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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이상훈-봉중근, 그리고 2019년 고우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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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LG 트윈스의 든든한 마무리 투수 고우석. 시속 155㎞를 던지는 파이어볼러다. 최승식 기자

LG 트윈스의 든든한 마무리 투수 고우석. 시속 155㎞를 던지는 파이어볼러다. 최승식 기자

서울 잠실구장에 사이렌이 울리면 마운드에 오르는 선수가 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 고우석(21)이다. 올 시즌 구원 성공률 100% 행진 중인 그를 11일 잠실구장에서 만났다.

구원성공률 100%, LG 마무리 투수 #시속 155㎞ 빠른 공, 올스타도 뽑혀

LG는 전통적으로 마무리가 강하다. LG의 마무리 계보는 ‘노송’ 김용수(227세이브)-‘삼손’ 이상훈(98세이브)-‘봉의사’ 봉중근(109세이브)으로 이어진다. 봉중근 뒤를 이을 마무리가 눈에 띄지 않던 LG에 마침내 계승자가 나타났다. 물론 고우석이다. 프로 3년 차 고우석은 부상으로 빠진 정찬헌 대신 마무리 투수 낙점을 받았다. 그의 성적은 보직 전환 이후 29경기에서 5승 18세이브(3위), 평균자책점 0.87이다. 31이닝 동안 4점(3자책점)만 내줬다. 블론세이브는 ‘0’이다. 류중일 LG 감독은 “처음엔 ‘임시’였다. 결과적으로 대성공”이라며 흐뭇해했다.

마무리 투수의 실패는 곧 팀의 패배다. 고우석은 “상대도 집중하고, 우리 팀도 나만 보고 있다. 사실 긴장하지 않은 적은 없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히려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게 어렵다. 항상 긴장의 끈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패(블론세이브)가 없을 뿐, 실점이 없었던 건 아니다. 실패도 늘 생각하고 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마무리 투수는 대개 멋진 배경음악과 함께 등장한다. MLB 최초로 통산 600세이브를 돌파한 트레버 호프만(52)의등판곡은 밴드 AC/DC의 ‘지옥의 종소리’였다. 호프만의 기록을 넘어선 마리아노 리베라(50·652세이브)는 메탈리카의 ‘엔터 샌드맨(잠을 재우는 정령)’이었다.

고우석이 마무리를 맡자 LG는 그의 등판곡을 드라우닝 풀의 ‘솔저스’로 바꿨다. 인트로 부분의 사이렌 소리가 인상적인 곡이다. 사실 이 음악은 2013년부터 봉중근이 썼다. 지난달부터 봉중근의 후계자인 고우석이 이 곡도 물려받았다. 고우석은 “마무리가 된 뒤 (곡 변경을) 생각했는데 구단에서 신경 써줬다. 고마웠다. 임찬규 선배님이 이 곡을 봉중근 선배님께 추천했다고 들었다. 마음에 무척 든다”고 말했다. 그는 “홈에서만 들을 수 있고, 소음을 우려해 밤 10시가 되면 앰프를 틀 수 없다. 그래서 사실 아직 한 번밖에 못 들었다”며 웃었다. 고우석은 13, 14일 삼성전에 연속 등판했고, 사이렌과 함께 세이브 2개를 챙겼다.

류중일 감독이 꼽는 고우석의 장점은 스피드다. 고우석은 최고 시속 155㎞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진다. 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그의 직구 구종 가치는 12.6으로 전체 6위다. 롤모델 오승환(콜로라도 로키스)처럼 체격(1m82㎝, 90kg)이 크지는 않다. 대신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힘차게 던진다. 지난해 오승환과 함께 훈련했던 그는 “선배님과 비교되면 기분 좋지만, 아직은 멀었다”고 했다.

고우석은 올스타 투표에서 지난해 구원왕 정우람(한화), 세이브 1위 원종현(NC), 조상우(키움) 등을 제치고 나눔리그 마무리 투수로 선정됐다. 11월 프리미어12 출전 후보로도 거론된다. 고우석은 “올스타도, 국가대표도 좋지만, LG 우승이 더 간절하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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