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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째 질병치료"…미국 체류 김준기 전 동부회장 범죄인인도 대상 된다

중앙일보

입력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 [중앙포토]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 [중앙포토]

경찰이 비서 성추행·가사도우미 성폭행 의혹을 받는 김준기(75)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을 송환하려 법무부에 범죄인인도 청구를 요청한다. 김 회장은 비서 성추행 논란이 커지기 전인 2017년 7월 28일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출국해 수사기관의 소환에 불응해왔다. 그는 여권이 무효가 됐지만 체류 기간을 지속해서 연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법무부에 범죄인인도 청구 요청" 

경찰은 미국 도피 중인 김 전 회장에 대해 법무부에 범죄인인도 청구를 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한·미 양국이 맺고 있는 범죄인인도 조약에 따른 절차다. 한국의 경우 범죄인인도 청구는 경찰의 권한 밖이라 법무부에 요청하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비서 성추행 혐의로 고소(2017년 9월)된 데 이어 가사도우미 성폭행 혐의로 추가 고소(지난해 1월)를 당한 피의자다. 현재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의 ‘적색수배’까지 내려졌지만 국내 송환은 당장 어려운 상황이다.

김 전 회장의 여권이 무효가 됐지만 현지에서 이민변호사를 고용, 체류자격을 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 치료가 이유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앞서 김 전 회장은 비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2년 전 이뤄진 경찰의 3차례 소환 통보에 모두 치료를 이유로 응하지 않은 바 있다. 이후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송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뉴스1]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뉴스1]

"치료 이유로 합법적인 체류기간 연장" 

현재 김 전 회장은 6개월마다 ‘합법적’인 체류 기간의 연장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 측이) 치료를 목적으로 체류 기간을 늘리려 하는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법무부에 범죄인인도 청구를 요청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전 회장의 여권이 무효가 됐다는 사실을 미국 인터폴과 미 국토안보부 한국지부에 다시 한번 알렸다”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2016년부터 1년 동안 자신의 경기도 남양주 별장에서 일했던 가사도우미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피소됐다. A씨는 김 전 회장이 주로 음란물을 본 뒤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폭로했다. 현재 당시 A씨의 피해 상황으로 추정되는 녹음파일까지 공개된 상태다. 녹음이 파일에는 김 전 회장이 A씨에게 “나이 먹었으면 부드럽게 굴 줄 알아야지” “가만히 있어” 등의 말을 한 정황이 담겼다.

이에 대해 김 전 회장 측은 “합의된 관계였다”며 성폭행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에게 합의금을 줬는데 추가로 거액을 요구하려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신을 피해자 자녀라고 주장하는 글쓴이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자신을 피해자 자녀라고 주장하는 글쓴이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피해자 자녀 주장 국민청원 관심 

이후 자신을 A씨의 자녀라고 주장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주목받고 있다. 글쓴이는 전날(16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올린 ‘**그룹 전 회장 김**의 성범죄 피해자 가족입니다. 제발 그를 법정에 세워주세요’ 글을 통해 “김 전 회장은 경찰 소환에 불응하면서 막강한 재력을 이용해 적색 수배가 내려진 상태에서도 호의호식하며 지냈다”며“하수인을 통해 계속 합의를 종용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떳떳하다면 핑계 대지 말고 즉시 귀국해 수사받고 법정에 서면 된다”며 “그렇게 할 수 없다면 수사기관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김 전 회장을 체포해 달라”고 말했다. 해당 청원은 17일 오후 3시40분 현재 4337명의 동의를 얻었다.

한편 김 전 회장은 2017년 9월 전 비서 B씨에 의해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하자 “회사에 누를 끼칠 수 없다”며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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