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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 일본 외상 서면 인터뷰 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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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1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는 지금 어려운 상황에 놓였지만 북한 문제 등 공조할 것은 한국과 공조하겠다“고 밝혔다. [타스=연합뉴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1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는 지금 어려운 상황에 놓였지만 북한 문제 등 공조할 것은 한국과 공조하겠다“고 밝혔다. [타스=연합뉴스]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상 16일 서면 인터뷰 전문.

일본 정부는 이번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징용 문제에 대한 대항조치는 아니"라면서도 "징용재판 등 국제적 약속을 지키지 않아 한국을 믿을 수 없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모순된 주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화이트 국가'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방침은 확정된 것입니까.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번 수출관리 운용의 재검토는 일본 수출관리 당국이 안보 관점에서 실시하는 것이며,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대항조치’로써 실시하는 것이 전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번에 재검토 대상이 된 물자∙기술 등은 군용품으로 전용이 가능한 민감한 것들이며 각국의 당국이 적절히 관리할 책임이 있습니다. 재래식 무기에 대해 ‘캐치올 규제’를 도입하지 않는 등, 한국 내 수출관리제도가 반드시 충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2004년 이래 일본은 한국에 대해 ‘화이트 국가’의 지위를 부여해 통상적인 절차보다 간소화해 왔습니다만, 이는 당국 간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간소화된 절차를 적용하는 데 충분한 당국 간 신뢰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대화도 3년 넘게 열리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과 관련된 수출 관리를 둘러싸고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한 상황 등을 감안하면, 더 이상 통상보다 간소화된 절차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번에 한국에 대한 절차를 재검토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화이트 국가에서 빠진다고 하더라도 2004년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뿐이며, 오히려 ‘화이트 국가’에 지정되어 있는 나라의 수가 압도적으로 적습니다.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한·일 간의 신뢰 관계가 훼손되었다는 현재의 상황은 사실입니다. 한국 정부가 약속을 지켜 주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 재검토는 어디까지나 수출 관리상의 우려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마치 ‘대항 조치’인 것처럼 오해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수출관리에 부적절한 사안이 있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자민당에선 ‘한국에 수출된 소재가 북한으로 넘어갔을 가능성’까지도 암시하고 있는데 ‘부적절한 사안’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쪽에서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것 아닙니까.
일본 정부는 지적하신 것처럼 북한과 관련해 언급한 사실이 없습니다. 어쨌든 한국과 관련한 수출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에 대해서는 사안의 성격상 답변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강경화 외교장관이 지난 5월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강경화 외교장관이 지난 5월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조치는 오사카 G20 의장성명에서 자유무역을 강조한 일본으로선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WTO 협정 위반 가능성은 우려하지 않습니까. 또 일본 경제 미칠 영향은 없습니까.
이번 조치는 수출금지가 아니라 안보상의 우려에 입각해, 일본의 수출관리제도를 적절히 실시하는 데 필요한 운용의 재검토이며 이러한 수출관리의 재검토는 한국을 포함해 각국에서도 실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대항 조치’가 아닐뿐더러, 이러한 조치가 ‘자유무역 및 G20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이념에 반한다’는 지적 또한 전혀 맞지 않습니다. 더욱이 이번 재검토는 한국에 대해 실시해 오던 간소화된 절차를 통상적인 절차로 되돌리는 것이며, WTO 협정과 관련해서도 아무런 문제도 없습니다.  
미국도 우려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치는 ‘역내 안보와 북한 문제를 위한 한·미·일 공조’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양국 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연장 요청 시한이 다음 달인데 일본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번 수출관리 운용의 재검토는 안보 관점에서 군용품으로 전용 가능한 민감한 물자∙기술 등의 수출에 대해, 실효성 있는 관리를 확실히 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며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당연한 것입니다. 한·일관계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만, 북한 문제를 비롯해 공조해야 할 과제에 대해서는 계속 한국과 공조해 갈 생각입니다.
일본은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징용문제가 해결됐다는 주장이고, 한국은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해야 한다고 맞서 있습니다. 두 가지 주장을 조화시킬 방안은 없을까요. 다시 한번 일본 정부의 징용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 주십시오.
구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징용문제)는 실로 국가 간의 약속을 지키느냐 안 지키느냐의 문제입니다.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는 한쪽 국가의 국내 사정으로 인해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이 깨지게 된다면, 안정된 국제 관계를 구축할 수가 없습니다. 일본과 한국은, 1965년에 14년에 걸친 어려운 협상을 마무리 짓고, 일본이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의 경제협력을 약속함과 더불어 양국 및 그 국민 간의 재산∙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을 명문 규정으로 확인했습니다. 또 그 협상안에서 한국 측이 일본 측에 제시한 소위 8개 항목의 ‘대일 청구 요강’에는 피징용 한인의 미수금과 전쟁으로 인한 피징용자의 피해에 대한 보상이 포함되어 있으며, 한·일청구권협정의 합의 의사록에는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재산∙청구권에 해당 8개 항목에 속하는 청구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 어떠한 주장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이 명기되어 있습니다. 더욱이 한·일청구권협정 협상에서 한국은 피징용자 전반에 대한 보상을 요구했고, 이는 피징용자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대한 보상을 의미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 측에서는 개인에게 지불할 것을 제안했습니다만, 한국 측은 일본에게 국가로서 청구한 후 한국 내에서의 지불은 국내 조치로 실시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경위가 있습니다. 2005년 8월 한국 정부는 청구권협정을 통해 일본에서 무상자금협력으로 받은 무상 3억 달러에는 ‘강제동원’에 관한 ‘고통받은 역사적 피해’의 보상을 위한 자금도 포함되어 있으며, 한국 정부는 수령한 무상자금 중 상당 금액을 ‘강제동원’ 피해자의 구제에 사용해야 하는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공표한 바가 있습니다. 이 문제의 본질은 이상과 같은 경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 그것도 국교 정상화의 법적 기반이 되어 온 약속을 50년 이상 지나, 한국 측이 일방적으로 뒤집어 버린 데 있습니다. 한국 측에는 국제법, 국가 간 관계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제대로 마주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 있는 대응을 취해 주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동시에 일본은 본 건을 국제법에 입각해 해결하기 위해, 협정상 정해진 중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에는 협정상의 의무에 따라 7월 18일까지 기한 내에 중재에 응하기를 요구합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지난 9일 쓰쿠바에서 열린 무역과 디지털경제 관련 주요20개국(G20) 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지난 9일 쓰쿠바에서 열린 무역과 디지털경제 관련 주요20개국(G20) 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이 난 3건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기존에 제시한 대로 한·일 양국 기업의 기금으로 해결하되, 향후 제기될 소송 등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해선 한국 정부가 책임지는 안, 즉 ‘1+1+α(한국정부)’ 안을 제안받으신 적이 있는지, 만약 제안을 받으신다면 받아들일 뜻이 있습니까.
지적하신 제안을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대해 제시한 사실이 없습니다. 이에 덧붙여 말씀드리면, 지난달 한국 정부가 제시한 제안은 한국의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지 못하며, 이 문제의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이전부터 말씀드린 대로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 문제의 중대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조속히 적절한 대응을 취해 주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대신은 그동안 어떠한 경우에도 양국 간 교류는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양국 국민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됐는데, 반대하진 않았습니까.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번 수출 관리 운용 재검토는 안보 관점에서 군용품으로 전용 가능한 민감한 물자∙기술 등의 수출에 대해, 실효성 있는 관리를 확실히 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며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당연한 것입니다. 한·일관계는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지만, 이러한 때에도 양국 간 상호 이해와 신뢰 증진을 위해, 국민 간 교류, 자치단체 간 교류 및 문화∙스포츠 등의 교류는 흔들림 없이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해, 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이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일 양국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의 교류가 중요하며, 일본 외무성은 2018년도 1년 동안 1000명 이상의 한·일 청소년 등을 초청 또는 파견했습니다. 상대국을 실제 자신의 눈으로 보고 체험하며 이해함으로써 양국의 보다 많은 국민들이 제각기 이웃나라를 소중히 여기고 우호적인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교류사업은 한국 측과도 협력하면서 힘있게 추진해 갈 생각입니다. 저는 일본의 국회의원 중에서도 특히 한·일관계에 애정을 쏟아 왔다고 자부합니다. 이런 애착을 갖고 있기에 한국 측이 적절한 대응을 취해 주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지난 5월 13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오른쪽)를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13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오른쪽)를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국 관계가 이런 상황까지 추락한 가장 큰 계기는 구체적으로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한·일 간 분열은 결국 중국만 이롭게 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저는 외무대신 취임 이래,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지극히 중요하다는 신념 하에, 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작년 이후, 이에 역행하는 듯한 한국 측의 부정적인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어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특히 작년 일련의 대법원 판결은,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구축해 온 한·일 우호 협력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간부터 뒤엎는 것이며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양국의 양호한 관계를 바라는 많은 일본 국민을 매우 실망시켰습니다. 물론 이웃나라인 일본과 한국 간의 소중한 관계를 이러한 상태로  방치해서 좋을 리가 없습니다. 한국 정부가 한·일관계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조속히 적절한 대응을 취해 주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한·일 간에는 물밑 대화 채널이 완전히 닫혀있다’는 지적과 함께 ‘무조건 양국 정상이 만나야 한다’ 는 주장도 나옵니다. 대신의 견해는.
한·일 간의 대화 채널이 막혀 있다는 지적은 맞지 않습니다. 외교 당국 간에는 저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대화를 비롯해 다양한 차원에서 긴밀히 소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외교 당국 간 대화를 지속해 갈 생각입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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