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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우파가 급진좌파 눌렀다…그리스 총선 신민당 승리

중앙일보

입력

7일(현지시간) 실시된 그리스 총선에서 중도우파 신민주당(이하 신민당)이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에 완승을 거두고 5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신민당의 승리로 정치 명문가 출신의 미초타키스 대표가 현직 치프라스 총리를 누르고 차기 총리에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7일 그리스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고 총리직을 예약한 신민주당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대표 [AP=연합뉴스]

7일 그리스 총선에서 승리를 거두고 총리직을 예약한 신민주당의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대표 [AP=연합뉴스]

AP통신 등에 따르면, 개표가 90%가량 진행된 상황에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대표가 이끄는 신민당은 39.8%를 득표, 31.5%의 표를 얻는 데 그친 시리자를 눌렀다.

긴축 피로감에 집권당 심판 여론 일어 #차기 총리는 정치 명문가 출신 미초타키스 #중도우파 성향으로 시장친화적 정책 예고

신민당은 이로써 전체 의석의 절반을 훌쩍 넘는 약 158석의 의석을 얻어 다른 정당과의 연합 없이 자력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재 144석의 의석을 가진 집권 시리자는 86석의 의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제2당으로 전락하게 됐다.

7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총선 패배를 인정하는 연설을 하고 있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 [AP=연합뉴스]

7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총선 패배를 인정하는 연설을 하고 있는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 [AP=연합뉴스]

미초타키스 신민당 대표는 승리가 사실상 결정되자 TV 연설을 통해 "그리스는 고통스러운 시대를 벗어나 자랑스럽게 재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 총리인 치프라스는 패배를 인정했다. 그는 "국민의 결정을 존중한다. 우리는 책임 있고, 역동적인 야당의 역할을 하면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지난 총선에서 기성정당에 대한 심판 분위기에 편승해 원내 제3의 정당으로 약진했던 극우정당 황금새벽당은 의석 확보의 하한선인 득표율 3%를 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나치를 추종하는 황금새벽당은 최근 살인과 폭력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는 등 구설에 휘말린 끝에 몰락했다.

그리스 채무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2015년 1월, 변방에 머물던 시리자의 총선 승리를 이끌고 그리스 역사상 최연소 총리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킨 치프라스 총리는 개표 결과가 확정될 경우 4년 반 만에 권좌에서 내려오게 된다.

치프라스 총리는 재임 기간 그리스의 구제금융 체제 종식을 이끌고, 27년 간 나라 이름을 둘러싸고 분쟁을 겪던 이웃 나라 북마케도니아와의 갈등을 해소하면서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에서는 인정을 받았으나, 정작 본국에서는 오랜 긴축에 지친 유권자들의 재신임을 받는 데 실패했다.

그리스는 작년 8월에 8년에 걸친 국제채권단의 구제금융 체제를 졸업한 뒤 최근 경제가 성장세로 돌아서고, 실업률이 하락하는 등 경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구제금융의 그늘이 워낙 짙어 국민들이 경제 호전을 좀처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세금 인상과 연금 삭감 등 재임 기간 그가 밀어붙인 긴축 정책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이 쌓이고, 국명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분쟁을 이어온 이웃나라 북마케도니아와 합의안을 도출한 것도 대다수 국민의 반감을 사며 지지율 하락의 요인이 됐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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