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깨지고 소파 '담배빵'에도···에어비앤비 "환불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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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가명ㆍ47)씨는 지난달 로스앤젤레스(LA)로 여행을 떠났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Airbnb)로 예약한 숙소 위생 상태가 엉망인데도 환불을 해주지 않아서다.

김지은(가명)씨가 지난 6월 21일 LA 숙소에 도착해 찍은 사진. 식기세척기에 음식물 찌꺼기가 말라붙어있다. [사진 김지은씨]

김지은(가명)씨가 지난 6월 21일 LA 숙소에 도착해 찍은 사진. 식기세척기에 음식물 찌꺼기가 말라붙어있다. [사진 김지은씨]

숙소엔 곳곳에 먼지가 가득했고, 식기세척기 안에 음식물 찌꺼기가 껴 있었다. 소파엔 담배 구멍 자국이 있었다. 테이블의 상판도 깨져 있었다.

김지은(가명)씨가 6월 21일 도착한 숙소 모습. 카펫이 벗겨지고(위) 소파에는 담배 자국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남아있다. [사진 김지은씨]

김지은(가명)씨가 6월 21일 도착한 숙소 모습. 카펫이 벗겨지고(위) 소파에는 담배 자국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남아있다. [사진 김지은씨]

김지은(가명)씨가 에어비앤비를 통해 구한 숙소에서 찍은 사진. 거울이 틀 틀에서 떨어진 상태다. [사진 김지은씨]

김지은(가명)씨가 에어비앤비를 통해 구한 숙소에서 찍은 사진. 거울이 틀 틀에서 떨어진 상태다. [사진 김지은씨]

김씨는 에어비앤비에 사진을 보내며 환불을 요청했지만 “정책에 규정된 ‘치명적인 상황’이 아니면 환불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김씨는 “새 숙소를 알아보느라 이틀 치 여행을 망친 것도 속상한데 환불 기준인 ‘치명적인 상황’은 대체 누가 정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거의 한 달에 걸쳐 에어비앤비와 실랑이를 벌인 끝에 이용요금 환불을 받았다. 에어비앤비 측이 김씨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김씨에게 입금된 돈은 환불 수수료, 청소비, 나흘 치 숙박비를 뺀 금액이었다.

김씨는 에어비앤비를 상대로 “왜 일부 요금만 돌려주느냐”고 따지려 했지만 이미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였다. 김씨는 “더는 따질 힘이 없어서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불만을 느낀 이용객은 김씨 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에어비앤비 숙소가 지저분해 피해를 봤다는 후기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올 1월 한 다낭커뮤니티 카페에 글을 올린 누리꾼은 “‘슈퍼 호스트’(에어비앤비가 붙여주는 우수 숙박업자 칭호)를 찾았는데 후기 글과 달리 청결도가 최악이었다”며 “침대 시트와 베개에서 냄새가 나 머리가 아파 에어컨을 켜야 할 정도였다”고 적었다. 그는 “집에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에어비앤비였다”고 덧붙였다.

에어비앤비 소비자원 상담, 상반기 97건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에어비앤비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2017년 193건, 2018년 168건에 이른다. 올해는 1~6월까지 97건이 접수됐다.

이틀에 한 번꼴로 이용객의 상담이 접수됐단 뜻이다. 이 중 소비자원이 일정 수준의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건수는 2017년도 24건, 2018년 22건, 2019년 상반기 12건이다. 접수된 신고 중 12~13%에 해당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환불까지 15일 이상 걸려  

이 가운데 숙소의 문제점이 최종 인정돼 소비자원의 중재로 이용객과 에어비앤비가 환불 금액 등을 합의한다 해도, 접수→조사→중재→합의에 이르는 시간은 15~20일이 걸린다고 한다. 소비자원 상담 접수 전 이용자가 에어비앤비와 개별 접촉해 의견 충돌을 겪는 시간까지 따지면 김지은씨 사례처럼 1개월이 걸릴 수 있다.

이에 더해 에어비앤비와 이용객이 합의해도 해당 숙박 장소의 호스트(집을 에어비앤비에 숙박 시설로 내놓은 사람)가 환불에 응하지 않으면 실제로 이용객 주머니로 돈이 돌아오는 시간은 더욱 길어질 수 있다. 김씨는 “그 기간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점을 반영하면 이용자가 겪는 손실은 더 커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취재한다는 사실을 알리자 에어비앤비는 해당 사안을 재검토했다. 이후 김씨는 낸 돈을 100% 환불받았다.

이에 대해 에어비앤비 측은 “각 호스트에게 국가별 공중위생보건법을 준수하는 수준의 위생 상태를 권고해 이용객 편의를 높이려 애쓰고 있다”며 “합리적 불만 사례에 대해선 직접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환불해주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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