받지 못한 공사대금에 대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다. 2006년 조씨가 별도 건설사(코바씨앤디)를 세워 인수한 고려시티개발의 채권은 51억원(공사대금 16억원+지연 이자) 규모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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