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장에 7000원짜리 번역료 알바비 떼먹은 가짜 번역회사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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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번역본을 주고받은 메일 내역 [사진 종암경찰서]

김씨가 번역본을 주고받은 메일 내역 [사진 종암경찰서]

사장 행세를 하며 아르바이트생에게 번역을 시키고 번역료를 지급하지 않은 사기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인터넷 구직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해 번역을 시킨 뒤 이를 다른 회사에 납품하고 번역료를 받아 가로챈 혐의(상습사기)로 김모(53)씨를 구속하고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7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가짜 번역 회사 구인 광고를 올린 뒤, 사장 행세를 하며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했다.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영ㆍ한 번역 1장당 7000원, 한ㆍ영 번역 1장당 8000원의 조건을 제시한 김씨는 번역본을 제공받아 번역 회사에 납품하고 번역료를 지급받았음에도 피해자들에게 약속한 금액을 지불하지 않았다. 김씨는 26명의 번역 아르바이트생을 상대로 221회에 거쳐 사기 행각을 저질렀고 금액은 총 2300만원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주로 대학생이나 취업 준비생들이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씨가 2014년부터 비슷한 범행을 저질러 온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씨는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아닌 지방 원룸을 전전하며 인터넷을 통해 상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고 돈은 생활비나 유흥비로 썼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피의자 김씨가 피해자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 [사진 종암경찰서]

피의자 김씨가 피해자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 [사진 종암경찰서]

피해자 A씨는 "3000원, 6000원 짜리 번역도 번역료도 지급해주지 않았다"며 "번역을 요구하며 주는 시간이 너무 짧아 적은 번역료에도 새벽까지 작업을 했다.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화난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 B씨도 "돈 모아서 이달 말에 준다고 하면서 한 푼도 안 줬다"며 "벼룩의 간을 빼 먹는 사람인 것 같다. 번역 일이 처음이었는데 다시는 안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임금 미지급 등 분쟁 발생 시 쉽게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미리 계약서를 작성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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