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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규철의 남극일기]장보고기지 앞 새하얀 빙하 위로 오로라가 춤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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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대륙 장보고과학기지에서 본 5월 극야의 하늘과 오로라. [사진 극지연구소]

남극대륙 장보고과학기지에서 본 5월 극야의 하늘과 오로라. [사진 극지연구소]

⑫ 대기ㆍ우주관측

대기·우주환경 관측하는 남북극 과학기지 

도시는 공기가 좋지 않아 항상 목에 약간 통증이 올 때가 많았는데, 장보고과학기지에서 지내면서 너무나 목이 편해졌다. 그만큼 남극은 미세먼지와 오염이 없는 청정지역이다. 청정지역이기에 가능한 연구가 바로 하늘이다. 기지에 설치된 전천 카메라, 대기광 관측장비 등 지구 고층대기(고도 50~100㎞ 사이) 및 우주관측 장비를 기반으로 천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극지연구소는 장보고기지는 물론 세종기지와 북극의 다산기지까지 세 곳의 기지를 최대한 이용해 극지 고층대기와 우주환경을 지속적으로 감시한다. 여름철 백야(白夜) 기간이야 우주관측 장비와 상관이 없지만, 겨울철 24시간이 밤인 극야(極夜) 기간에는 조그만 빛도 관측 장비에 영향을 준다. 이 기간에 발전동으로 근무하러 가는 대원들은 손전등을 항상 소지하는데, 우주과학 대원은 손전등의 빛이 우주 관측동으로 향하지 않게 해달라고 신신당부할 정도다.

.양성자 오로라와 대기중력파 관측을 위해 남극대륙 장보고기지에 설치된 전천카메라. [사진 극지연구소]

.양성자 오로라와 대기중력파 관측을 위해 남극대륙 장보고기지에 설치된 전천카메라. [사진 극지연구소]

장보고기지는 오로라 관측 최적의 장소

하늘의 파노라마 쇼라는 오로라가 새하얀 빙하 위로 춤을 추고 있는 환상적인 광경을 본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세상 사람들의 여행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오로라 관광. 비용이 만만치않아 그저 꿈만 꾼다는 오로라는 고위도(60-80도) 지방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평균적으로 지자기 위도인 76도 부근에서 많이 나타난다. 장보고기지가 남위 74.6도이지만, 지자기 위도는 남위 77.2도이니 그야말로 최적의 관찰 장소이다.(지구의 회전축을 중심으로 하는 진북(眞北), 지구의 자기장이 형성되고 나침반이 가리키는 자북(磁北)은 다르다) 처음에 너무 기대하고 기다렸지만, 새벽에 잘 나타나는 오로라 때문에 당직 근무에서 제외된 나로서는 새벽에 찍힌 오로라 사진만 볼 뿐이었다.

오로라는 극야기간 무기력한 대원들에게 남극이 주는 아름다운 풍광이지만, 우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에겐 태양의 흑점 활동을 알 수 있는 단서이다. 태양 흑점에서 태양풍이 방출돼 지구에 접근하면 지구의 자기장이 막아준다. 하지만 극지방의 지구 자기권이 일부 태양풍을 끌고 들어와 지구 대기 100~150㎞에서 충돌해 빛을 방출하는데, 공기 밀도가 희박한 80~160㎞ 상공에서 우리는 오로라를 보는 것이다.

장보고기지 등 남극대륙에서 발견한 운석들은 인천 송도의 극지연구소 운석 보관실에서 관리하고 있다.[사진 극지연구소].

장보고기지 등 남극대륙에서 발견한 운석들은 인천 송도의 극지연구소 운석 보관실에서 관리하고 있다.[사진 극지연구소].

지구에 영향 미치는 태양 활동 감시

우주관측 장비들은 이런 태양 활동 변화에 따른 고에너지 입자 유입 모니터링, 지구 자기장과 극지 이온권ㆍ열권 변화를 관측한다. 이처럼 우주를 감시하는 시스템이 중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더는 우주가 우리에게 먼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도의 첨단 장비인 인공위성들이나 우주정거장은 태양 활동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미래 우주 개척 시대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구를 향한 강력한 태양 폭발은 24~36시간 후에 지구 자기장을 강타해 지자기 폭풍을 유발한다. 지상에 있는 우리는 대기와 자기권의 방어로 안전하지만, 우주비행사는 방사선 피폭을 받을 정도로 위험하다. 태양 흑점이 11년 주기로 감소하는데 이 주기에 맞추어 식물 성장에 영향을 준다. 약 150년 전에 유럽의 소빙하기가 이런 태양 흑점 감소와 관련이 있다고 하니 태양풍의 영향은 기후 변화에도 연관이 있다.

.운석 발견에 기뻐하는 장보고기지 연구원들. [사진 극지연구소]

.운석 발견에 기뻐하는 장보고기지 연구원들. [사진 극지연구소]

운석의 80% 이상이 남극대륙에서 발견돼

또한 일부 민감한 방향 기관을 가진 생명체들이 지자기 폭풍에 방향을 잃기도 한다. 특히 첨단 제품에 들어가 있는 항법 시스템은 지자기 폭풍 동안 부정확한 항법 정보로 이어져 자칫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지상의 송전 시스템이나 송유관에도 영향을 준다고 하니 각국은 우주 감시에 힘쓰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는 지구의 너무 조그만 땅이라 우주 관측 측면에서 지역적 한계를 넘을 수 없지만, 남ㆍ북극 3개의 기지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훌륭한 자산이다.

남극에서 지구 밖을 연구하는 다른 주제도 있는데 바로 운석이다. 운석은 태양계 구성 물질이니 가까운 미래 행성 탐사와 우주 개발에 다가갈 수 있는 과학적인 재료이다. 무엇보다도 지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재료이기에 운석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발견된 운석의 80% 이상이 남극 대륙 출신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2007년에 운석 탐사에 성공했다. 장보고기지 건설을 기점으로 남극대륙 내부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코리안 루트 사업과 함께 운석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⑬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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