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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니 부통령 처벌해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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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직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으로 '리크 게이트' 사건의 피해자인 발레리 플레임(사진)이 13일 딕 체니 부통령과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 루이스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 등 10여 명을 워싱턴 소재 연방 지방법원에 제소했다. 플레임은 남편인 조셉 윌슨 전 이라크 대사와 공동으로 낸 소장에서 "체니 등이 내 신분을 악의적으로 노출시켜 남편과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이들을 처벌해 달라고 주장했다.

플레임은 "2003년 남편이 뉴욕타임스에 '부시 행정부가 허위정보에 근거해 사담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양 왜곡했다'며 이라크전쟁을 비난하는 글을 싣자 부시 행정부가 이에 보복하기 위해 당시 CIA 비밀요원이던 내 신분을 언론에 고의로 누설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이로 인해 내 사생활과 법률적 권리를 침해받는 고통을 당했을 뿐 아니라 CIA 비밀요원직까지 잃었다"고 주장했다.

◆ 리크 게이트=2003년 7월 14일 미국 칼럼니스트 로버트 노박이 "플레임은 CIA 비밀요원"이라고 자신의 칼럼에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그 직전 플레임의 남편 윌슨이 뉴욕타임스에 "부시 행정부가 주장하는 이라크의 농축 우라늄 구입설은 거짓"이라는 기고문을 싣자 백악관의 누군가가 노박 등 언론인들에게 플레임의 신원을 누설(Leak)한 것이다.

CIA 비밀요원의 신분 노출은 1982년 제정된 정보원 신원보호법을 위반한 중범죄다.

이후 2년 반 동안 특검 수사가 진행됐고 체니 부통령과 로브 등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그러나 체니 부통령의 비서실장이던 루이스 리비 1명만 기소되는 것으로 수사가 종결됐다.

미국 언론들은 체니와 로브는 물론 조지 W 부시 대통령까지 플레임의 신분 누설을 사주한 혐의가 농후하다며 '깃털'만 건드린 수사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유명 정치주간지 내셔널 저널은 "부시 대통령이 2004년 7월 24일 백악관에서 특검팀에 '윌슨의 평판을 떨어뜨리려고 체니 부통령에게 비밀정보를 공개하도록 지시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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