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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 앞두고 열린 ‘개식용 철폐' 집회…"오늘 반려동물이 내일 식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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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을 닷새 앞둔 7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단체 회원들이 '개식용 철폐 전국 대집회'를 갖고 개 식용 종식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초복을 닷새 앞둔 7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단체 회원들이 '개식용 철폐 전국 대집회'를 갖고 개 식용 종식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연간 100만 마리 이상 학살" 

7일 오후 1시, 그늘 한 점 없이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서울광장 잔디밭에 시민 300여명이 앉아 있었다. 이들은 각자 ‘개 식용 종식’‘개 이제 그만 잡수시게’ 등의 손 피켓을 들고 있었다. 청년, 중년 여성,  70대 할아버지, 유모차를 탄 아기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집회였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개 도살장 철폐로! 개 식용 종식으로”라는 구호를 외쳤다.

동물권단체 카라와 동물자유연대는 초복(7월12일)을 앞두고 이날 ‘개 식용 철폐 전국 대집회’를 열었다. “개ㆍ고양이 불법 도살을 엄단하고 축산법에서 개를 제외하겠다는 청와대의 약속을 이행하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국내법상 반려동물이자 가축이라는 모순된 지위를 가진 개들이 동물 학대를 당하고 있다”며 “개 도살장에서 연간 100만 마리 이상의 개들이 개 식용 산업에 짓밟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초복(7월12일)을 앞두고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개식용 철폐 전국 대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개도살장 철폐와 개식용 종식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복(7월12일)을 앞두고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개식용 철폐 전국 대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개도살장 철폐와 개식용 종식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정부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시민단체와 활동가들이 모란시장ㆍ구포시장ㆍ칠성시장ㆍ경동시장 등 개 식용 산업 거점을 감시하는 동안 중앙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해 8월 청와대는 ‘개식용 종식’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40여만명이 동의하자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도록 축산법 관련 규정 정비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동물보호단체들은 “1년이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도 관련 규정 정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용견과 관련된 사회적 제도는 계속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는 게 이날 집회 참가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축산법 개정안' 통과돼야" 

현재 국회에는 이상돈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축산법 일부 개정안’이 존재한다. 골자는 개를 가축에서 제외하자는 것으로, 이 법안이 통과되면 개를 식용으로 키우는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된다. 이 의원은 이날 집회에서 무대에 올라 “개농장을 척결하고, 개 식용을 중단시키기 위한 법안이 금년 가을에는 꼭 통과돼야 한다”며 “그들(개 도축업자)은 농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개 식용이 존재하는 한 오늘 반려동물이었던 아이가 내일 먹는 개가 될 수 있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살 행위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어 개 식용을 종식해야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포시장 폐쇄는 상징적"

이날 집회에 참여한 심모(36)씨는 “최근 수원여대 유기견 ‘깜순이’ 식용 사건도 있었고,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 개 식용 문화가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며 “법 제정 등을 통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한 이유”라고 말했다.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개식용 철폐 전국 대집회에 참가한 한 시민의 반려견 '마일로'. 권유진 기자

7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개식용 철폐 전국 대집회에 참가한 한 시민의 반려견 '마일로'. 권유진 기자

60년 넘게 영업을 이어온 부산 구포시장(개 시장)이 지난 1일 영업을 종료한 것에 환영을 표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이날 반려견 ‘마일로’를 데리고 집회에 참여한 전지현(44)씨는 10년째 관련 집회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구포시장 폐쇄는 상징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개 농장과 시장이 폐쇄되는 데는 오래 걸리겠지만,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평소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이제 개 식용을 그만해야 할 때가 됐구나’ 하며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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