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줬으면 지금의 상황은 어떠했을까요.”
최 회장 제주포럼 발언 놓고 공방 #국산화 책임 놓고 반박 재반박 #박 “20년 전부터 중기 끌어줬다면”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리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정조준했다. 최 회장의 “국내 중소기업이 불화수소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품질이 다르다”는 발언에 반박한 것이다.
해당 글은 박 장관이 이날 오후 2시쯤 올렸다. 박 장관은 글에서 “대한상의 제주포럼 마치고 공항 가는 길에 ‘(대기업이 한국 중소기업 불화수소 안 쓴다?) 품질·순도 문제’라는 (최 회장 발언을 다룬) 기사를 봤다”며 “첫술에 배부를 수 있을까요? 만약 20년 전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연구·개발(R&D) 투자를 하면서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했다면 지금의 상황은 어떠했을까요?”라고 지적했다.
이 상황은 이날 오전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의 연장선상이다. 박 장관은 이날 포럼에서 ‘축적의 시간과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 말미에 그는 “(국내) 중소기업을 만나 물어보니 불화수소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며 “그런데 (문제는) 대기업이 안 사준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과의 갈등 관계가 위기지만 기회도 될 수 있다”며 “핵심 부품을 대기업에서 모두 만들 순 없다”고 말했다.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는 대표적인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로 지난 4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수출 규제 품목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은 최근 불화수소 공급처 다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같은 포럼에 참석한 최태원 회장은 강연이 끝난 뒤 박 장관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물론 만들 수 있겠지만 품질의 문제”라며 “반도체 역시 중국도 다 만들지만 순도가 얼마인지, 또 공정마다 불화수소 분자 크기도 다른데 그게 어떤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에 맞는 불화수소가 나와야 하지만 국내에서 그 정도 디테일은 못 들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장관은 그간 “일본 수출 규제를 소재·부품산업의 독립 기회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8일 기자 간담회와 16일 취임 100일 메시지에서도 같은 취지의 ‘부품·소재산업 독립 선언’ 발언을 꺼냈다.
중기부 관계자는 “10일 청와대-30대 기업 총수 간담회 때 ‘어려워도 중기 제품을 적극적으로 키웠어야 했다’는 기업인 발언이 나왔는데 현장에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을 본 장관이 희망을 느낀 듯했다”며 “이후 비슷한 얘기를 몇 번 더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제주=문희철 기자,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