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위 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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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수도권은 12일 '폭탄'을 맞았다. 서울은 곳곳에서 벌어진 대규모 집회로 '시위폭탄'을, 고양시 등 경기도 북부 지역은 폭우로 '물폭탄'을 맞았다. 특히 서울의 시위가 밤까지 이어지면서 일산.고양.분당 등 수도권 지역으로 귀가하는 시민들은 퇴근전쟁을 치러야 했다.

서울 '시위 폭탄' 한.미 FTA 협상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동시다발적 시위로 12일 서울 도심은 하루 종일 극심한 교통 체증에 시달렸다. 경찰이 세종로의 교통을 전면 차단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고양 '물 폭탄' 12일 기록적인 호우가 역 구내로 밀려들어 경기도 고양시 마두동 지하철 일산선 정발산역 지하 2층의 선로가 완전히 물에 잠겨 있다. 고양=강정현 기자

◆ 온종일 교통대란=민주노총.전농.한총련 등이 참가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소속 2만8000여 명(경찰 추산)은 이날 오후 2시 서울역.탑골공원.청계광장 등 곳곳에서 산발적인 집회를 열었다. 시위대는 오후 4시 시청 앞 서울광장에 집결해 두 시간 동안 '한.미 FTA 저지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이어 오후 6시부터 4개 방향으로 나눠 청와대를 둘러싸는 '인간띠 잇기' 행사를 벌였다.

선진화국민회의 등 12개 보수단체 회원 300여 명도 오후 2시 서울 종로 5가 지하철역 주변에서 한.미 FTA 추진 지지 집회를 열고 1개 차도를 이용해 신라호텔까지 행진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강행된 집회 때문에 서울광장 주변에는 차량이 뒤엉켜 대혼잡이 벌어졌으며, 이 여파로 시내 주요 도로도 하루 종일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었다. 교통대란은 밤늦게까지 이어져 귀가하는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 도시 기능 마비된 고양=밤새 400㎜에 가까운 기록적인 비가 내린 경기도 고양시는 역이 침수돼 지하철 운행이 끊기고 주요 도로가 물에 잠기는 등 도시 기능이 일부 마비되기도 했다. 고양시 덕양구 주교동에는 이날 하루 기상관측을 시작한 1993년 이후 가장 많은 399㎜(오후 9시 현재, 무인 관측장비)의 비가 쏟아졌다.

폭우로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과 백석역의 역사(驛舍)와 선로 일부 구간이 잇따라 물에 잠기면서 구파발~대화역 구간의 운행이 이날 하루 중단됐다. 또 경의선 서울~능곡~일산~도라산 전 구간이 운행을 멈췄다가 오후 늦게 재개됐다. 일산.고양 등지에서 경의선과 지하철 3호선을 이용해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은 버스를 탔으나 승객이 한꺼번에 몰리고 침수된 도로가 많아 평소보다 두세 배 이상 시간이 걸렸다. 일산 신도시 호수로.중앙로.백마로 등 시내 도로와 자유로 등 서울로 연결되는 대부분의 도로도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 올라 차량들이 거북운행을 했다.

기상청은 12일에 이어 13일에도 서울과 경기 지방에서 폭우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13일 밤까지 예상 강수량은 ▶서울.경기 50~100㎜(많은 곳 150㎜)▶강원 30~80㎜(영서 100㎜)^충청.호남.경북 10~60㎜▶경남.제주 5~30㎜.

고정애.이수기.권근영 기자<ockham@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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