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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한국이 약속 안지켜 특혜 철회" 징용보복 사실상 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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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일본 총리는 3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 부품 등의 수출 규제와 관련 “안전보장상의 무역관리 문제에 있어서, (국제적인)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대국에게는 지금까지 (제공했던)우대조치를 (더이상)취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는 당연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서 "징용문제는 역사문제 아닌 약속의 문제" #위안부합의까지 거론하며 "약속 안지키면 되겠나" #"전면적인 금수조치 아니라 WTO 협정 위반 아냐" #패널 향해 "당신 생각 틀렸다""잘못된 보도 나간다"

참의원 선거(7월21일)를 앞두고 일본기자클럽이 주최한 ‘당수공개토론회’에서다.

3일 일본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 참가한 아베 신조 총리가 참의원선거의 슬로건인 '정치의 안정'을 강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3일 일본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 참가한 아베 신조 총리가 참의원선거의 슬로건인 '정치의 안정'을 강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는 “이번 조치는 WTO(세계무역기구)룰에 반하지 않는 무역관리의 문제”라며 “(다자간 전략 물자 수출통제체제인) '바세나르 협정'에도 안전보장상의 무역관리를 각 국가가 완수해야 한다는 의무가 부여돼있다”고 했다. 또 “이번 조치는 (전면적인)금수조치가 아니라, 우대조치를 철회하는 것이기 때문에 WTO 위반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역사인식의 문제(징용 문제)를 통상정책과 엮는 것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는 방식아니냐.옳지 않다’는 패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역사문제를 통상문제로 엮는 것이 아니다"라며 "징용문제는 역사문제가 아니라 국제법상 국가간 약속을 지키느냐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ㆍ일 양국은)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서로 청구권을 포기했다. 이는 국가와 국가간의 약속인데, (징용문제는)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어떻게 되겠느냐의 문제”라면서다.

그는 2015년의 한·일위안부합의까지 재차 언급하며 “정상간,외교장관사이의 합의로서 유엔도, 당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합의를 높이 평가했는데 이 합의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결과적으로 이번 조치가 위안부와 징용문제에 따른 보복성 조치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그는 이날 해당 질문을 한 패널을 향해 “당신의 인식은 틀렸다”고 했고, “잘못된 보도들이 나가고 있다”면서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도쿄신문은 3일자에서 “일본 정부가 한국 수출 규제 대상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신문은 “군사전용이 가능한 전자부품과 관련 소재 등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실제로 대상을 확대할 경우 한국측이 반발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정부내에는 신중론도 있다”고 전했다.
산케이 신문도 “군용품으로 전용이 가능한 기술 등에 대한 수출관리는 필요한 개정 작업을 부단히 해나갈 것”이라는 전날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경제산업상의 발언을 거론하며 “규제 대상 품목의 확대를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세코 경제산업상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실시를 하루 앞둔 3일 한국정부의 철회 요청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철회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일본 정부 조치에 대한 일본내 비판 여론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

후쿠나가 유카(福永有夏) 와세다대 교수는 3일자 니혼게이자이 신문 인터뷰에서 “일본 기업이 신청한 수출허가를 정부가 내주지 않거나 실제로 수출이 제한될 경우엔 WTO(세계무역기구)룰에 위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기 주장을 실현하기 위해 무역조치를 이용하는 것은 일본이 지금까지 표방해온 ‘공정하고 무차별적인 무역’,‘다각주의’정신과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아사히 신문은 ‘보복을 즉시 철회하라’는 제목의 3일자 사설에서  “정치적 목적에 무역을 이용하는 미국과 중국의 어리석은 행동에 일본도 가세하는 것인가. 자우무역의 원칙을 왜곡하는 조치를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사설은 “일본정부는 징용 문제가 그 배경에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한국에 대한 대항조치(보복조치)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설득력이 전혀 없다”며 “왜 안보보장과 관련이 있고, 왜 지금 규제에 나섰는지 구체적인 이유를 당당히 표명해야 한다”고도 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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