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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수도권 매립지 주민 보상 요지경 백태

중앙일보

입력

남은 주민지원기금 600억원 소진하려 현물 지원 사업 졸속 집행
투명성 제고하라는 권익위 권고에도 법 개정 감감무소식

수도권 매립지 인근 주민들을 위한 가구별 현물 지원 사업의 잡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수도권 매립지 인근 주민들을 위한 가구별 현물 지원 사업의 잡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 인천 서구에 사는 A씨는 올 5월 집 근처의 가전제품 대리점 쇼윈도에 내걸린 ‘수도권 매립지 현물사업 참여점’이라는 현수막에 고개를 갸웃했다. 인근에 쓰레기매립지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현물사업이란 말은 금시초문이었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동한 A씨가 대리점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대리점 직원은 A씨에게 “동네 주민이냐”고 묻더니 “원하는 가전제품을 골라잡으라”고 권유했다. 이어 직원은 “지원 금액은 얼마나 나오셨나요”라고 묻자 A씨는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직원은 “물건만 선택하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서 대신 지불하는 현물 지원 사업을 모르셨나요”라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층취재 #지원금 233억원 풀렸지만 주민 절반은 아무것도 몰라

발길을 돌린 A씨는 수소문한 끝에 현물 지원 사업을 신청한 주민들만 많게는 수천만원 상당의 지원을 받는다는 걸 알았다. A씨와 가까운 지인은 물론이고 주민들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의 회원 상당수도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A씨는 “한 마디로 아는 사람만 누리라는 혜택”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인천 서구의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 인근 주민 대상으로 실시하는 현물 지원 사업이 이처럼 선택적으로 집행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현물 지원 사업에 신청한 가구는 전체 대상 가구 수(약 6500가구)의 절반에 그쳤다. 지원에서 배제된 주민들이 추가 신청을 요구하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이하 공사)는 재신청을 불허했다가 다시 허용하는 등 갈지자 행보를 보여 지역민들의 원성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개 시·도의 폐기물을 매립하고 관리하는 공사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 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하 폐촉법)에 따라 폐기물 반입 수수료의 10%를 인근 영향권 주민들의 복지 증진을 위한 지원금으로 적립한다. 이렇게 조성된 주민지원기금은 한 해 약 150억원 안팎에 이른다.

11년 만에 재개된 현물사업, 왜?

수도권 제2매립장 매립이 지난해 10월 종료되고 현재 제3매립장에 매립이 진행되고 있다.

수도권 제2매립장 매립이 지난해 10월 종료되고 현재 제3매립장에 매립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가구별 현물 지원 사업은 주민이 허용된 금액 내에서 물품을 선정하면 그 대금을 공사가 대신 지불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사는 지난해 10월, 11월 두 달간 현물 지원 신청을 받았고, 3400여 가구가 신청했다. 한 가구당 적게는 60만원에서 많게는 5100만원까지 할당됐다. 이 과정에서 누락된 가구들이 반발하면서 공사의 현물 지원 사업은 주민들의 반발을 사는 등 지역의 최대 현안의 하나로 부상한 것이다.

당초 공사는 수도권 매립지로 인해 고통받는 인근 주민들에게 가구별 지원이 아닌 지역 공동사업을 지원해왔다. 예컨대 주민종합복지타운 건립사업이나 건강검진, 마을가꾸기 사업 등을 지원하는 식으로 보상이 돌아가도록 사업을 추진해왔다. 2007년 당시 환경부는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 간접영향권 결정’을 고시하면서 주민 지원 대상을 공동사업으로 국한했었다. 이전까지는 가구별 지원 사업도 병행할 수 있었으나 공동사업 지원으로 일원화된 셈이다.

그러다 지난해 4월 공사는 가구별 지원 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게 바로 공사가 발표한 ‘제2매립장 간접영향권지역 가구별(현물) 지원 고시’다. 당시 적용했던 법적 근거는 폐촉법 시행령 제27조 제2항이었다. 폐촉법 시행령 제27조 제2항에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기관이 가구별로 지원하는 것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환경부장관 또는 수도권매립지 관리공사의 장이 고시한다’고 나와 있다. 공사 측이 가구별 지원이 특히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렇게 11년 동안 없었던 가구별 지원 사업을 지난해 재개했지만 절반 가량 가구가 신청하지 못하면서 혼선을 빚게 된 것이다. 공사 측은 가구별 지원 사업 추진의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제2매립장 매립이 지난해 10월 종료되면서 폐촉법에 따라 제2매립장 주민지원협의체도 해산을 앞두고 있다. 주민 지원협의체가 해산하면 협의 주체도 사라진다. 그런데 제2매립장 주민지원사업비 가운데 약 600억원이 집행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가구별 지원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제2매립장 주민지원협의체가 해산되기 전에 미집행 600억원을 주민 지원 사업으로 소진하고자 가구별 지원 사업을 재개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가구별 현물 사업은 공동사업 취지에 맞지 않아”

수도권 매립지 인근 시가지에 내걸린 현물 지원 사업 관련 현수막. / 사진:허인회 기자

수도권 매립지 인근 시가지에 내걸린 현물 지원 사업 관련 현수막. / 사진:허인회 기자

이번 가구별 현물 지원 사업은 주민지원협의체의 요구로 시작됐다는 게 공사 측의 설명이다. 주민지원협의체는 2017년 말 주민들이 가구별 지원 사업을 원한다는 자체 용역 결과를 근거로 주민지원사업 세부 유형 추가와 가구별 지원 고시를 요청해왔다는 것이다. 남아있는 600억원을 소진하려던 공사와 주민지원협의체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가구별 현물 사업이 재개될 수 있었던 셈이다.

여기서 논란이 하나 발생한다. 근거 법령인 폐촉법 시행령 제27조 제2항은 ‘간접영향권 주민에 대하여는 공동사업의 형태로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기관이 가구별로 지원하는 것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환경부장관 또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장이 고시하거나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가구별로 지원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문제는 최근 시행한 가구별 현물 사업이 공동사업에 해당하느냐에서 입장이 갈린다.

공사가 지난해 10월, 11월 자체 홈페이지에 게시한 ‘개인정보 수집·이용 등에 대한 동의서’를 보면 해당 사업은 ‘마을가꾸기사업’으로 명기돼 있다. 이는 기존의 공동사업으로 추진해왔던 마을가꾸기사업의 일환으로 가구별 현물 사업을 진행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가구별 현물 지원이 과연 마을가꾸기 같은 공동사업의 범주에 드는 걸까? 공사 측이 남은 600억원을 소진하고자 임의로 가구별 현물 지원을 재개하는 과정에서 명분을 만들려고 공동사업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이와 관련해 남황우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해당 사업이 마을 전체적으로 이득이 갔는지 개별적으로 혜택이 갔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마을가꾸기사업’이라 공동사업 명목을 내세웠지만 현물 지원은 가구별로 개별 지원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남 교수의 지적이다. 남 교수는 특히 “해당 지역 주민들이 골고루 혜택 받는 것이 공동사업”이라며 “가구별 현물 사업은 공동사업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원 대상에 오른 주민들도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는 반응이다. 인천 서구의 한 주민은 “현물 사업에 신청해 지원은 받았지만 주민지원기금이 이렇게 쓰이는 것이 맞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수영장이나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독서실 같은 시설을 세우는 게 공동사업 취지에 더 부합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주민은 “게다가 누구는 지원받고 누구는 못 받았다는 얘기까지 나오니 훔친 것도 한 것도 아닌데 왠지 기분이 찜찜한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공사는 관련 규정을 최대한 준수해 사업을 추진했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폐촉법 제22조 제3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7조 제1항, 제2항 등에 근거해 시행됐다”고 설명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 폐자원에너지과의 실무자도 “공동사업의 일환으로 가구별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받았다”며 “필요하면 법적 자문이 필요할 수 있지만 특별히 개인에게 지급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법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는 입장이다.

“현금·현물 지원 되도록 자제해야”

가구별 현물 지원 사업에 신청한 주민들에게 배포된 지원세대 참고사항. / 사진:허인회 기자

가구별 현물 지원 사업에 신청한 주민들에게 배포된 지원세대 참고사항. / 사진:허인회 기자

박기묵 대구대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주민지원사업의 경우 학습효과 때문에 현금이나 현물 지원은 되도록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 교수는 “주민들은 공동사업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직접 지원되는 것을 훨씬 선호한다”고 말한다. 그는 부안 방사성 폐기물 저장 시설(방폐장) 유치 논란을 예로 든다. “유치 신청 초기 주민들에게 현금이나 현물을 지급한다고 얘기가 돌았다. 그러다 공동체와 지방자치단체에 지원을 한다 하니까 주민들이 반대하게 됐고 결국 방폐장 건설을 포기하게 됐다.” 섣부른 현물 지원은 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편법 여부와 별개로 이번 논란은 약 3000개의 미신청 가구를 대상으로 재신청을 받았으면 조기에 봉합될 수도 있던 일이었다. 하지만 미신청한 가구가 반발하자 공사는 “관련법 등을 근거로 지원 신청을 받는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린 만큼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주민들을 구제할 방법이 없다”고 버텼다. 이때는 이미 자금을 모두 소진한 상태였다. 주고 싶어도 줄 재원이 없었다는 말이다.

지역 주민지원사업비 규모는 환경 영향의 정도 및 세대수 등에 따라 각각 다르게 결정된다. 주민지원사업의 절차는 이렇다. 각 법정동 또는 통·리에 배분된 사업비를 토대로 통별 지원사업을 결정하는 사업추진위원회에서 사업계획을 마을발전위원회에 제출하면 발전위에서 심사해 주민지원협의체에 내는 방식이다. (주민지원협의체는 폐촉법에 따른 법적 기구이지만 사업추진위원회와 마을발전위원회는 주민자치 기구 성격을 띤다.) 주민지원협의체는 이를 공사 측에 요청하고 공사가 검토해 사업비를 집행해왔다.

논란은 일부 통·리는 사업비를 다 써버려 미신청 가구에 줄 기금이 없었다는 점에서 촉발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신청하지 않은 가구에 돌아가야 했던 지원금 몫까지 신청한 가구들이 더 가져갔다. 현재 추가 신청을 하고 있는 가구들은 지난해 10월과 11월에 신청한 가구들보다 지원금액이 작아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론에 밀린 공사는 결국 궁여지책으로 제3매립장 주민지원사업비 일부를 끌어오기로 했다. 공사는 “현재 진행 중인 가구별 현물 사업 집행금액 외에 제2매립장 주민지원사업비가 남아있는 있는 통·리의 경우 해당 집행잔액(예비비)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부족할 경우 제3매립장 주민지원사업비를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233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이 깜깜이 식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많은 불만과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기자가 만난 한 주민은 “현물 사업은 물론 주민지원협의체가 존재했는지도 몰랐던 주민들이 태반”이라며 “동네 환경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 엄청난 지원금이 마을에 쓰였다고 하니 과거에 진행했던 사업들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주민들 간의 관계도 껄끄러워진 상황이다. 주민 분란을 일으키는 가구별 지원을 할 바에는 마을 공동사업을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모든 품목 구매 가능하지만 구매처는 단 2곳?

인천 서구 수도권 매립지 제3매립장 전경. / 사진: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홈페이지

인천 서구 수도권 매립지 제3매립장 전경. / 사진: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홈페이지

주민들을 상대로 한 홍보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주민지원사업을 담당하는 공사 대외협력처 홍윤기 부장은 “공사와 주민지원협의체는 공사 홈페이지, 언론매체 광고(일간지 2곳), 지역별 현수막 등을 활용해 홍보했다”고 반론을 내놓았다. 공사 측은 “지역별 간담회를 통해 형편에 맞게 주민홍보를 진행토록 수차례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지역의 통장들과 사업추진위원회가 공동주택 및 다가구주택 게시판, 반상회 등을 통해 사업 계획을 널리 알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사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지원 대상 6578세대(2017년 기준) 가운데 54%인 3500여 세대만 신청했다는 점은 의아한 대목이다. 이런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공사와 주민지원협의체는 올 7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앞으로 통·리별 사업추진위원회에서 사업계획을 수립하거나 중요사항을 결정할 때에는 서면 공고를 통해 통·리장 주관으로 주민총회 등을 반드시 실시해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등 주민지원사업비 추진방법 등을 보완·개선하여 시행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가구별 현물 지원 사업이 극히 제한적인 업체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도 유감이다. 주민들에게 배포된 ‘지원세대 참고사항’을 보면 ▷부동산, 귀금속 및 유가증권 등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모든 물품 구입이 가능하고 ▷구매처는 김포시 또는 인천광역시 서구에 소재지를 두고 전자세금계산서 발행이 가능한 사업자로 명기돼 있다.

막상 내부를 들여다보면 이런저런 조건이 붙으면서 선택지는 오그라든다. 지원 금액이 1000만원 미만인 세대가 구입 가능한 구매처는 2곳 이하이며, 1000만원이 넘는 세대는 3곳 이내에서 현물을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800만원이 지원되는 세대는 구매처 1곳에서 800만원 상당의 물품을 다 사야 하거나 2곳에서 800만원 어치의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셈이다. 또 하나, 잔액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 금액을 전액 사용해야만 현물을 지급받을 수 있다. 행정 편의주의적 사업 진행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현실적으로 한 번에 혹은 2, 3번에 나눠 수백에서 수천만원 어치의 물품을 구입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물품은 금액 규모가 큰 가전, 가구 등으로 좁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매립지 주변 가전, 가구 대리점들은 ‘세금계산서 당일발행’, ‘필요서류 즉시제공’ 등의 문구를 내세우면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민들이 가입돼 있는 인터넷 카페에는 업체들의 홍보성 글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다보니 고가의 자동차 등 소비성 지출에 돈이 몰린다는 얘기도 있다. 매립지 인근에서 만난 주민은 “이번 현물 지원으로 차를 바꾼 사람도 봤다”고 밝혔다. 최고 5100만원까지 받는 가구도 있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지금 물 만난 곳은 대기업인 자동차, 가전제품, 가구 대리점”이라며 “정작 주민들이 애용해줘야할 영세 자영업자들은 파리만 날리고 있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수백억 원이 지급되는 사업이 지역 경제 살리기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 좀 더 세심한 사업 진행이 필요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이번 제2매립장 가구별 현물사업에 투입된 사업비 총액은 약 233억8000만원이다. 현재 접수를 받고 있는 미신청 가구에 지출 예정액은 포함돼 있지 않은 규모다. 2017년 기준 인천 서구와 경기도 김포시 쓰레기매립지 주변 가구수가 약 6500가구인 점을 고려할 때 미신청 3000여 가구까지 지원 한다면 그 규모는 4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는 공사대로 애로사항을 호소한다. 알다시피 이 사업은 주민이 현물을 사면 공사가 대신 지불하는 구조다. 1만 세대가 각 3곳에서 물품을 구매하면 공사는 3만 개의 계좌에 입금해야 한다. 공사 대외협력처 홍윤기 부장은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용역 업체에서 상당히 난감해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구매처가 늘어나면 업무량이 폭증한다는 설명이다. 홍 부장은 “당초 지원대상 가구(세대수) 및 가구별 지원규모(금액) 등을 감안해 물품구매처를 1~2곳으로 제한했으나, 그나마 추진과정에서 주민지원협의체의 요청을 반영해 2~3곳으로 확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민 지원 사업 문제점 이미 지적당해 

양승범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관리 주체인 공사 측의 미흡한 준비태세를 지적했다. 양 교수는 “공적인 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인데 미신청 가구가 발생하고 주민들의 반발이 일어났다면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의미”이라고 말한다. “공사는 물론 주무부처인 환경부도 감독을 제대로 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감사도 해야 할 것이다.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수도권매립지 인근 주민들을 위한 주민 지원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 건강검진 병원 선정 대가로 병원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은 당시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은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매립지 인근에서 35년간 거주한 주민 B씨는 “주민지원사업을 놓고 크고 작은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면서 “공사대금과 관련한 리베이트 의혹은 오래 전부터 제기된 얘기고 경찰 수사도 수차례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민지원사업 관리 부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듯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7년 발표한 ‘주민지원사업 운영의 투명성 제고 방안’에 따르면 공사는 주민지원기금의 운용실적을 환경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고해야 하고, 주무부처는 이를 확인해야 하나 보고 주기 등을 정하는 환경부 소관 세부 조항의 입법 미비로 확인·점검 업무를 부실하게 수행했다는 게 권익위의 판단이다. 권익위는 구체적으로 환경부가 공사로부터 2016년도에 5년치(2011~2015년) 주민지원사업 운영실적을 단순 보고 받는데 그쳤고, 3년간(2015~2017년) 공사에 대한 시정조치 실적이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지원금) 목적 외 사용에 대한 환수 규정 마련 ▷주기적인 사업수행 실적 보고 규정 마련 ▷(주민지원협의체 위원) 연임 제한, 해촉 규정 마련 ▷주민의견 수렴 절차 규정 마련 등 현행법령을 2018년 12월까지 개선하라고 환경부에 권고했다.

하지만 진행은 더디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폐촉법 개정을 준비 중”이라며 “법률이 개정되면 세부적인 사항은 시행령에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민지원협의체에 대한공사와 환경부의 관리감독 강화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미집행된 600억원의 주민지원사업비를 현물 사업으로 일부 해소한다고 해도 남은 금액에 대한 사업계획은 오리무중이다. 투명하고 공개적인 절차가 또다시 생략된다면 논란의 불씨가 다시 지펴질 가능성은 여전하다.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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