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끼리 교육이라는 상품을 놓고 벌이는 전쟁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홍콩의 한국국제학교(KIS) 역시 이 전쟁에서 예외가 아니다. 이 때문에 학교재단 이사회가 2년 전 강력한 구조조정을 하고 우수 교사를 채용하는 등 개혁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가. 지난주 재단이사회가 열렸다. 지난달 뇌물수수 사건으로 공석이 된 학교 사무국장 인선이 주요 안건이었다. 사건 이후 학교를 쇄신하기 위한 이사회의 첫 안건 처리여서 교민들의 관심이 컸다. 이사회는 지난달 비리 사건 이후 교원 복무 규정과 최고경영자(CEO) 도입 등으로 학교를 개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사들은 모집 광고를 보고 응모한 6명의 이력서를 훑었다. 삼성과 LG 등 대기업 간부 출신도 있었고 경영학 석사(MBA)와 약학 박사도 있었다. 모두가 쟁쟁한 인재들이었다.
인선은 무기명 비밀투표로 이뤄졌다. 면접은 물론 충분한 토론도 없었다. 뚜껑을 열고 보니 재단이사장 친.인척인 A씨(58)가 뽑혔다. 서울 모 은행 인사부장과 조사부장 경력에 미국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A씨는 비리 사건 직후 재단이사회 요청으로 서울에서 홍콩으로 들어와 그동안 학교 사무국장 대행을 했던 인물이다. 경륜과 능력 면에서 A씨가 국제학교 쇄신을 위해 가장 적합하다는 게 이사들의 주장이다. 맞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인선 과정이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더구나 지금은 비리 사건으로 한인 공동의 자산인 국제학교의 투명성과 객관성,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질 높은 교육 등에 대한 개혁 요구가 비등하고 있는 상황인데 말이다. KIS는 정부 지원과 현지 교민 기부금 등으로 1994년 신사옥을 세웠다. 대지만 3000여 평이고 지하철 역에서 10분 거리여서 인프라는 홍콩 국제학교 중 최고 수준이다. 16개 국가 400여 명의 학생이 다니는 명실상부한 한국의 유일한 해외 국제학교다. 이 학교가 교육 콘텐트와 운영 노하우, 투명성에서도 세계적 수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형규 홍콩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