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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잔잔하지만, 전략적인 새로운 금연 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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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유현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

유현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

그동안의 금연 광고는 ‘공포 소구(Fear appeal)’를 많이 활용했다. 폐암 등 두려움을 강조해 담배를 소비하지 않도록 하려는 광고 방식이다. 하지만 이제는 공포 소구 기법에 대해 다시 판단하고 새로운 금연광고 방향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폐암·뇌졸중을 언급하며 ‘흡연은 질병, 치료는 금연’이라 외치는 접근은 매우 직접적인 방식이자, 흡연의 폐해를 일차적으로 각인시키는 강렬한 어젠다 세팅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의료기관에 의한 금연치료 본격화라는 정책이 동반되며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공포 소구가 반복되며 자칫 다수의 사회 구성원이 공포에 둔감하거나 무감각해질 가능성 또한 제기된 바 있다.

공포감 자극하는 것만으로는 한계 #전자담배 등 다양한 변화에 맞춰야

향 첨가 담배나 액상 담배, 줄 (JUUL)을 포함한 각종 전자담배 제조업체들은 필사적으로 프로모션을 펼친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 여부 등을 고려한다면 새로운 금연광고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최근 새롭게 선보인 금연광고는 외견상 잔잔해 보이긴 해도 자세히 살펴보면 매우 전략적인 요소를 촘촘하게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 장면에는 담배를 피우다 어린이들을 발견하고 허둥지둥 손으로 연기를 밀어내는 아저씨가 보인다. 아이들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다음 장면엔 카페에서 전자담배를 꺼내다 금연표시를 발견하고 다시 집어넣는 여성 흡연자가 등장한다. 담배광고가 가득한 편의점에서 딸기 맛과 박하 맛 담배에 호기심을 보이는 친구를 밖으로 이끄는 장면도 묘사된다. 맨 마지막 장면에서는 금연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는 노부부의 모습으로 옴니버스 형식의 광고가 마무리된다. 마무리 부분의 카피는 “깨우세요, 우리 안의 금연본능”이다.

흡연 여부를 떠나 우리 모두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 않냐는 집단적 속내를 슬쩍 자극하는 줄거리였다. 이전의 광고들에 비해 외형적으로는 아주 조용해진 것은 사실이다. 반면 광고 속 개별 요소들은 더욱 전략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폐암 주세요, 뇌졸중 주세요” 같은 광고처럼 직접적인 공포감은 걷어냈다. 하지만 “담배가 나쁘다는 사실,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나요”라는 메시지로 내적 동조나 인식 개선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했다고 본다.

어쩌면 예전의 금연광고에서 자주 지적되던 사항, 즉 세금 납부의 주체인 흡연자를 너무 몰아세운다는 불만을 ‘공존’의 컨셉으로 자연스럽게 바꿨다는 느낌도 있다. ‘담배 없는 세상’을 함께 만들자는 파이팅을 외쳤다는 생각도 든다는 말이다. 사실 담배가 무조건 좋고 일말의 찜찜함도 없이 흡연을 유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금연광고 속의 네 장면은 매우 계산적으로 잘 짜였다. 최근 중요한 이슈들인 간접흡연, 전자담배 사용자의 금연구역 준수, 청소년의 무방비 담배광고 노출, 금연치료 인식 확대 등이 하나의 광고에 녹아들었다.

관련 분야를 전공하는 연구자로서 추가로 주문하고 싶은 사항은 있다. 우선 모처럼 공포 소구를 없애며 등장한 이번 광고가 광고에만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동일한 컨셉트로 SNS나 유튜브 동영상 등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로 제작해 국민의 생활 속에 전달될 수 있는 캠페인이 되길 바란다. TV 광고만으로 대중의 행동양식을 바꾸던 시대는 오래전에 저물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신종담배를 비롯한 각종 담배와 관련된 교묘한 자극을 경험하는 시공간을 철저히 파악해서 “깨우자, 우리 안의 금연본능”이 지겨울 정도로 들릴 수 있게 퍼지길 바란다. 이 같은 집요한 노력이 있어야만 “모든 담배=유해”라는 공감대가 더 일반화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천명한 ‘담배 종결전’도 구체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담배업체보다 백배는 전략적이어야만 ‘종결전’에서 이길 수 있다.

유현재 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