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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원전 안전성 기본 흔들려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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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시영 한국산업기술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

이시영 한국산업기술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

최근 인기리에 방영한 미드 중 ‘체르노빌’이란 드라마가 있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의 발생과 수습과정을 사실적으로 다뤘다. 이를 계기로 30여년 전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되새겨볼 만하다.

원전은 근본적으로 양날의 검을 갖고 있다. 안정적인 전력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한편, 폭발 사고 위험과 그에 따른 재무적 리스크를 내포한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선 원전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다. 하지만 원전 사고는 단 한 번 발생하더라도 천문학적인 대가를 치러야 한다. 8년이 지났음에도 후쿠시마 사고는 현재 진행형이며, 복구비용이 얼마나 될지 아무도 확답할 수 없다

원전이 이런 리스크를 가진다고 해서 우리나라에서 원전을 급격히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라면 석탄발전을 우선 줄여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확산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상 다른 국가와 전력망 연계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은 일정 기간을 두고 원전을 단계적으로 감축해나가는 한편, 운영 중인 원전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마침 우리 원전 안전성 기준은 점차 상향됐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와 국내의 원전 품질서류 위조사건, 경북 포항 지진을 겪으며 원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다. 그 결과 우리 원전 정책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하면서 원전 운영에 대한 국민 신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일각에선 최근 원전 예방정비가 늘어난 것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 영향이라고 주장하지만, 원전 안전성 강조 기조는 1~2년 이내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원전 품질서류 위조사건 때에도 장기간의 원전 점검으로 원전 이용률이 75%대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 최근 원전 격납건물 철판 부식과 콘크리트 균열이 발견돼 충분한 점검과 정비를 시행하는 것 또한 안전성 강화 추세를 볼 때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부답복철(不踏覆轍)’이란 말이 있다. 앞에 지나간 수레가 엎어지면 뒤에 가는 수레는 그것을 교훈 삼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 여러 경험을 통해 원전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힘써왔고, 이러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앞으로 수십년간 더 운영될 원전의 안전성은 향후 원전 정책을 논의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기본 전제가 돼야 한다.

이시영 교수·한국산업기술대 에너지전기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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