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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맥주 -40% 유니클로 -26%, 수치로 나타난 '보이콧 재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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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일본제품을 사지 말자는 ‘보이콧 재팬’ 움직임이 거세다. 일본 주류와 식음료 등 소비재 부문의 매출 감소가 두드러진다. 여행업계 영향도 수치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외식업계의 경우 경기침체·소비 부진 등이 혼재된 가운데 일본 기피 현상이 감지된다. 일본산 자동차 매출은 아직 수치로 나타나는 영향은 없지만, 장기화할 경우 판매 부진 등이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일본의 경제 보복이 한국 농수산물과 식품에 대한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어 농어민 피해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 각 부문 영향을 따져봤다.

산업별 '보이콧 재팬' 영향 보니

◇ 일본 주류= 21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3사와 대형마트의 일본 맥주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다. ‘아사히ㆍ기린 맥주 마시지 않기’는 일본 경제 보복 조치 이후 가장 먼저 나타난 불매 운동 양상이다. 국산 맥주를 비롯해 대체재가 많아 실천이 쉬운 만큼 파급력도 크다.

편의점 CU에서 일본 맥주 매출은 이달(1~18일) 들어 지난달 동기보다 40% 감소했다. 같은 기간 GS25는 24% 감소했고 세븐일레븐(1~15일)에서도 18% 줄었다.
대형마트인 이마트에서도 이달 1~18일 일본 맥주 매출은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30.1% 감소했다. 7월 첫째 주에는 일본 맥주 매출 감소율이 24.2%였지만, 둘째 주에는 33.7%, 셋째 주에는 36%나 떨어졌다. 이런 영향으로 올 상반기 전체 수입 맥주 중 매출 2위를 차지했던 아사히 맥주의 이번 달 순위는 6위, 기린 맥주도 7위에서 10위로 내려앉았다.

일본 전통 술인 사케 판매도 줄었다. 한 사케 수입ㆍ판매사는 “(보이콧 재팬이) 매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업소보다 마트 등 가정용 채널에 대한 수요가 더 줄었다”고 말했다. 한 주류도매상은 “일본 주류를 안 받겠다는 소매점이 늘고 있다”며 “맥주의 경우 30%에서 절반 가까이 주문량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클로 등 생활 브랜드=유니클로 코리아(FRL코리아)는 21일 “매출 감소에 대한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카드사 집계에 따르면 불매운동 등으로 최근 유니클로는 26%, 무인양품은 19% 매출이 감소했다. 유니클로의 지난해 한국 매출은 약 1조3000억원이다. 불매 운동이 계속되면 올해 매출 1조원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7일 오후 대구 달서구의 한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지역 주민들이 일본 기업 불매운동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뉴스1]

7일 오후 대구 달서구의 한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지역 주민들이 일본 기업 불매운동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뉴스1]

◇관광ㆍ항공= 일본여행은 하반기 예약 감소 현상이 뚜렷하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일본여행 신규 예약자는 하루 500명으로 지난해(1100명)보다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 8~14일 온라인 쇼핑 채널 G마켓 일본 패키지여행 상품 판매 매출도 지난해 동기보다 12%가 줄었다. 일본 호텔 예약은 11% 떨어졌다.

패키지가 아닌 개별여행객 시장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한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에 따르면 한국인의 해외 호텔 예약 순위에서 오사카는 5위를 차지하면서 지난달보다 2단계 떨어졌다. 도쿄ㆍ후쿠오카도 각각 8ㆍ9위를 차지해 3단계씩 내려갔다. 오창희 한국여행업협회(KATA) 회장은 “5월까지 방일 여행객 규모가 4.7% 줄었고 올해 총 20% 줄어든 650만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터진 일본 불매 운동으로 항공 업계는 울상이다. 특히 일본 노선 매출 비중이 20~30%에 달하는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타격이 커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 서울 강남에 있는 일본계 완성차 매장 관계자는 18일 “아직 계약을 취소하거나 판매가 줄어드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매장을 찾는 고객의 수는 일본 무역보복 이전보다 체감상 20~3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일본차 실적은 좋았다. 도요타ㆍ혼다ㆍ닛산 등 일본 완성차 브랜드는 한국시장에서 2만3482대를 팔아 전년 동기(2만1285대)보다 10.3% 판매량을 늘렸다. 일본차 수입사 한 관계자는 “신규 계약 건수가 줄진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한일 관계 악화가 장기화하면 영향이 없진 않았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 판매가 급증했다. 아직 일본 불매 운동 영향은 수치로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업계는 일본 불매 운동이 장기화할 경우 이미지 타격 등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14일 서울 시내의 한 도요타자동차 전시장.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 판매가 급증했다. 아직 일본 불매 운동 영향은 수치로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업계는 일본 불매 운동이 장기화할 경우 이미지 타격 등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14일 서울 시내의 한 도요타자동차 전시장. [연합뉴스]

◇불매 운동 앞으로는=장기화할 경우 일본에서 한국 제품도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당장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카드 중 하나로 한국 농수산물과 식품을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한국 농수산물 및 식품 1위 수출국인 일본(지난해 기준 약 13억 달러)이 보복 조치를 할 경우에 국내 농어민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일본 불매 운동의 영향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동네마트 등에서 일본 물건 팔지 않기 운동을 주도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의 홍춘호 정책이사는 “소비자가 적극적이고 품목을 확대해 달라는 요청도 많다”며 “일본의 경제 보복조치 철회 시그널이 계속 있을 때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불매운동은 공감하지만 소상공인 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생길 우려도 있다”며 “도리어 피해볼 가능성이 있는 데 이것이 일본이 정말 바라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일부 제품 대상 제외를 공지한 일본 불매 운동 사이트 노노재팬. [노노재팬 캡처]

일부 제품 대상 제외를 공지한 일본 불매 운동 사이트 노노재팬. [노노재팬 캡처]

실제 불매운동 대상이 된 뒤 억울함을 표현하거나 ‘한국 측 피해가 크다’는 주장을 펼치는 업체도 나온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정보 제공 사이트인 ‘노노재팬’은 20일 일부 불매 운동 품목을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운영자는 공지를 통해 “감동란과 와코루는 100% 국내 생산 제품으로 확인돼 대상에서 제외했고 SK-II와 세콤 등은 지분 구조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국내 근로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내렸다”고 밝혔다. 또 “구몬은 수학 한 과목만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어 제외했다”라고도 했다.

고려대 경제학과 강성진 교수는 “한·일 간 무역에서 소비재 비중은 15% 정도뿐이고 대부분 중간재 부품”이라며 “(불매 운동이) 일본에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관광을 가지 않으면 일본 지역에도 영향을 주겠지만 한국 여행사나 항공사도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전영선·김영주·임성빈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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