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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매일 태워도 3년" '청정 제주'에 가려진 민낯을 봤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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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남원 매립장에 생활쓰레기가 방치돼 있다. 천권필 기자

제주시 남원 매립장에 생활쓰레기가 방치돼 있다. 천권필 기자

청정 제주가 망가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제주의 인구와 관광객 수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쓰레기는 육지에서부터 바닷속까지 넘쳐나고,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는 오염되고 있다.

이에 중앙일보 취재팀은 지난달 9일부터 제주 곳곳을 다니면서 망가진 제주의 모습을 현장 취재했다. 청정 제주라는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불편한 민낯이 사진과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디지털 스페셜 ‘청정 제주가 사라진다’에서 망가진 제주의 환경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거나, 링크가 작동하지 않으면 주소창에 링크(https://www.joongang.co.kr/digitalspecial/359)를 붙여넣어 주세요. 

제주공항 옆 쓰레기산 

제주시 회천동 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 매립장에 압축 쓰레기 5만여t이 수년째 쌓여 있다. 천권필 기자

제주시 회천동 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 매립장에 압축 쓰레기 5만여t이 수년째 쌓여 있다. 천권필 기자

제주공항에서 남동쪽으로 20㎞쯤 떨어진 제주시 회천동의 매립장에는 5만여t의 쓰레기 산이 쌓여 있다. 매일 반입되는 쓰레기의 양이 워낙 많다 보니 전부 처리하지 못하고 이렇게 쌓아둔 것이다.

연말에 신규 소각장이 건설되더라도 3년 정도는 매일 태워야 없앨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지금도 90t의 쓰레기가 매일 쌓이고 있다.

소각 처리되지 못한 쓰레기가 압축 포장되고 있다. 천권필 기자

소각 처리되지 못한 쓰레기가 압축 포장되고 있다. 천권필 기자

쓰레기장이 된 제주 바다 

제주 차귀도 바닷속에 비닐 등 쓰레기가 가득 차 있다. [문섬 47회 제공]

제주 차귀도 바닷속에 비닐 등 쓰레기가 가득 차 있다. [문섬 47회 제공]

제주 서쪽의 작은 섬인 차귀도는 오랫동안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출입이 금지돼 오다가 2011년 말부터 대중에게 개방됐다. 차귀도에서 바라본 푸른 제주 바다는 햇볕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였다. 하지만, 막상 잠수를 시작하자 바닷속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바닥에는 엄지손가락 크기의 납 봉돌(Sinker, 낚싯줄에 매다는 기구) 수십 개가 무덤처럼 쌓여 있고, 과자 봉지와 페트병 등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위틈을 꽉 채우고 있었다.

제주 차귀도 바닷속에서 발견한 납 봉돌. [사진 문섬 47회]

제주 차귀도 바닷속에서 발견한 납 봉돌. [사진 문섬 47회]

제주 차귀도 바닷속에서 발견한 쓰레기들. [사진 문섬 47회]

제주 차귀도 바닷속에서 발견한 쓰레기들. [사진 문섬 47회]

제주도 서귀포시 정방폭포 인근의 자구리 바다 밑에도 거대한 쓰레기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플라스틱과 캔 등 온갖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제주도 서귀포시 정방폭포 인근 자구리 바닷속에 쌓인 페트병 등 쓰레기를 다이버가 둘러보고 있다. [사진 수중세계 이선명 소장]

제주도 서귀포시 정방폭포 인근 자구리 바닷속에 쌓인 페트병 등 쓰레기를 다이버가 둘러보고 있다. [사진 수중세계 이선명 소장]

동문시장 옆 산지천에선 악취가 

제주 동문시장 인근의 산지천에서 인부들이 포대에 담긴 퇴적물을 크레인을 이용해 화물차로 옮기고 있다. 최충일 기자

제주 동문시장 인근의 산지천에서 인부들이 포대에 담긴 퇴적물을 크레인을 이용해 화물차로 옮기고 있다. 최충일 기자

산지천은 한라산에서부터 흘러온 담수가 바다와 만나는 제주시의 대표 생태하천이다. 서울 청계천 복원 계획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유명 관광지인 동문시장 등에서 흘러온 각종 생활하수와 폐기물이 하천 바닥에 쌓이면서 미관을 해치고 악취까지 풍겼다. 이에 제주시는 준설 작업을 통해 지난달에만 200t의 퇴적물을 제거했다.

난개발로 사라져 가는 곶자왈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의 화순곶자왈. 천권필 기자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의 화순곶자왈. 천권필 기자

곶자왈은 화산 폭발로 흘러내리던 용암이 굳고 쪼개지면서 바위들이 쌓인 곳에 만들어진 숲이다. 곶자왈은 바위틈을 통해 빗물을 지하수로 침투시켜 저장할 수 있다. 제주가 섬이지만 물이 부족하지 않은 것은 것도 곶자왈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개발로 인해 곶자왈 면적이 빠르게 줄면서 지하수도 고갈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곶자왈 전체 면적(99.525㎢) 중에서 22.3%에 이르는 22.216㎢가 골프장과 영어교육도시 등으로 개발되면서 파괴됐다.

남송이 오름에서 바라본 곶자왈의 모습. 도로 왼쪽은 숲이 우거졌지만, 오른쪽은 리조트 개발 등으로 인해 숲이 듬성듬성 남아 있다. 천권필 기자

남송이 오름에서 바라본 곶자왈의 모습. 도로 왼쪽은 숲이 우거졌지만, 오른쪽은 리조트 개발 등으로 인해 숲이 듬성듬성 남아 있다. 천권필 기자

제주=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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