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윤종하 한국대표 "모든 산업이 투자 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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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2일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아시아 지역에서 15억6000만 달러(약 1조4800억원) 규모의 '바이아웃'(펀더멘털이 우수한 기업들을 인수해 가치를 높인 뒤 매각하여 고수익을 달성하는 방식) 펀드를 조성했다고 발표했다. 15억6000만 달러 중 한국투자용 펀드 규모는 5500억원이다. 국내 15개 사모펀드 평균(1600억여원)의 세 배가 넘는 규모다.

MBK파트너스는 김병주 전 칼라일그룹 아시아본부 회장을 비롯한 칼라일 출신들이 설립한 회사다. 지난해 출범한 국내 첫 토종 사모펀드 보고펀드가 변양호 대표의 구속으로 위기를 맞고, 메디슨을 인수한 칸서스가 우리사주조합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난항을 겪는 등 국내 사모펀드 시장은 시작단계에서부터 격변을 맞고 있다.

이런 와중에 대규모 투자 자금을 조성한 MBK파트너스의 행보가 궁금하다. 이 회사 윤종하(사진) 한국 대표는 "금융계의 '삼성전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윤 대표에게 들어봤다.

-막대한 투자금을 끌어 모은 비결은.

"MBK파트너스는 칼라일 아시아그룹의 핵심 인력이 나와 만든 펀드다.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3개국이 매력적인 바이아웃 투자시장으로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이 이 지역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동북아에서 MBK파트너스가 쌓아온 경험, 투자 실적 및 철저하게 현지화된 투자전략을 높이 평가해 준 것 같다."

-앞서 한미캐피탈.HK저축은행 등을 인수했다. LG카드 입찰 적격자에도 포함됐다. 금융기관에만 투자하나.

"아니다. 통신.중공업.물류 등 모든 산업이 투자 고려 대상이다. 금융은 우리가 잘 아는 부문일 뿐이다."

-LG카드를 사들이려면 공개매수 방식이라 전체 펀드 규모를 초과하는 돈이 들어간다. 자금 조달 계획은.

"컨소시엄을 통해 자금 조달은 충분히 가능하다. (신한지주.농협 등 나머지 입찰 적격자와의 컨소시엄 구성을 의미하나) 대답하기 곤란하다. 다만 적정한 가격에 원하는 조건에 인수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고 있다."

-외국 사모펀드와 비교한 MBK파트너스의 장점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다. 외환위기 이후처럼 매물이 시장에 널린 게 아니다. 적극 발굴해야 한다. 뉴욕.런던에 앉아서 어떻게 좋은 매물을 찾을 수 있겠나. 한미캐피탈이나 HK저축은행도 뉴욕의 사모펀드라면 못 찾았을 것을 우리가 발굴한 거다. 중국에서는 중국인이, 일본에서는 일본인이 펀드를 맡아 각국에 맞는 업체를 발굴한다."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대해선.

"바이아웃사모펀드는 3~5년에 걸쳐 회사의 가치를 높혀 좋게 만든 만큼 비싸게 팔고 나가는 게 목적이다. 인력구조조정 등의 인위적이고 단기적인 방법으로는 기본적으로 회사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력이 회사의 가치의 핵심일 경우가 많이 있다. 칼라일 때도 한미은행의 기업가치를 몇 배 올리는 과정에서 직원 수는 많이 늘어났다. 근본적으로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는 전략을 경영진과 세워 실행하는 게 바이아웃사모펀드의 목표이다."

윤종하 대표는=김병주 전 칼라일 아시아그룹 회장과 함께 한미은행 인수.매각을 이끌었다. 1962년생. 조지타운대 졸업 후 하버드.시카고대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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