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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패스처럼 햄버거 주문·결제…'한국 스벅' 뒤쫓는 맥도날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차 번호 수집에 나서고 있다. 드라이브스루(DT) 매장에 차량 번호판 인식(LPR)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 도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AP=연합뉴스]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차 번호 수집에 나서고 있다. 드라이브스루(DT) 매장에 차량 번호판 인식(LPR)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 도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AP=연합뉴스]

전통적으로 차량 번호판에 관심이 많은 곳은 수사기관과 세무 당국이다. CCTV에 찍힌 차량 번호를 보고 범인을 추적하고, 상습 체납자의 차량 번호판을 압수해 밀린 세금을 거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미국 패스트푸드 업계도 차 번호 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차 안에서 음식과 음료를 받는 드라이브스루(DT) 매장에 차량 번호판 인식(LPR)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다.

번호판 인식…하이패스처럼 통과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차 번호 수집에 나서고 있다. 드라이브스루(DT) 매장에 차량 번호판 인식(LPR)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 도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AP=연합뉴스]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차 번호 수집에 나서고 있다. 드라이브스루(DT) 매장에 차량 번호판 인식(LPR)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 도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AP=연합뉴스]

패스트푸드 업체가 구현하려는 건 LPR을 통한 ‘자동주문·결제’ 시스템이다. 방법은 이렇다.
차가 DT 매장에 진입하면 LPR이 차량 번호를 탐지한다. 업체는 고객이 자사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에 입력한 차량 번호를 바탕으로 차량 속 고객이 누구인지 인식한다. 이렇게 되면 매장에 오기 전 사전 주문·결제가 가능하다. 모바일 앱 등을 통해 고객이 음식을 미리 주문하고 결제까지 마쳤다면, DT 매장에서 이를 바탕으로 음식을 만들어 매장에 들어온 고객에게 곧바로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은 DT 매장에서 주문과 결제를 위해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매장에서 준비만 제 시간에 한다면 차를 멈추지 않고 음식을 곧바로 가져갈 수 있다. 고속도로 요금소에 있는 하이패스와 같은 효과다.

고객이 이전에 주문한 내역을 바탕으로 추천 메뉴를 내비게이션 등으로 고객이 매장에 오기 전에 제시할 수도 있다. FT는 “패스트푸드 업체의 LPR 기술은 음식 주문·제공 속도를 높이고,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를 하기 위한 것”이라며 “카메라 품질과 인터넷 속도의 향상,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에 따라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패스트푸드 업계는 AI 업체 인수까지 나서고 있다. 맥도날드는 지난 3월 이스라엘의 AI 벤처기업 ‘다이내믹 일드’를 3억 달러(약 3500억원)에 사들였다. 다이나믹 일드는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특화된 기업이다. 맥도날드는 올해 미국 DT 매장에 다이내믹 일드의 기술을 바탕으로 LPR 기반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FT "한국서 시작"…스타벅스 "대기시간 15초"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해 9월 '마이 DT Pass' 서비스 론칭 100일을 맞아 축하 이벤트를 벌이는 모습.[사진 스타벅스코리아=연합뉴스]

스타벅스코리아가 지난해 9월 '마이 DT Pass' 서비스 론칭 100일을 맞아 축하 이벤트를 벌이는 모습.[사진 스타벅스코리아=연합뉴스]

사실 이런 변화의 시작은 한국이다. FT는 “한국에서 스타벅스가 LPR 을 활용한 판매 시스템을 지난해부터 운영 중”이라고 보도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지난해 6월부터 고객 차량 번호를 인식해 자동 결제하는 ‘마이 DT 패스’ 서비스를 서울지역 DT매장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차량 번호를 스타벅스 모바일 앱에 등록하면 스타벅스의 모바일 주문결제 서비스 '사이렌오더'를 통해 미리 주문결제한 뒤 매장에 진입해 음식과 음료를 가져가면 된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 3월 "마이 DT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평균 대기 시간이 1분 40초로, 일반 사용자보다 1분 가량 줄었다" 고 발표했다.
스타벅스 코리아 측은 앞차가 없을 경우 대기 시간이 15초까지 줄어든다고 본다. 미국과 일본 등의 DT매장에서 차량 1대당 진입부터 출차까지 평균 4분 이상 걸리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스피드인 셈이다.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도…빅브라더 우려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일부 시민단체는 LPR 기술이 개인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으며,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가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FT는 “LPR 시스템을 통해 업체가 수집한 개인 정보가 다른 목적에 쓰이거나 정부에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며 “때문에 LPR이 ‘빅브라더’ 기술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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