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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마트 계산대 직원에 앉을 권리 보장해야"

중앙일보

입력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마트 계산대 직원과 백화점 화장품 판매원 등에게 ‘앉을 권리’를 보장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 6월 24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유통업 서비스·판매 노동자를 서서 대기하게 하거나 고객용 화장실을 쓰지 못하게 하는 등의 유통업계 관행을 점검 및 개선하고, 휴게시설 설치 등을 법제화할 것을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인권위는 의무휴업일 적용 대상과 범위를 확대하라는 등의 권고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앉을 권리’는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 등에서 오랜 기간 서서 일하며 고객을 응대하는 마트 계산대 직원이나 화장품 판매 직원 등 유통업 종사자의 휴식권과 건강권을 뜻한다.

지난해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 연구팀이 백화점 및 면세점 화장품 판매 노동자 2800여명의 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통업 종사자가 하지정맥류 등 신체 질환과 우울증을 겪는 비율이 일반인의 2배에서 최대 67배까지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형 마트에 의자를 두도록 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매장 내 의자가 없다’는 응답이 27.5%, ‘의자가 있어도 앉을 수 없다’는 응답이 37%에 달했다.

인권위는 지난 2015년 백화점·할인점·면세점 종사자 3470명을 대상으로 한 ‘유통업 서비스·판매 종사자의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4월 백화점과 면세점 판매 직원이 고객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진정을 접수해 이같은 권고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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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는 유통업 업무 특성상, 근무 중 휴식이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를 줄여 산업재해나 업무상 질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관련 권고를 유통업체에 전달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법적으로도 근로 환경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규정되지 않았다는 게 인권위의 지적이다.

이외에도 인권위는 유통업 종사자들이 휴무일에도 업무와 관련해 매장에서 계속 연락을 받고, 주말이나 휴일에 일하게 돼 사회적 관계에 어려움이 생긴다며 기존 대형마트에만 적용되던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적용을 백화점 등으로 적용 범위와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을 통해 대규모 점포 등에 근무하는 유통업 종사자들의 건강권이 보장되고, 이들이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인간다운 삶을 더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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