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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없애 일반고 살리자"는 조희연…그간 성과는 글쎄

중앙일보

입력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감이 17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반고 전환 자사고에 대한 동반성장 지원 방안을 포함한 일반고 종합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감이 17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반고 전환 자사고에 대한 동반성장 지원 방안을 포함한 일반고 종합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자사고·외고 모두 폐지하자"고 주장해 논란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자사고 폐지에 앞장서기 전에, 조 교육감이 그간 시행해온 일반고 살리기의 정책 성과부터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반고 살리기 예산으로 연간 130억원씩 5년간 투입 #학생·학부모·교원, '기초학력 증진' 만족도 최저 #"자사고 폐지보다 일반고 살리기 성과 입증" 비판도

2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조 교육감이 취임 이후 지금까지 일관되게 '자사고 폐지'와 '일반고 살리기' 정책을 추진해왔다. 특히 일반고 살리기는 2014년부터 '일반고 전성시대' 사업을 시작해 지금까지 연간 130억원, 학교당 매년 8000만~1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으며 집중했다. 일반고 살리기에만 지금까지 650억원이 투입됐다.

조 교육감은 그간 여러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가장 성공한 정책은 '일반고 전성시대'"라고 자평하며 "열패감에 젖어있던 일반고 교사들이 열정을 되찾고, 학생들은 꿈과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고, 상당한 성과를 보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서울교육청은 올 3월 '일반고전성시대 사업에 대한 학교 구성원 만족도 및 질적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정책 효과를 홍보하기도 했다. 서울 시내 일반고 189개교 전체를 대상으로 학생 1만7843명, 학부모 8994명, 교원 1만155명 등 3만6992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일반고 전성시대' 정책에 대한 전체적인 만족도는 학생 3.69점(5점 만점), 학부모 3.81점, 교원 4.05점으로 높은 편이다. 항목별로는 '진로진학프로그램' '다양한 동아리' 등의 만족도가 특히 높았다.

그런데 '기초학력 지도' 항목에서 학생·학부모·교원 모두 가장 박한 점수를 줬다. 특히 학생 만족도가 3.51점으로 가장 낮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일반고 교장은 "사실 이 부분이 핵심"이라면서 "교육청이 내세우는 교육과정 다양화, 수업 방식 개선 등은 교육 방법의 변화일 뿐이고, 변화의 성과는 학생 학력을 통해 측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력에 대해 학생·학부모·교원이 모두 만족하지 못했다면 정책 성과가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사교육업체의 설문조사에서는 일반고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좀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입시전문기관인 진학사가 지난해 12월 14~18일 4일간 고1~3학년 1669명을 설문조사했는데, '동생이나 후배에게 자신이 현재 재학중인 고교로 진학할 것을 추천하겠냐'는 질문에 일반고 학생 53.1%가 '추천할 생각 없다'고 답했다. '추천하겠다'는 30%, '모르겠다'고 응답한 학생은 17%였다.

또 자신이 재학 중인 고교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학생은 일반고가 45.5%로 가장 높았다. 과학고·영재학교 38%, 자사고 35.9%였다. '고교 선택과 대입 준비의 관련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일반고 응답자의 84%가 '관련이 있다'고 답했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일반고 학생들의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학교에서 대입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면서 "반면 자사고나 외고·국제고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면학 분위기가 좋고 진학에 필요한 환경이 잘 조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부모 역시 '일반고가 달라졌다'는 조 교육감의 얘기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두 자녀를 각각 자사고와 일반고에 진학시킨 학부모 강모(47·서울 강남구)씨는 "자사고에 다니는 첫째는 학교 프로그램대로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입을 준비하는데, 일반고에 다니는 둘째는 부모가 사교육을 통해 직접 대입 준비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강씨는 "교사들이 상위권 대학 진학 가능성이 있는 몇몇 학생만 특별관리하면 위화감이 생긴다. 일반고에서 이런 현상이 훨씬 심하다"면서 "주변에서 자녀를 일반고에 보낸다고 하면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리고 싶은 심정"이라고도 얘기했다.

아들이 일반고 1학년인 학부모 오모(49·서울 영등포구)씨는 "교사가 공공연히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이 고맙다'고 얘기하고, 질문하는 학생에게 '너도 그냥 자라'고 면박을 준다고 하더라"면서 "믿기지 않아 아이에게 몇번이고 되물었고, 주변 학부모에게도 확인했는데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 가능하면 자사고로 전학시키고 싶다"며 "조 교육감 얘기처럼 일반고가 그렇게 좋아졌다면, 누가 비싼 학비 내면서 자사고에 보내겠냐"고 반문했다.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교육시민단체의 집회 모습. [중앙포토]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교육시민단체의 집회 모습. [중앙포토]

이에 대해 김동석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조희연 교육감은 자사고가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이라고 하면서, 마치 자사고 폐지가 일반고 살리기 방안인 양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반고 살리기의 핵심은 '학력 증진 방안' 마련인데, 재선 교육감으로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데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목 자사고연합회장(전 중동고 교장)은 "조 교육감은 교육행정의 책임자로서 자사고 학생·학부모를 특권집단으로 매도하고 자사고 폐지를 선동하는 것을 멈추고, 학생들이 자사고에 오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일반고의 학력을 높이는 데 더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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