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31일 강원도 원산 갈마반도 일대에서 쏜 발사체를 놓고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라고 발표하며 한·미의 평가를 뒤집은 데 대해 군 당국은 2일 “우리 군을 신뢰해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북한 미사일이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이라는 기존 판단을 고수하면서다. 군은 대북정보 능력에 의문을 품는 여론에 당황하면서도 미사일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군 당국자는 이날 “정확한 정보를 탐지해 평가 결과를 국민에게 알려왔다”며 “군의 발표를 신뢰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날(1일) 북한이 공개한 지난달 31일 발사 당시 사진만을 근거로 군 당국보다 북한 주장에 여론이 더 동조하는 게 당혹스럽다는 의미다.
그러나 군은 더 이상의 설명은 피했다. 내부적으로 이번 사안과 관련해 더 이상 진실 공방을 확대해나가지 않겠다는 기조가 세워졌다고 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군사 보안 때문에 우리가 더 이상의 자료를 공개하긴 지금으로선 어렵다”며 “진실공방에 발을 들였을 경우 우리 군의 탐지 능력 등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의 전략커뮤니케이션(SC) 차원에서 이번 건이 공보 실패로 판단돼 아예 ‘무대응’ 방침이 세워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의 공개 자료와 한·미의 정보 자산 자료를 종합해 군 당국의 판단이 이뤄진다”며 “북한의 사진 공개에도 평가가 바뀌지 않았다는 건 한·미 자료에 더 신뢰성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이 기만 전술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의 대북 정보력에 한계가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시험발사 당시 흐린 원산의 기상처럼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에도 구름 낀 날씨가 목격된다”며 “여기엔 또 북측 촬영 인원의 모습도 찍혀있는데, 조작된 사진이라면 굳이 이런 장면까지 보여줬겠나”라고 말했다.
사진 속에 나타난 모니터 속 발사체의 궤적도 주목할 부분이다. 해당 궤적은 약 250㎞를 날아가 동해 알섬에 떨어지는 것으로 표시됐다. 군 당국이 발표한 사거리와 방향이 대체로 일치하는 듯한 모양새다. 이 궤적은 또 SRBM의 근거로 여겨지는 ‘풀업 기동(미사일이 하강단계에서 상승하는 기동)’ 없이 방사포처럼 반원 형태의 포물선을 그리고 있다. 군 당국은 지난달 26일 북한 발사체를 SRBM이라고 판단하면서 풀업 기동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지난달 31일 발사 때는 풀업 기동 여부에 대해 함구했다. 류성엽 위원은 “31일 발사체에 대해 군 당국이 풀업 기동의 궤적이 보였다고 주장하기만 해도 북한의 방사포 주장을 어느 정도 반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발사체를 북한의 방사포 가운데 구경이 제일 큰 KN-09(300㎜)보다 더 큰 구경의 방사포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31일 사진에는 참관 중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휴대전화가 책상 위에 놓여있는 모습이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하얀색 보호 케이스에 담긴 이 휴대전화는 중앙에 지문인식센서와 듀얼 카메라의 형태로 미뤄볼 때 중국 브랜드인 오포(OPPO)의 고급 스마트폰 아니냐는 추정이 나옸다.
이근평 기자 lee.keunnpy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