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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만에 돌아온 흥복전…경복궁이 넓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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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시작한 복원 작업이 사실상 완료된 경복궁 흥복전(興福殿)이 공개됐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10일 조선 제26대 임금 고종(재위 1863~1907)이 외국 사신을 접견한 전각인 흥복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1일부터 일반 관람객도 둘러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연합뉴스]

2015년 시작한 복원 작업이 사실상 완료된 경복궁 흥복전(興福殿)이 공개됐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10일 조선 제26대 임금 고종(재위 1863~1907)이 외국 사신을 접견한 전각인 흥복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1일부터 일반 관람객도 둘러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연합뉴스]

경복궁 경회루 북동쪽, 교태전(왕비의 침전)과 집경당(침전의 일종) 사이에 관람객의 출입을 막고 있던 녹지가 있다. 고종 3~4년(1866~67년)에 걸친 경복궁 중건 당시 총 500여동 건물의 하나로 지어졌던 흥복전 자리다. 흥복전은 왕의 경연, 외국 공사 접견, 신하 소견 등에 활용됐다. 철종의 딸 영혜옹주의 배필을 간택할 때 그 대상자가 들어오는 처소로 쓰이기도 했다. 이때 부마(임금의 사위)로 간택된 이가 훗날 갑신정변의 주역 박영효(1861~1939)다.

'신식 전각'으로 복원…11일부터 일반 공개 #2045년까지 고종 당시 경복궁의 41% 재건 #외국어 해설 및 무장애 공간 확대로 문턱 낮춰

1910년 일제 강제병합 이후에도 건재하던 흥복전은 1917년 창덕궁 대조전 일대가 불에 타자 복구공사를 위한 목재 용도로 헐렸다. 100년 가까이 비어 있다가 궁궐 복원정비 사업 일환으로 2015년 9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복원 공사를 마쳤다. 조경 작업 등을 거쳐 11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단 전각 외관만 둘러볼 수 있고 내부는 2020년 이후 별도 행사때만 입장 가능하다.

10일 기자간담회 때 공개된 흥복전은 100여년새 달라진 현대 한국의 문화와 기술‧자본력을 반영한 ‘신식 전각’이었다. 기본적으로 본전기둥에 황장목(금강송)을 쓰는 등 문화재 원형 복원 원칙을 따랐지만 향후 공연장‧교육장 등 현대적 활용을 염두에 뒀다. 빔프로젝터와 냉난방시설 외에 전각 내에선 이례적으로 현대식 화장실이 완비됐다.

현대적으로 느껴지는 또다른 이유는 궁궐의 특색을 보여주는 단청이 도채되지 않은 '백골집' 상태이기 때문이다. 전통안료의 품셈(건축 부분공사에서 단위당 자원 투입량)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2022년 이후에나 입히게 된다. 관람객으로선 흥복전이 화장기 없는 민낯에서 알록달록 색을 더해가는 과정까지 볼 수 있단 뜻이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궁‧능 문화유산이 미래 가치에 힘이 될 것이라 고대한다"면서 흥복전 복원이 그 첫발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10일 서울 경복궁 흥복전에서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중장기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복원된 흥복전엔 빔프로젝터와 냉난방 시설 등이 완비돼 현대적 활용이 가능하다. [연합뉴스]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10일 서울 경복궁 흥복전에서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중장기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복원된 흥복전엔 빔프로젝터와 냉난방 시설 등이 완비돼 현대적 활용이 가능하다. [연합뉴스]

문화재청은 2045년까지 고종 중건 당시 경복궁(500여동)의 41%(205동)를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덕수궁은 2039년까지 1906년 중건 당시(130여동)의 41.5%(54동)를 복원한다. 일제에 의해 철거‧훼손된 궁궐을 최대한 20세기 초 상태로 돌려놔 역사성을 회복하고 문화관광 자산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 같은 복원 작업은 최근 들어 궁‧능이 한국 관광의 인기 방문지로 꼽히는 것과 맞물린다. 최근 6년 간 4대궁·종묘 및 조선왕릉 관람객은 연간 1100만명을 헤아린다.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외래관광객실태조사'에 따르면 명동과 동대문시장을 제외하면 '고궁'이 외국인 관광객 주요 방문지 1위로 나타났다.

이러한 실태를 반영해 궁능을 체계적으로 정비‧관리‧활용하기 위한 전담조직인 궁능유적본부가 올해 1월 출범했다. 지난 1일 임명된 나명하 궁능유적본부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외국어 해설 다변화, 무장애(barrier free) 공간 확대 등으로 접근 문턱을 낮춰 2023년 연 관람객 2300만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증강현실(AR)로 즐기는 어가행렬 등 궁‧능 콘텐트 확대와 방재 및 안전관리 강화 등 발전방안도 제시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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