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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 놈이 나타났다” 미·중 무역협상, 중국 강경파 등장

중앙일보

입력

중국의 대표적인 강경파로 꼽히는 중산(鍾山) 상무부장. [중앙포토]

중국의 대표적인 강경파로 꼽히는 중산(鍾山) 상무부장. [중앙포토]

미·중 무역협상을 위한 중국 측 협상단에 '강경파 중의 강경파'로 분류되는 중산(鍾山·사진·64) 상무부장이 합류하면서 미국이 긴장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WP는 지난 9일 중 부장이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단 전화회의에 참여함으로써 협상단 합류를 공식화했다고 분석했다. SCMP도 "중 부장이 미국 협상단과의 직접 협상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 전화 통화 참여로 협상의 중심에 서게 됐다"고 전했다.

중 부장의 갑작스런 합류는 지난 5월 초 미·중 협상이 결렬된 지 약 두 달만이다.

중 부장은 18세 때 공산당원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공산당 규율을 엄격하게 따르는 강경파로 분류된다. 과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저장성(浙江省) 공산당 서기로 재직했을 때 함께 일한 것을 계기로, 시 주석 친위대인  '시자쥔(習家軍)'의 일원으로 분류된다. 지난 2017년 2월 상무부장에 발탁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중 부장에 대해 "강경파 중의 강경파"라고 평가했다.

데니스 윌더 전 중앙정보부(CIA) 중국 전문가는 WP에 "중 부장이 미중무역협상에 참여한 것은 협상을 1년 넘게 이끌어 온 류허(劉鶴) 부총리가 신뢰를 잃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더 정통한 인사를 협상단에 넣으려는 지도부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중국 내 베테랑 무역협상가로 꼽히는 위지앤화(俞建华) 상무부 부부장(차관급)이 협상단에서 류 부총리를 돕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돌아온 바 있다.

일각에서는 시 주석이 미·중 무역협상에 '매파(강경파)'와 '비둘기파(온건파)'를 균형 있게 배치하기 위해 중 부장을 협상단에 합류시킨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 협상단에 매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비둘기파인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배치돼 있듯 이들을 상대할 균형 있는 인물들이 중국 측 협상단에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미·중 무역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일본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양자 회담을 갖고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양국의 협상은 이후 실무진 간 대면 접촉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WP는 "다음 협상을 위해 미국 협상단이 언제 베이징(北京)에 방문할지도 논의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G20 회의 당시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산 수입품 3000억달러에 대한 관세인상을 중단하는 대가로 중국 정부가 '엄청난 양'의 미국산 농산물을 사들일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지난 9일 고위급 통화에선 이와 관련한 언급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약속대로 우리 미국의 위대한 농민들로부터 농산물을 사들이지 않고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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