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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얘기하던 여성 2명 흉기에 피습···불안감 퍼지는 홍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일 새벽 홍콩 신계지구 보행자 터널 안에서 흉기에 찔린 홍콩 여성(26)이 구급차에 긴급 이송되고 있다 [홍콩01 캡쳐]

20일 새벽 홍콩 신계지구 보행자 터널 안에서 흉기에 찔린 홍콩 여성(26)이 구급차에 긴급 이송되고 있다 [홍콩01 캡쳐]

홍콩 여성 2명이 20일(현지시간) 새벽 갑자기 괴한의 습격을 받았다. 범행 장소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를 지지하기 위해 편지들을 붙여 놓은 ‘레넌벽’(連儂牆) 앞이다. 현지 언론은 시위에 불만을 품은 중국인의 범행으로 추정하고 있다.

20일 새벽, 정부 항의 메모 붙은 ‘레넌벽’서 범행 #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냐 묻더니 흉기 찔러” # 경찰, 용의자 옷 갈아입고 도주해 추적중

사건이 발생한 건 이날 새벽 1시(현지시간), 홍콩 북부 신계지역 정관오(將軍澳)에 있는 보행용 터널 안에서다. 20대 여성 2명이 홍콩 시위에 대해 얘기를 하며 터널을 지나던 중 사건이 벌어졌다.

홍콩 현지 매체인 홍콩01(香港01)은 “한 남성이 담배를 피며 시위 얘기를 하며 걸어가는 여성들에게 다가왔고 이들에게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이 남성은 여성들에게 ‘혹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냐’고 물었고 ‘그런 것 같다’고 하자 흉기를 꺼냈다”고 목격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비명소리에 인근에 있던 다른 남성이 달려왔는데 그도 흉기에 찔려 부상을 입었다.

사건 현장인 홍콩 신계지구 보행자 터널 모습. 정부 항의 메모가 붙은 이 곳은 홍콩에선 '레넌벽'이라고 불린다. 이 곳을 지나며 시위 얘기를 하던 여성 2명이 습격 당했다. [홍콩01 캡쳐]

사건 현장인 홍콩 신계지구 보행자 터널 모습. 정부 항의 메모가 붙은 이 곳은 홍콩에선 '레넌벽'이라고 불린다. 이 곳을 지나며 시위 얘기를 하던 여성 2명이 습격 당했다. [홍콩01 캡쳐]

터널 내부에는 홍콩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호소가 담긴 메모가 벽면을 가득 붙어 있다. 홍콩에선 이를 비틀즈 멤버 존 레넌의 이름을 따 ‘레넌벽’이라고 부른다. 현지 매체들은 앞다퉈 '레넌벽 습격 사건'이라며 속보를 전하고 있다.

빈과일보(蘋果日報)는 “범인이 40~50대 중국 국적의 남성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현재 용의자는 도주한 상태다. 경찰이 추적하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선 흉기로 쓰인 직사각형 칼이 발견됐다. 중국 요리 등에 사용되는 큰 칼이다. 인근 쓰레기통에서 용의자가 입고 있던 것과 같은 웃옷도 발견됐다. 현장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용의자의 행방 수색을 돕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사건 당시 영상이 현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홍콩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홍콩=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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