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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켜진 줄 몰랐던 윤석열 “대진이 보호하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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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방송화면 캡처]

[사진 방송화면 캡처]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위증 논란을 두고 야권이 청문보고서 채택 거부와 윤 후보자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윤 후보자가 청문회 당시 마이크가 켜진 것을 모르고 여당 의원과 나눈 대화 내용이 뒤늦게 주목받고 있다

청문회 정회 당시 김종민 의원과 대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는 9일 새벽까지 이어졌고 청문회가 정회된 사이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 후보자에게 다가가 “고생 많으셨다”고 말했다. 당시 마이크가 꺼진 줄 알았던 두 사람은 대화를 이어갔다.

윤 후보자는 “제가 윤우진, 대진이를 좀 보호하려고 (언론에) 저렇게 말했을 수도 있는데, 사실은 이남석 (변호사)가 대진이 얘기를 듣고 했다는 것이다. 대진이가 했다는 건데 제가 기자한테는 그렇게 (얘기)했을 수 있고…”라고 말했다. 잠시 뒤 검찰 관계자는 마이크가 켜진 걸 발견하고 마이크를 돌렸지만 이미 이들의 대화는 공개된 뒤였다.

그의 말대로라면, “변호사를 소개한 건 내가 아니다”는 윤 후보자의 청문회 답변은 위증이 아니다. 그는 줄곧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대검 중수부 출신 이남식 변호사를 소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윤우진 전 세무서장은 윤석열 후보자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으로, 과거 뇌물수수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윤 후보자가 이 사안에 대해 적극 해명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청문회 말미 윤 후보자가 윤 전 세무서장에게 이 변호사를 소개했다고 언급한 언론 인터뷰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위증 논란이 벌어졌다.

윤 후보자는 2012년 12월 한 언론사 인터뷰 과정에서 녹음된 파일에서 “(이 변호사에게) ‘만나서 자초지종을 들어보고 변호사로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해보라’고 (말했다)”며 “그렇게 부탁을 하고 ‘네(이남석 변호사)가 만약에 선임을 할 수 있으면 선임해서 좀 도와드리든가’ 이렇게 했다”고 말했다.

변호사를 소개한 적이 없다는 청문회 진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윤 후보자가 의혹을 무마하려고 청문회에서 거짓 진술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윤석열 후보자는 “변호사를 소개하면 선임을 말하는 것”이라면서 “제가 변호사를 선임시켜 준 것은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

이날 사건 관련자들도 같은 취지로 입장문을 냈다.

윤대진 검찰국장은 “이 변호사가 윤 과장이라고 할 사람은 저밖에 없다”며 “윤 후보자가 저를 보호하려고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 변호사를 소개했다고 얘기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제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윤 후보자에게 사실대로 진술하라고 얘기했고, 그래서 윤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인터뷰와 달리) 본인이 소개한 적 없다고 진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남석 변호사 역시 “윤대진 당시 중수과장의 소개로 윤 전 세무서장의 말 상대를 해줬다며, 다만 형사 변론은 하지 않았고 경찰에 선임계도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 후보자도 입장문에서 “7년 전 윤 과장에게 불필요한 피해가 없도록 하기 위해 한 기자에게 오해의 소지가 있는 설명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법사위 소속인 금태섭 의원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인적으로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후보자 자신이 기자에게 한 말은 현재의 입장에 비춰보면 명백히 거짓말 아니냐”고 따졌다.

금 의원은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여당 의원과 나눈 대화에서 윤 후보자가 후배인 윤대진 국장을 보호하기 위한 말이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후배 검사를 감싸기 위해서라면 거짓말을 해도 괜찮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살면서 거짓말을 한 번도 안 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라며 “그러나 적어도 거짓말이 드러나면 상대방과 그 말을 들은 사람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게 상식이고 이번 논란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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