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구명조끼 비닐에 꽁꽁 싸놓고, 음주 낚시...여전히 허술한 낚싯배 안전

중앙일보

입력

낚시 관리 및 육성법에 따라 ‘승선자’는 직접 명부를 작성하고, 낚싯배업자는 의무적으로 신분증을 확인해야 한다. 행안부 조사 결과 이런 규정을 어긴 데가 많았다. 사진은 승선자 명부를 부실하게 작성한 채로 출항 허가를 받은 A호의 명부. [사진 행정안전부]

낚시 관리 및 육성법에 따라 ‘승선자’는 직접 명부를 작성하고, 낚싯배업자는 의무적으로 신분증을 확인해야 한다. 행안부 조사 결과 이런 규정을 어긴 데가 많았다. 사진은 승선자 명부를 부실하게 작성한 채로 출항 허가를 받은 A호의 명부. [사진 행정안전부]

지난 4월 20일 오후 바다 낚시용 작은 어선 A호에 8명의 남성이 탔다. 낚싯배에 탄 승객들은 규정상 직접 승선자 명부에 자신의 이름과 주소·연락처를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명부에는 한 명 것만 썼다. 선장(낚싯배업자)은 명단과 신분증을 대조하는 1차 확인 작업을 했다. 하지만 연락처 추가 기재를 하지 않고 해경에 출항신고를 했다. 그런 명부를 받은 해경도 A호의 출항을 허가했다.

행전안전부는 낚싯배와 해상 낚시터의 안전관리 실태를 조사해 185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고 24일 밝혔다. 행안부는 전국 8개 시·도와 24개 시·군·구를 조사했다. 이중 146건은 행정 조치를 했으며 39건에 대해서는 징계 등의 신분상 조치를 했다.

지난 2015년 제주도 인근 해상에서 배가 전복돼 15명이 사망한 ‘돌고래호 사고’ 이후 승선자 명부를 본인이 직접 작성하도록 안전기준이 강화됐다. 당시 승선자 명부 명단과 사망자가 달랐다. 지난 1월 5명이 사망하고 12명이 구조된 무적호 충돌사고 이후에는 승선자명부에 비상연락처를 추가 기재하도록 강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안전불감증 탓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19명의 승객이 탔지만, 비상연락처란에는 ‘사무실 번호’라고 적힌 한개의 번호만 기재된 사례도 있었다. 또한 연락처 정보를 모두 기재했지만, 승객이 직접 작성하지 않고 여행사 사무실 등에서 일괄적으로 작성한 경우도 있었다.

낚시 관리 및 육성법에 따라 낚싯배는 승인을 받은 구명조끼를 승선정원의 120% 수 만큼 갖추고 있어야한다. 하지만 감찰결과 규정에 맞지 않거나 훼손된 조끼를 둔 경우가 많았다. [행정안전부 제공]

낚시 관리 및 육성법에 따라 낚싯배는 승인을 받은 구명조끼를 승선정원의 120% 수 만큼 갖추고 있어야한다. 하지만 감찰결과 규정에 맞지 않거나 훼손된 조끼를 둔 경우가 많았다. [행정안전부 제공]

구명조끼 안전부실도 여전히 심각히다. 낚시 관리 및 육성법에 따라 낚싯배는 승인을 받은 구명조끼를 승선 정원의 120% 만큼 갖추고 있어야 하며 그중 20%는 어린이용으로 채워야 한다. 또한 위급상황에 즉시 입을 수 있게 가까이 비치해야 한다. 하지만 착용이 불편하고 실용성 떨어진다는 이유로 구비만 해놓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규정에 맞지 않거나 찢어져 사용할 수 없는 조끼가 있었고 비닐 안에 봉인된 것도 있었다.

해상 낚시터도 안전이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허가받지 않고 해상펜션을 불법 운영하거나 무단으로 증축했다. 낚시 허가 구역이 아닌 곳에서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음주 상태로 낚시한 사람도 적발됐다. 특히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은 해상낚시터에 어린이 구명조끼가 없는 곳이 적지 않았다. 행안부는 불법으로 설치한 2곳의 해상 낚시터와 불법 증축한 16곳을 적발했다.

'낚시인 안전관리지침’에는 낚시터 내음주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나, 대부분 낚시인의 음주행위에 대해 별다른 조치가 없는 실정이다. [행정안전부 제공]

'낚시인 안전관리지침’에는 낚시터 내음주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나, 대부분 낚시인의 음주행위에 대해 별다른 조치가 없는 실정이다. [행정안전부 제공]

조덕진 행안부 안전감찰담당관은 “이러한 불법 낚시는 안전시설도 허술하고 사고위험도 높다”며 “하지만 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아 사고가 발생해도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거짓으로 출·입항 신고를 하거나 불법 낚시터를 운영하는 등의 위반을 한 20건은 형사고발 했다. 시설기준을 위반한 낚싯배나 낚시터 11곳은 영업정지 했다. 또한 지자체 공무원 등은 경징계 1건, 경고 12건, 주의 26건의 조치를 했다. 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반복되는 해상 안전사고에도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은 ‘고질적인 안전무시 관행’ 때문”이라며 “제도개선과 함께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안전감시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