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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거리 미사일 제2의 사드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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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신경진 기자 중앙일보 베이징 총국장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지난 6일 오전 중국 외교부 기자회견장에 푸충(傅聰) 군비통제국 국장이 들어섰다. ‘중거리핵전력협정(INF)’을 탈퇴한 미국이 미사일 배치를 언급하자 중국 정부가 마련한 자리다. 타스·AP·로이터·이란통신사·CGTN·AFP·봉황위성·교도와 본지까지 지역별로 한 개 언론사만 불렀다.

푸 국장은 영어로 단호하게 말했다. “첫째, 미국의 INF 탈퇴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둘째, 미국이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한다면 중국은 좌시하지 않고 대응조치를 취한다. 셋째, 중국은 미국·러시아와 3각 핵무기 감축 협상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어진 질문들. 남중국해 분쟁 지역에 미사일을 배치하면서 3각 협상을 거부하는 중국이 ‘위선적’이지 않은가. 대응조치는 구체적으로 뭔가. 중국이 보유한 미사일의 80%가 INF가 금지했던 사정거리 500~5500㎞인데 불공평하지 않나. 핵무기 경쟁을 시작하나. 미국이 괌에 미사일을 배치하거나 동맹국 한국과 일본이 미사일 배치에 동의하면 어떤 조처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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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 국장은 막힘이 없었다. 중국의 중거리 미사일은 영토 안에 배치했다. 방어적이다. 미국이 말한 배치는 해외다. 공격적이다. 따라서 위선적이지 않다. 쿠바 미사일 위기를 경험한 미국 국민은 중국의 감정을 이해할 것이다. 괌은 중국의 현관문이다. 만일 미국이 괌에 미사일을 추가 배치한다면 도발적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모든 게 테이블 위에 있다.

회견 뒤 이날 새벽 자국 영토에서 발사한 북한 미사일을 직접 물었다. “한두 차례 시험 발사의 의의와 영향을 과도하게 확대해선 안 된다”는 답을 들었다.

외교부를 나와 바로 한국 대사관으로 향했다. 고위 당국자의 월례 브리핑에 갔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불참, 한·미·일 3국 군사동맹 비추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추가 배치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이른바 3불(不) 합의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가 저촉되냐는 물음이 나왔다. 당국자는 “미국 측이 요청하거나 공식 논의한 바 없고, 우리가 자체적으로 검토하거나 그럴 계획도 없다고 국방부가 명확하게 이야기한 사안”이라고만 대답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어제 한국에 왔다. 중거리 미사일을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대한민국 수호 예비역 장성단은 지난 6일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중거리 미사일은 핵 균형 대안”이라며 배치를 주장했다. 사드 배치에 앞서 지난 정부도 “요청·협의·결정은 없다”는 ‘3NO’로 일관했었다. 베이징에서 3년 전 지켜봤던 장면이 요즘 다시 펼쳐지고 있다.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