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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들도 ‘노 재팬’…광주 학생들, 일본産 볼펜 버린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광주 광덕고 학생들이 17일 버린 일본제품들이 상자에 쌓여 있다. 오른쪽은 광덕고 학생들이 ‘일본 제품 안쓰기 운동’과 관련한 선언식을 여는 모습. [뉴시스] [뉴스1]

광주 광덕고 학생들이 17일 버린 일본제품들이 상자에 쌓여 있다. 오른쪽은 광덕고 학생들이 ‘일본 제품 안쓰기 운동’과 관련한 선언식을 여는 모습. [뉴시스] [뉴스1]

5월 ‘친일교가’ 교체…이번엔 ‘日 불매’ 선언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조치로 경제 보복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광주의 한 고등학생들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광덕고 학생, 17일 교내서 일본제품 불매 선언 #일본산 볼펜·사인펜·핫펙 등 상자에 담아 버려 #학생들, “역사 잊은 민족에게 미래 없다” 강조

광주 광덕고는 17일 오후 교내 태극기 상설전시관 앞에서 학생회 주관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 선언식을 열었다. 불매운동 결의문 발표와 관련 퍼포먼스가 진행된 행사에는 광덕고 학생 150여명이 참여했다. 고등학생들이 학교의 허가 아래 학생회의 주도로 교내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벌인 것은 처음이다.

학생들은 이날 ‘일제(日製)의 사용은 일제(日帝)로의 회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적힌 손 펼침막을 들고 불매운동을 결의했다. 이후 학생들은 상자에 모은 볼펜과 사인펜, 핫팩 등 일본 제품을 버리는 퍼포먼스를 했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한국은 수많은 의병과 독립운동으로 일본에 대항했고, IMF(국제통화기금) 외환 위기에는 국민의 금 모으기 운동으로 경제난을 극복했다”며 “이제 광덕고 학생들은 국민과 뜻을 함께하기 위해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17일 오후 광주 광덕고 학생들이 '일본 제품 안쓰기 운동' 선언식을 열고 일본 제품을 상자에 버리고 있다. [뉴스1]

17일 오후 광주 광덕고 학생들이 '일본 제품 안쓰기 운동' 선언식을 열고 일본 제품을 상자에 버리고 있다. [뉴스1]

“나라사랑 실천” 학교 측도 응원 

이날 행사는 학생회의 요구를 학교 측이 받아들이면서 진행됐다. 앞서 윤시우 광덕고 학생회장이 지난 15일 학생회 관계자들에게 불매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게 시작이었다. 당시 학생회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가 이뤄졌고, 학교 측에서도 학생회의 요청에 동의하면서 행사가 진행됐다. 윤시우 학생회장은 “최근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로 무역보복 논란이 일면서 전국적으로 ‘노 재팬(No Japan)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사실을 외면할 순 없었다”며 “다른 지역 학생들도 같이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회 측은 “일본이 한국에 대한 무자비한 수출 규제조치를 발표함에 따라 우리 국민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다짐하며 실시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국산 학용품 사용과 함께 부모님들에 대한 불매 운동 참여 운동 등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학생회 측은 또 결의문을 통해 ^국산 학용품 구입에 노력할 것 ^한국음식을 사 먹도록 노력하고 부모님께도 이를 권장할 것 ^태극기 상설 전시관을 수시로 방문해 애국을 다짐할 것 등을 강조했다.

광주 광덕고 학생들이 17일 오후 교내 태극기 상설 전시관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선언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광덕고 학생들이 17일 오후 교내 태극기 상설 전시관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선언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덕고, 단재 신채호 후손이 설립

학교 측도 학생들의 움직임을 적극 응원하고 있다. 광덕고가 속한 학교법인 만대학원 신흥수 이사장은 “매년 학교에서 개최되는 경술국치 행사와 순국선열의 날 행사 등을 통해 학생들이 나라사랑을 실천하는 광덕인이 돼 뿌듯하다”고 했다.

한편 만대학원 산하 광덕중·고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후손이 설립한 학교다. 지난 5월에는 지역 교육계 친일잔재 청산과 역사 바로세우기 운동을 위한 첫 사업으로 친일작곡가가 작성한 교가를 새 교가로 교체한 바 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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