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만원 화분 선물했다가 징계받은 교수…법원서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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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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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사립대 교무처장이 이사장과 총장 등에게 각각 9만원 상당의 화분을 선물로 줬다가 직무 정지를 당한 것에 대해 법원이 "직무 정지 효력을 멈춰달라"는 교무처장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이승련 부장판사)는 서울의 한 사립대 교무처장인 박모 교수가 이 대학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며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지난 5월 15일 대학에서 열린 스승의 날 행사에서 이사장과 총장, 상임이사에게 자비로 화분을 구매해 1개씩 전달했다.

해당 대학교의 총무처장은 박 교수가 화분을 제공한 것이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박 교수의 교무처장 직위에 대해 직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

박 교수는 "스승의 날을 맞아 친목과 화합을 도모하고자 화분을 제공한 것이고, 가격도 각 9만원에 불과하므로 청탁금지법에서 수수를 금지한 금품을 제공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박 교수가 건넨 화분이 청탁금지법상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 등에 해당하지 않는 '의례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10만원 이하의 농수산가공품인 선물'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화분이 행사에서 공개적으로 제공됐고, 화분 리본에는 박 교수가 구매한 화분임을 추단할 수 있는 어떤 표현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박 교수는 교직원을 어느 정도 대표하는 직위에 있었고, 행사 과정에서 사회 통념상 청렴성을 해할 우려가 드러난 바가 없으니 화분 제공은 '의례의 목적'이라고 평가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이러한 사정을 봤을 때 박 교수가 화분을 제공한 것이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직무 정지 대상에 해당하는지는 본안 소송에서 충분히 다퉈볼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인용 이유를 밝혔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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