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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아베' 일본 야당 의원들, 국회 찾아 “관계회복” 공감대

중앙일보

입력

“과거사, 위안부, 독도 문제에 대해 우리가 많이 몰랐다. 그동안 깊은 관심을 가져보지 못한 거 같다”

지난 2017년 8월 다카이 다카시(高井崇志) 일본 입헌민주당 의원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개인 식사 자리에서 한 말이다. “인권적 차원에서 한국의 정서를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한다”고 전하면서다. 한일의원연맹 사회·문화 분과 간사인 박 의원은 당시 한 재일 사업가의 소개로 다카이 의원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비슷한 나잇대 의원끼리 형식적 단체 미팅을 넘어 개인적으로 적극 소통하자”는 양쪽 요구로 마련된 자리였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이 현안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변인이 현안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들은 3년째 매년 ‘여름 친선교류’를 진행한다. 올해는 한·일 관계 경색에도 불구하고 지난 13~14일 일본 중앙·기초단체 의원 여섯 명이 국회를 방문했다. 박 의원은 “나카타니 카즈마(中谷一馬), 야마자키 마코토(山崎誠) 등 다카이 의원과 같은 노선을 걷는 입헌민주당 중의원 4명과 카나가와(神奈川)현 의회 및 기초지자체 의원 등 2명이 한국에 왔다”고 18일 말했다. 민주당에선 박 의원과 김병욱 의원이 맞았다.

박 의원에 따르면 이들은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에 머문 이들은 지난달 처음 시행된 이른바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개정안)’과 국회 선진화법 등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돌아갔다. 일본 내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내국인 카지노 허용에 따른 도박 중독 치료 현황 등에도 관심을 보였다. 일본 수출규제 이전부터 추진된 교류였기에 당장 민감한 외교 현안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박 의원은 “양국 관계가 민감한 시기인 만큼 조심스러운 분위기였지만 그래도 서로의 상황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고 했다. “야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아베 정권과 여당(자민당)을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한·일 관계에 대한 우려와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회복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설명했다.

올해 이들의 방한까지는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다카이 의원 등은 지난해 8월 이미 한 차례 한국 국회를 방문해 전자 의결시스템, 선거 마케팅 등을 집중 체험하고 갔다. 올해는 그 답례로 일본 측에서 일찍이 박 의원을 비롯해 김병욱·강병원·위성곤 의원 등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하지만 양국 간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임시국회 일정 등이 얽히면서 한국 의원들의 방일이 시기적으로 어려워졌고 대신 일본 측이 한 차례 더 한국에 왔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지난 6일 가상자산 거래 투명화를 위한 입법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지난 6일 가상자산 거래 투명화를 위한 입법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의원은 “일본 여당인 자민당이 정책 추진에 있어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우리가 입헌민주당 의원들과 교류하는 건 실질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자민당이 지난달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반면 반(反)아베’를 천명한 입헌민주당은 기존보다 8석이 늘어난 32석을 차지했다. 일본 정가에선 아베 신조 총리의 자민당과 제2야당인 국민민주당이 '개헌 연대'를 이룰지가 관심사다.

박 의원은 “현재 진행형의 외교 갈등을 해소하고 일본의 개헌을 막기 위해선 일본 야당과의 협조가 중요하다”며 “다카이 의원과의 협의를 통해 연내 방일을 재추진하고, 가능하면 자민당 측 의원들과도 만나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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