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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이 카메라 따라올 수 없는 이유, 라이카 회장이 말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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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2006년 취임해 ‘라이카 제2의 부흥기’를 이끌고 있는 안드레아스 카우프만 회장.

2006년 취임해 ‘라이카 제2의 부흥기’를 이끌고 있는 안드레아스 카우프만 회장.

100년 전통의 독일 명품 카메라 ‘라이카’ 서울 매장이 지난달 19일 청담동에 새로 오픈했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라이카 본사의 안드레아스 카우프만 회장이 방한했다. 2006년 회장 자리에 취임한 그는 라이카 첫 디지털 모델인 M카메라를 개발하고, 전 세계 라이카 스토어 컨셉트를 정리하는 동시에, 독일 베츨라에 본사·공장·갤러리·카페 등이 들어선 복합단지 ‘라이츠 파크’를 설립하는 등 라이카의 제2의 부흥을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라이카 스토어 청담 내부. 유리 공예작가 김준용의 작품이 한가운데 전시돼 있다.

라이카 스토어 청담 내부. 유리 공예작가 김준용의 작품이 한가운데 전시돼 있다.

-‘라이카 스토어 청담’ 오픈에 대한 기대감.
“갤러리와 카페가 함께 있는 매장 형태는 라이카 본사 ‘라이츠 파크’와 닮았다. 특히 이곳이 다른 지역 매장들과 차별화되는 것은 전 세계 최초로 매장 내에 공식 서비스센터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고객이 한곳에서 360도 원스톱으로 최상의 환경을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향후 오픈하는 라이카 카메라 스토어의 롤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라이카' 안드레아스 카우프만 회장 #"독일식 산업디자인 원칙을 따른다"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
“성장 잠재력이 큰 흥미로운 시장이다. 한국 고객들은 하이 퀄리티 사진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아서 라이카와 잘 통한다.”

-휴대폰 기술 발전이 디지털 카메라를 위협한다고 생각진 않나.
“중저가 위주로 시장을 확대해온 일본 카메라 시장이 휴대폰에 위협 받고 있다는 점엔 동의하지만, 라이카 같은 프리미엄 카메라는 절대 따라올 수 없다. 휴대폰은 스냅 샷을 찍을 때는 용이하지만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기술은 갖고 있지 않다. 원하는 필터 등을 작동하려면 사진 찍기까지 단계가 많아 시간도 오래 걸린다. 무엇보다 인화 시 화질 차이가 너무 크다. 예를 들어 애플이 멋진 아이폰 광고사진을 보여줄 때, 그것은 가짜다. 왜냐하면 광고 하단에 언제나 ‘디지털적으로 재구성한다’고 적어놓기 때문이다. 휴대폰에서 좋아보이던 사진을 컴퓨터로 옮기고 인화했을 때 형편없이 초라해지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현재도 생산되는 라이카 필름 카메라 M-A. 주문을 통해서만 구매가 가능하다.

현재도 생산되는 라이카 필름 카메라 M-A. 주문을 통해서만 구매가 가능하다.

 현재도 생산되는 라이카 필름 카메라 MP. 주문을 통해서만 구매가 가능하다.

현재도 생산되는 라이카 필름 카메라 MP. 주문을 통해서만 구매가 가능하다.

-라이카만의 특별한 DNA는.
“라이카를 사는 건 사진의 역사를 사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소형 카메라의 역사가 1914년 선보인 라이카 프로토 타입 모델과 함께 시작됐기 때문이다. 라이카는 유일하게 아날로그 카메라를 만들고 있는 브랜드기도 하다. 물론 6개월의 기다림을 감수해야 한다.(웃음) 우린 광학기술의 역사 외에도 독일식 산업디자인 원칙을 아직도 따르고 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바우 하우스의 원칙처럼 라이카는 60년 된 렌즈를 지금 카메라에도 쓸 수 있다. 필수적이고 꼭 필요한 부분, 본질에 집중하자는 게 라이카만의 DNA다.”

라이카CL 바우하우스 100주년 에디션

라이카CL 바우하우스 100주년 에디션

라이카CL 바우하우스 100주년 에디션

라이카CL 바우하우스 100주년 에디션

-브랜드의 상징인 빨간 동그라미 로고를 카메라 정면 대신 위로 올린 P 모델 디자인은 그런 라이카 DNA에 대한 자부심의 표현인가.
“카메라 매니어들은 로고가 없이도 라이카인 걸 잘 알고 있으니까.(웃음) 자동차 매니어들이 셰이프만 봐도 포르셰인 걸 알아보는 것처럼 라이카는 생김만 봐도, 손으로 만져만 봐도 우리만의 독특함을 느낄 수 있다. 그게 라이카다운 디자인이다.”

-향후 라이카의 새로운 100년을 위한 비전.
“좋은 사진을 추구하는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계속 연구할 것이다. 일례로 2018년부터 라이카는 파나소닉, 시그마와 함께 ‘엘마운트 동맹’을 맺고 함께 연구 중이다. 이는 서로의 카메라에 렌즈를 끼워서 쓸 수 있도록 마운트 기술을 표준화하는 연구다. 고객들 중에는 조금 저렴한 가격의 파나소닉 보디에 라이카 렌즈를 쓰고 싶다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들이 어댑터 없이 렌즈를 바로 교환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여러 브랜드의 카메라와 공유할 수 있는 표준화된 배터리·충전기도 연구 중이다. 또 사진 촬영 후 카메라에서 3D 프린터로 바로 연결할 수 있는 기술도 연구 중이다.”

-‘표준화, 공유’ 기술은 고객에겐 좋은 일이지만 라이카에는 뭐가 도움이 될까.
“고객이 원하는 것을 원한다는 라이카의 철학을 강화할수록 우리를 사랑하고 신뢰하는 매니어들이 꾸준히 늘어날 것을 믿는다.”

-시계·안경 사업도 추진 중이다.
“시계는 지난 5년 간 프로토 타입 3단계까지 온 상태지만 아직 상용화를 하진 않았다. 본사인 라이츠 파크와 몇몇의 직영 숍에서만 전시, 주문 판매 중이다.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 때문에 우린 천천히 가더라도 완벽함을 추구할 계획이다.”

-당신이 회장으로 취임한 후 추진한 여러 일 중 ‘원 프라이스 정책’이 있다. 세계 어디를 가도 라이카 가격은 동일해야한다는 이 정책의 취지는.
“가격이 왜 달라야 하나.(웃음) 2006년 회장에 취임한 후 2년 간 프랑스 럭셔리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에서 일했던 마케팅 디렉터에게 도움을 얻으면서 얻은 결론이 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든 럭셔리 이미지는 동일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느 나라에 가면 싸고, 어느 나라에 가면 비싸고. 이런 이미지는 럭셔리 브랜드에 어울리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지역별로 특성에 맞는 스토어 운영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현지 고객들에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라이카 스토어 청담 외부.

라이카 스토어 청담 외부.

라이카 스토어 청담 내부. 한국 유리 공예작가 김준용, 이규홍의 작품과 고 한영수 작가가 라이카 카메라로 기록한 1950년대 서울의 거리 풍경 사진이 전시돼 있다.

라이카 스토어 청담 내부. 한국 유리 공예작가 김준용, 이규홍의 작품과 고 한영수 작가가 라이카 카메라로 기록한 1950년대 서울의 거리 풍경 사진이 전시돼 있다.

이번 서울 매장도 한국만의 특별한 문화와 소통한다는 게 전략이다. 정희정 라이카 카메라 코리아 지사장은 “앞으로 라이카 스토어 청담에서 다양한 각도의 활동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넓혀갈 것”이라며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카메라·사진뿐 아니라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다양한 전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 첫 시작으로 8월 말까지 김준용·이규홍(솔루나 아트 그룹) 등 한국 유리 공예 작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라이카의 상징인 광학기술 렌즈의 모양과 빛을 형상화한 전시를 열고 있다. 또한 고 한영수 작가가 라이카 카메라로 기록한 1950년대 서울의 거리 풍경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누구나 관람이 가능하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라이카 카메라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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