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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나쁘면 대통령 지지율 오르고 좋으면 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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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항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 반일 여론 확산.”

문 대통령 지난주 4%P 오른 51.8% #MB도 독도 방문 직후 6%P 올라 #박근혜 위안부 합의 땐 3%P 내려 #대부분 한 달 못가고 반짝 효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8개월 만에 국정 수행 지지율 50%를 넘긴 것에 대해 22일 여론조사 회사 리얼미터가 내놓은 분석이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전국 성인 2505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15~19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4.0%포인트 오른 51.8%를 기록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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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일본과의 갈등은 열성적 지지층뿐 아니라 잠재적 지지층까지 결집하게 만드는 반면 반대층은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이 급격히 올라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적 용어로는 ‘플래그 잇 어라운드(Flag it around)’라고 부른다”며 “깃발(국기) 주변에 모여들게 한다는 의미, 즉 쉽게 말하면 ‘태극기 휘날리며’ 효과”라고 말했다.

실제 역대 정부 사례를 보면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하지만 개선되면 되레 마이너스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5년 차인 2012년 8월 10일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독도를 전격 방문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 정치인들이 독도 방문을 시도하는 등 일본 일각에서 자극했기 때문에 경고성 ‘액션’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무렵 일본이 ‘2012 방위백서’에 독도 관할부대를 명기하면서 국민 감정이 들끓었다.

독도 방문 뒤 일본 정부는 거세게 항의했고, 양국 관계는 급랭했다. 하지만 지지율은 8월 2주 차 때보다 6%포인트 오른 26%를 기록했고, 이후 2주간 지속 상승했다.

2013년 12월 26일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 후 야스쿠니 신사를 처음 방문했을 때 박근혜 정부는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참배에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아베의 야스쿠니 방문 직전 조사(2013년 12월 3주)에서 48%였던 대통령 지지율은 직후 조사인 이듬해 1월 2주차 조사에선 53%로 올랐다.

반면 2015년 12월 한·일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협상에 합의했을 땐 지지율이 내렸다. 야권과 시민단체의 ‘졸속 협상’이란 비난에 지지율은 43%(12월 3주)에서 40%(1월 1주)로 내려갔다.

이런 효과로, 내리막의 대통령은 한·일 관계를 이용하고픈 유혹에 빠질 수 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2001년 김 전 대통령의 세 아들이 비리와 연관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내가 ‘마침 일본 역사 왜곡 문제로 여론도 안 좋으니 민간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벌여 보겠다’고 제안했다가 크게 야단맞았다”고 토로한 일이 있다.

하지만 한·일 갈등기 지지율 효과는 ‘반짝 특수’에 그치곤 했다. 이 전 대통령이나 박 전 대통령 모두 한 달 이상 지속하진 못했다.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에서도 독도 방문을 만류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로 인해 오른 지지율 효과도 오래가진 않았다”며 “반일 감정‘이라는 변수가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 만큼 사회가 성숙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번 문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은 언제까지 갈까.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8·15 광복절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일단 그때까지는 이어가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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