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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시키려면 우릴 내쫓아라"…서울대생들, '성추행 혐의' 교수 연구실 점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일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 학생들이 3동에 위치한 A교수 연구실을 점거했다. 문 앞에는 학생들이 뭍여 놓은 종이들이 가득하다. 이태윤 기자

2일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 학생들이 3동에 위치한 A교수 연구실을 점거했다. 문 앞에는 학생들이 뭍여 놓은 종이들이 가득하다. 이태윤 기자

"A교수를 복귀시키려거든 우리를 내쫓으십시오"

2일 오후 4시쯤 서울대 관악캠퍼스 인문대 3동 4층에 있는 서어서문학과 A교수의 연구실 문에는 이러한 내용의 종이가 붙었다. 이외에도 "파면시켜주세요" "부끄러운 줄 아시길" 등 내용이 담긴 노란색 포스트잇이 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대 A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특위)는 소속 회원 등 서울대 학생 10여명은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대학 징계위원회에 올라간 A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며 연구실을 점거했다.

잠겨있는 문을 두드리자 한 학생이 나왔다.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 관계자인 그는 "지금 4명이 연구실 안에 있다. 밤까지 지킬 인원은 정해져 있고 이후 일정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인문대학생회(학생회) 측은 "A교수 사무실을 학생 공간으로 전환하고자 한다"며 "A교수가 없기 때문에 그의 사무실을 학생 공간으로 바꾸는 것은 누구에게 어떤 피해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A교수 사건은 지난 2월 6일 서어서문과 졸업생이 A교수에게 갑질과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올리며 알려졌다. 이후 피해 학생은 2017년 외국의 한 호텔에서 A교수가 자신의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의혹을 인권센터에 신고했다. A교수는 인권센터에서 중징계 권고를 받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현재 A교수는 직위 해제 상태로 강의에서 배제돼 연구실도 비어 있다고 한다.

피해 학생은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에 A교수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고 5월에는 서울대 학생 1800명이 A교수의 파면, 교원징계규정 제정, 학생의 징계위원회 참여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학생회는 "학생총회, 전체학생총회, 단식농성, 등을 통해 A교수의 파면을 요구했지만 넉 달 넘게 학교는 그에 대한 징계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다"며 "A교수를 복귀시키고 싶다면, 우리를 직접 끌어내라. A교수를 선택하는 것은 학생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생회 측은 3일 오후 2시 서울대 인문대에서 ‘학생공간 선포식’(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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